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3-29   2150

<안국동窓> 한미FTA와 ‘노한동맹’

한미FTA를 둘러싸고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한미FTA의 체결을 위해 노무현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강고한 동맹이 체결된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지도부마저 한미FTA의 문제를 강력히 지적하고 나선 마당에 오직 한나라당만이 노무현 대통령의 무모한 한미FTA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최전선 저격수의 한 명인 전여옥이 한미FTA를 막기 위해 단식농성을 하고 있는 김근태와 천정배를 맹비난한 것은 노한동맹을 입증하는 좋은 예이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전여옥이 맹비난하는 핵심적 이유는 전기를 쓴다는 것인 모양이다. 그런데 세종로 열린광장에서는 진작부터 시민사회의 여러 인사들이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당연히 천막을 쳐 놓았으며, 전기를 쓰고 있고, 난로도 쓰고 있고, 물도 마신다. 전여옥은 단식농성을 안 해 봐서 잘 모르는 모양이지만 단식농성이란 거리에서 밥을 굶어 자살하는 것이 아니다. 단식 자체가 대단히 고통스러운 것이고, 이런 고통을 감수하며 저항하는 것이 단식농성이다. 물론 사태가 더 심각한 경우에는 결국 죽을 수도 있다. 전여옥은 단식농성을 하는 사람들이 차디찬 길거리에서 모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한미FTA의 문제는 크게 두가지로 줄일 수 있다. 첫째,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FTA의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국회는 물론이고 정부에서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한미FTA를 해야 한다는 정책이 제시되더니 강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가장 민주적인 정부를 자부한 참여정부가 결코 충분히 민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한미FTA는 다시금 입증해 주었다. 참여정부의 반민주성은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와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다.

둘째, 한미FTA는 미국과 한국 사이의 국력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FTA는 단순한 자유무역의 확대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정부, 산업, 노동, 문화, 자연, 보건, 교육 등 모든 것을 바꿔놓게 될 것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수 분야에서 붕괴와 몰락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한미FTA는 양극화를 크게 강화해서 도시마다 노숙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고 이미 세계 최고의 자살율도 훨씬 더 높아질 것이며 이미 세계 최악의 환경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다.

한미FTA는 ‘승자독식의 사회’를 추구한다. 한미FTA는 재벌을 정점으로 하는 특권층과 부유층이 확고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에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을 무한경쟁과 무한위기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한미FTA는 추진하는 것은 이러한 극단적 양극화를 강행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겠노라며 사실은 양극화를 극단적으로 구조화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이것을 한나라당이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나라당은 본래부터 특권층과 부유층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노한동맹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배신 혹은 착각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상황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한동맹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한나라당의 지지를 얻게 되었는가? 나아가 한나라당으로 대표되는 특권층과 부유층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지지하게 되었는가? 답은 당연히 ‘그렇지 않다’이다. 가만히 내버려둬도 ‘적’이 적극적으로 ‘투항’하는 데 왜 ‘적’을 지지하겠는가? 노한동맹은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를 지지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한나라당에게 ‘투항’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한미FTA를 둘러싼 노한동맹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무능과 배신이 싫다고 해서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한미FTA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최고의 업적이 될 것이라며 강행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이러한 생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한미FTA와 같은 심각한 문제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그리고 ‘적’인 한나라당이 사실은 최강의 동지 사이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인가, 아니면 한나라당인가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다. 선택은 한미FTA인가, 아닌가를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미FTA에 대한 국민적 우려와 저항을 강고한 ‘노한동맹’이 가로막고 나섰다. 한미FTA를 막기 위해서는 ‘노한동맹’의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전여옥은 민노당 문성현 대표의 단식농성은 ‘진짜’이고, 김근태와 천정배의 단식농성은 ‘쑈’라고 비난했다. 한나라당은 한미FTA의 체결을 막기 위한 범국민적 노력을 이간질하기 위해 저질 담론정치를 펼치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국민의 민생과 복리를 추구하는 정당이라면, 이런 저질 담론정치를 중단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시간에 한미FTA에 대해 공부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한미FTA의 체결을 막기 위한 범국민적 연대는 ‘노한동맹’의 문제를 널리 알리고 해체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이를 위해 김근태와 천정배 등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한미FTA는 결코 체결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미FTA의 체결을 막는다고 해서 이 나라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다만 쓰나미가 몰아닥치는 것을 막는 것일 뿐이다.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한 민주개혁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먼저 쓰나미를 불러들이기 위해 발악하는 정치세력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노한동맹’의 문제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토건국가’ 문제로 잘 드러나듯이 엄청난 혈세를 탕진해서 재정을 왜곡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낡은 정부조직과 사회구조를 발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한미FTA 저지를 넘어서 생태적 복지국가를 추구해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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