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1-08-16   3018

[인턴후기] 거기에, 마을이 있었네

※ 7월 4일부터 8월 12일까지 6주간 참여연대에서는 14명의 8기 인턴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경험해 보는 이번 인턴 프로그램의 후기가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인턴후기 13]

 

거기에, 마을이 있었네
 

8기 인턴 구봄

2008년 초였다. 나는 겨울학기로 정치사회학이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다. 기말고사를 얼마 두고 있지 않은 시점이었다. 공동체에 대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당시 교수님은 불쑥 다음과 같이 말을 꺼냈다. “여러분 혹시 성미산 공동체라고 아세요?” 이후 ‘대안 공동체’의 모범사례로서 이어지는 설명들. 카센터도 공동으로 운영하고, 어린이집과 대안학교를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운영하면서 기존의 한국사회에서 ‘색다른’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것.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 때 들었던 생각은 시니컬함 그 자체였다. ‘대안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이 험난한 세상에’ 가끔씩 인터넷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성미산 공동체가 직접 방송한다는 마포 FM을 청취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곧 사라지겠군’

 

성미산 012_2.jpg

3년의 세월이 흘러서 참여연대 8기 인턴이라는 신분으로 이번에는 직접 성미산 공동체를 방문하게 되었다. 마포구청역에서 터덜터덜 성미산 극장을 향해 걸어오면서 성미산과 주변에 집들을 구경했는데, 그 때까지 들었던 생각은 이러했다. ‘어… 여기… 부촌 같은데?’ 혹시나 이 성미산 공동체라는 것도 그들이 운영한다는 각종 생협이라는 것도 제법 여유 있는 사람들의 소비적 유희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행히도 그것은 어느 피곤한 남자의 별 쓸 데 없는 의심이었다. 자기 자신과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누구보다 즐겁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성미산 공동체에 모여살고 있었다. 성미산이 파헤쳐지는 것을 막기 위해 했던 노력들에 대해 짧게 설명을 들으며,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삶의 한 부분만큼은 그 어떤 논리-자본이든, 공공의 필요성이든-로도 침탈될지 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공장 같지 않은 성미산 학교를 둘러보며 달달한 쿠키 냄새를 맡으며 자유롭게 꿈을 영글어 갈 아이들 생각에 흐뭇해졌다. 적어도 이 아이들만은 더불어 사는 삶이 왜 필요한가 어릴 때부터 배우며, 점점 각박해지고 살벌해져가는 사회에서 희망이 될 테니. 학교 안에 장애인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도 있어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점도 깨닫게 되리라.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이른바 공동주택이라는 것도 있단다. 사실 공동주택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드는 이미지는, 매우 낡은 외벽에 성냥갑처럼 밀집해있는 5층짜리 연립주택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 안에서는 그야말로 처절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의 얼굴들이 비좁은 공간에서 부대끼고 있을 테고. 하지만 소개받은 공동주택은 성미산 일대 동네에서 가장 멋진 건물이었다. 상당히 세련된 외양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같은 건물 안에 사는 사람들을 ‘입주민’이 아닌 ‘작은 공동체’로 이끌어내는 공간 구조.

 

성미산 021_1.jpg

공동생활을 위한 설계는 자연히 한 공간에서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며 소통하고 교류할 계기를 만든다. 2층에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과 어린이집은, 집이 단순히 한 가족만의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한 가족과 다른 가족이 함께, 미래에 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간이기도 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점점 이웃과의 교류가 사라지고, 마을이라는 개념이 희박해지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한 가족을 가두다시피 공간을 분할하여 이웃과 교류 자체를 방해하는 아파트를,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말이 재개발이지 사실 부동산 가치를 재평가해서 쉽게 돈 벌자는 것 아닌가- 계속해서 늘리는 것은 이제 재고해봐야 되지 않을까.

성미산 공동체, 거기에는 마을이 있었다. ‘대안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 아닌, ‘멋진’ 삶을 사람들이 성실히 꾸려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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