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10-09-06   2779

[유명환과 사분위 의혹] – “온 나라에 ‘구린내’가 진동하는군!”

[홍성태의 ‘세상 읽기’] 유명환 의혹과 사분위 의혹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공정한 사회’라는 목표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죄송 개각’ 또는 ‘잡범 개각’의 문제가 조현오 경찰청장의 임명 강행으로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오래 전에 해임되었어야 하는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뒤늦게 사퇴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죄송 개각’ 또는 ‘잡범 개각’의 문제는 ‘공정한 사회’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와중에 유명환 장관은 기존의 내각도 ‘공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는 커다란 우려를 제기하게 했다.


올해 65살인 유명환 장관은 올해 35살인 딸의 외교부 5급 공무원 특채 때문에 ‘현대판 음서제’라는 비판을 받으며 사퇴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사실 이미 오래 전에 해임되었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망언’이라고 해야 할 발언을 거듭하며 자신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이 나라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천정배 장관을 가리키며 욕설을 한 것과 ‘젊은 애들’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고 망언을 한 것이다.


먼저 천정배 장관에 대한 욕설은 2009년 4월 22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했다. 이것은 저열한 국무위원들이 상임위에 어떤 자세로 임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우선 이에 대해 살펴보자.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를 저지하려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을 비하하는 막말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유 장관은 당시 외통위 소속이 아닌 천 의원이 한미 FTA 비준안 통과 저지를 위해 회의실에 들어와 있는 것을 두고 “왜 들어와 있어, 미친 X”이라고 말했다. (<경향신문>, 2009년 4월 28일)


유명환 전 장관의 옆에 앉아 있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외통위 소속이 아닌 천정배 의원이 외통위에 온 것을 보고 유명환 전 장관에게 “천정배는 왜?”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답변으로 유명환 전 장관은 “왜 들어와 있어, 미친 X”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국가의 존망을 가름할 중대사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천정배 의원의 당연한 활동에 대해 유명환 전 장관이 ‘미친 X’라고 말한 것은 단순히 자신의 저열한 인격을 드러낸 것일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책임에 대한 자신의 저열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었다.


유명환 전 장관은 천정배 의원 욕설 사건 때 크게 반성했어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결과 그는 더욱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되었다. 7월 28일의 재보선을 불과 나흘 앞둔 7월 24일, 그는 베트남에서 ‘젊은 애들’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는 취지의 망언을 했다.


지난 24일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북한이 좋으면 북한 가서 살아라”는 발언이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 유 장관은 앞서 아세안지역포럼(ARF) 참석 차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젊은 애들이 전쟁이냐 평화냐 해서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라고 해서 모두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이런 정신 상태로는 나라 유지하지 못한다”면서 “북한이 그렇게 좋으면 김정일 밑에 가서 어버이 수령하고 살아야지”라고 말했다. (<서울신문>, 2010년 7월 27일)


처음에는 발언자의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통제된 형식으로 보도되었던 이 기사의 내용은 정말로 너무나 저열하고 모독적이다. ‘젊은 애들’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게 ‘한나라당을 찍으면 전쟁이고 민주당을 찍으면 평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반값 등록금’과 같은 핵심 공약조차 지키지 않고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죽이기’와 같은 삽질 정책이나 강행하면서 북한에 대해서도 반인도적이고 반민족적인 반북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유명환 전 장관의 잘못은 너무나 명백하다.


그러나 가장 큰 잘못은 ‘젊은 애들’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망언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를 무조건 ‘친북’으로 몰아붙이는 한국 보수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실 한국 보수는 이 망언에 대해 열렬히 환호하며 지지했다. 이 망언을 통해 한국 보수의 저열성이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것이다. 이렇게 반민주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자가 외교의 총책임자인 곳에서 제대로 된 외교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의 개각에서 유명환 전 장관은 ‘천안함 사고’의 총책임자인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함께 해임될 것으로 관측되었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고, 결국 유명환 전 장관은 처참하게 몰락했으며, 이와 함께 이 나라의 외교와 국격도 커다란 상처를 입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서 김영선 외교부 대변인은 ‘천안함 사태와 같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가 막힐 뿐이다. ‘젊은 애들’에게 북한에 가서 살라고 망언한 게 ‘온 국민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이번의 특채 사건이야말로 북한의 세습을 연상하게 한다는 ‘젊은 애들’의 비판에 대해 외교부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렇게 거듭된 사퇴와 해임의 기회를 놓치고 마침내 유명환 전 장관은 ‘대박’을 터뜨렸다. 올해 35살인 딸의 외교부 특채를 둘러싸고 엄청난 국민적인 의혹과 저항을 야기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과와 딸의 사퇴로 사태를 무마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 않았다.


차관 때는 딸을 연구원으로 특채하더니 장관 때는 5급 사무관으로 특채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딸이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의 근태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딸의 결근과 관련해서 어머니가 과장에게 전화했다. 이에 대해 과장이 딸에게 나무라는 말을 하자 딸은 아버지가 전화하도록 하려고 했는데 어머니가 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런데 그때 아버지는 이미 장관이었고, 딸은 임기의 연장을 강행한 상태였다. 이런 식이어서 유명환 전 장관의 딸에게는 외교부 제3차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이번의 외교부 특채 과정에서 여러 제도들이 변했다. 행시의 폐지 계획이 발표되었고, 특채의 자격 요건과 시험 전형이 대거 변했다. 행시의 폐지 계획은 워낙에 느닷없는 것이어서 한나라당에서도 청와대와 정부가 한나라당을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강력히 제기되었다. 나아가 행시의 폐지는 불평등을 더욱 조장해서 ‘공정한 사회’의 목표에 역행하는 결과를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크게 제기되고 있다.


아무튼 여러 변화로 작년에 비해 올해의 외교부 특채는 훨씬 쉽게 선발될 수 있었다. 그런데 단 한 명을 뽑는 특채에 하필 장관의 딸이 뽑혔던 것이다. 물론 딸이 엄청난 인재일 수도 있다. 그런데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 중에서 두 명은 외교부 관리였다. 그들은 누가 장관 딸인 줄 몰라서 아주 공정히 심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유명환 전 장관은 심사위원들이 장관 딸인 줄 알고 더 꼼꼼히 심사했다고 해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명백한 잘못과 당연한 비판에 대해 귀를 꼭 틀어막고 ‘불통 정책’을 강행하다가 커다란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었던 것이다. 예전에 서울시장 시절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거대한 부패 의혹 때문에 부시장에 임명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기어코 부시장으로 임명했다.


그 부시장은 얼마 뒤에 결국 거대한 부패 혐의로 구속되었고 대법원에서 무려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공정한 사회’는 그냥 말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차, 방법, 결과가 모두 공정해야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유명환 의혹을 타산지석으로 삼고 절차, 방법, 결과의 모든 면에서 실질적인 개혁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깊이 고민하고 검토해야 할 일은 유명환 의혹만이 아니다. 사실 가장 심각한 것은 4대강 의혹이며, 가장 명확한 것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 의혹이다. 사분위 의혹은 유명환 의혹보다 훨씬 심각한 ‘불공정 사회’의 예이다. 최근에 사분위는 상지대 ‘구재단’의 이사장에게 상지대를 넘겨주라고 결정했다.



그런데 그는 1993년에 교육부에 의해 이사 자격 원인 무효의 판정을 받았고, 같은 해에 대법원에 의해 교육 비리로 무려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다시 2004년에 대법원에 의해 상지대의 설립자가 아닌 것으로 선고받았다. 사분위의 결정은 이런 사실들을 모두 무시한 것으로서 절차, 방법, 결과의 모든 면에서 공정한 것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지독한 구린내가 온 나라에 진동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입에 신실함이 없고, 그들의 심중이 심히 악하며, 그들의 목구멍은 열린 무덤같고, 그들의 혀로는 아첨하나이다. (<구약>의 ‘시편’ 5편 9절)

* 이 글은 프레시안에 실린 글입니다. 원문보기

첨부파일: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