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3-08-21   662

<경제포커스> 실질적인 고급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제대로 과세하라

조세의 형평성ㆍ투명성ㆍ민주성ㆍ연대성을 복원하기 위하여

벌어져 가는 빈부격차

그러나 부동산 양도차익은 과세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휴일입니다. 벌써 가을 바람이 제 방 창을 통해 불어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칼럼을 쓰려고 인터넷으로 신문기사를 훑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빈곤에 의한 자살 기사가 눈에 띄네요. 다들 아시겠지만 생활고에 의한 자살 사건이 곳곳에서 계속해서 터져나오고 있습니요. 빈곤과 관련된 자살이 지난해 600건에서 올해는 700건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라고 하는군요.

정부에서는 극빈층 긴급보호 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일시적인 대책이라는 비판이 많군요. 실업률이 높아지다보니, 일을 하고자 하나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비정규직 노동자층이 팽창하면서 일을 해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는군요.

또 한쪽에서는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너무 높다고 야단입니다.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강남에선 여전히 30평 남짓한 아파트의 시세가 7억원대이고, 40평대 아파트는 10억원에 이릅니다. 이건 같은 서울 시내에서도 중랑구 면목동의 3배를 훨씬 넘는 수준이고, 충청북도 충주시의 10배 수준입니다. 저는 아직 독신이고 이른바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만 급여의 절반을 저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지금처럼 주식이나 부동산에 무관심한 채 월급만 꼬박꼬박 저축한다면 30평짜리 아파트를 사는데만 35년쯤 걸릴 것 같군요. 하지만 아마 그 사이에 또 물가가 오를 테니 그 때도 제 돈으로 그 아파트를 살 수는 없을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강남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 개인적으로 “나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예요. 어느 정도의 빈부격차는 어떤 사회에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 하는 반론에 대해서 모르는 바도 아니예요. 그리고 사실 조세정책만으로 빈부격차를 완화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다만 일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열심히 일해서 자기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이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없는 곳에서 부동산 양도차익은 제대로 과세도 되고 있지 않다면, 그것은 무언가 공평하지 못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평과세란 무엇일까?

조세의 형평성ㆍ투명성ㆍ민주성ㆍ연대성에 대한 단상

지난 7주간 일주일에 한 편씩 칼럼을 쓰고 있으려니 시간이 무척 빨리 흐르더군요. 이제 서른 살 회사원인 제게 8주 동안 매주 한편씩 글을 써달라는 제안은 새로운 것이었고, 저는 제 글에 공개된 지면이 주어질 것이라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지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지난 7주간 퇴근 시간이 지나서도 사무실에 남아 미숙한 글로나마 무언가 여러분에게 말을 걸려고 애썼답니다.

최근에 이슈로 떠오른 주제들을 여러 독자분들께도 알리고, 공평과세를 위해 적절한 정책이 입안ㆍ집행될 수 있도록 관심을 모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저는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이전에 조세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떤 원칙에 충실해야 하는지 저 스스로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되었습니다.

조세의 형평성ㆍ투명성ㆍ민주성ㆍ연대성이라는 것이 과연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요. 금융소득이나 부동산 관련 소득, 상속ㆍ증여로 인한 소득도 최소한 땀흘려 일해 번 소득만큼은 과세되어야 형평에 맞는 일이겠지요. 그리고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때 실질적인 부담의 측면에서 형평에 맞는 맞는 과세가 될 것입니다. 소득이 낮을수록 소득 중 필요불가급한 생계비의 비중이 더 높을 테니까요.

누진세 제도는 사회가 저소득층을 보호함으로써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조세의 연대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벌어들인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날 때 공평한 과세가 가능한 것 또한 자명한 일이겠지요. 근로소득은 명세서가 매달 국세청에 전달되는데. 남의 이름으로 계좌를 여는 사람이 많아 금융소득은 제대로 추적할 수도 없고, 병ㆍ의원이며 변호사ㆍ회계사 사무실이며 학원은 수입금액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세금이란 건 국회에서 의결된 세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걷어야 하는 것입니다. 목표 세입액을 정해 놓고 지방청마다 할당액을 주고는 실제 벌어들인 소득금액과는 상관없이 목표액에 맞추어 법인세ㆍ소득세를 걷거나 세무조사를 실시해서는 안 되겠죠. 그건 조세의 민주성에 위배되는 일일 테니까요.

부동산 양도소득세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 관점에서 최근의 아파트 시세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지금의 부동산 양도소득세 기준시가 과세제도나 1가구 1주택 비과세 제도는 참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양도소득세는 재산을 양도한 시점의 가격이 취득한 시점의 가격보다 높을 때 그 차이로 인해 발생되는 이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입니다. 양도소득은 땀흘려 일해서 생기는 소득이 아니라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가격이 올라서 저절로 생기는 불로소득이기 때문에 실제 발생한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 납부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부동산에 대한 양도소득세의 경우, 신고자 본인이 실제의 거래가액으로 신고하지 않는 한, 기준시가에 의해 계산된 재산 증가분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대해서는 국세청 기준시가라는 것이 있어서 시가의 90% 정도가 반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평균이고, 국세청 기준시가는 1년에 두 번만 산정되기 때문에 투기과열지구에서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에 시가와 국세청 기준시가의 차이는 매우 큽니다.

국세청이 공동주택 기준시가를 산정하기 위해 투입하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생각하면 양도소득세를 실거래가에 가깝게 과세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행정비용이 소요되는데도 불구하고 실거래가가 아닌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과세하도록 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세법은 원칙적으로 1가구 1주택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연면적 45평 이상이면서 양도가액이 6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1가구 1주택도 실거래가로 과세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가구 1주택 비과세의 취지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자기가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 1채 정도에 대해서는 물가 상승 때문에 집 값이 올랐을 경우라고 하더라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갈 때 손해를 보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취지이니까요.

이 제도의 본래 목적은 소득 수준이 중간 이하인 계층이 이사 다닌다고 해서 손해를 보지 않게 보호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문제는 시가 6억원 이상의 주택이라고 하는 기준이 너무 높다는 것과 1가구 1주택 비과세가 납세자로 하여금 양도소득세 신고를 불성실하게 하도록 부추긴다는 데에 있습니다.

양도소득세 신고 실태

실제 계약서 따로, 양도소득세 신고용 계약서 따로

1가구 1주택 비과세에 해당되는 가구가 전체 주택 보유가구의 60%로 추산되고 있습니다.이들은 고급주택을 양도하는 것이 아닌 한 나중에 주택을 팔 때에 이익이 얼마나 나든 전혀 세금을 납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취득가액을 사실대로 신고할 유인이 전혀 없습니다. 나중에 양도차익이 높게 나오든 말든 일단 취득가액을 낮게 신고해서 취득세와 등록세를 적게 내는 것이 유리합니다.

한꺼번에 여러 개의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이 이들에게 아파트를 팔 경우에도 아파트가격을 실제 가격보다 낮게 신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아파트를 양도하는 거액자산가의 입장에서는 수억원의 양도차익을 챙기고도 국세청 기준시가 이하로 양도가액을 깎아 신고하면 세금이 대폭 줄어들어서 좋고, 아파트를 사는 실수요자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조금 내니까 좋은 것입니다. 아예 실제 계약서와 국세청 신고용 계약서를 따로 만드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정착되어 있는 것인 아닌가 싶을 때도 많습니다. 심한 경우에는 마치 양도차손이 발생한 것처럼 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서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국세청에서는 실거래가액 신고를 하라고 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아니까 공동주택 등에 대해 일부러 국세청 기준시가를 산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따로 기준시가를 산정하는 데 들이는 노력에 비해 그 실효성은 높다고 볼 수가 없답니다.

6억원 이상만 고급주택인가

1가구 1주택 비과세 제도는 개선되어야 한다

6억원 이상만 고급주택이라고 하는 기준도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평범한 직장인이 허리를 졸라매고 1년에 천만원씩 저축을 한다면 1억원 짜리 주택을 마련하고 대출금을 모두 갚는 데만도 10년이 넘게 걸립니다. 그렇게 보면 사실 3억, 4억원 짜리 주택도 고급주택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닐까요.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서는 무조건 1가구 1주택으로 보아서 비과세로 하는 것이 정말 형평에 맞는 것일까요.

모든 주택이 다 물가상승률에 맞춰 비슷하게 가격이 올라가는 환경에서라면 또 모르지만 지방의 소도시에서는 주택 가격이 늘 제자리이고 서울 강남에선 해마다 달마다 정신없이 올라가는 한국에서 모든 1가구 1주택을 똑같이 보호하는 것은 무언가 형평에 맞지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일단 주택 양도소득세도 모두 실거래가액을 기준으로 신고하도록 해야 합니다. 1가구 1주택이라고 해서 무조건 다 비과세할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주택 양도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도록 하되 1가구 1주택의 경우에는 물가상승률이나 국내 주택가격 상승률, 보유기간 등을 감안하여 양도차익의 일정부분을 소득공제한다면 불성실 신고 행태가 어느 정도 개선되지 않을까요. 취득가액을 낮게 신고하면 나중에 자기가 양도소득세를 더 내야 하니 양도자와 양수자가 함부로 담합해서 양도가액을 실제보다 낮게 신고하는 경우는 많이 줄어들 겁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물려 받은 재산으로 강남에 집을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자본주의 국가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부동산 투기를 못하도록 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그러나 “소득은 종류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과세한다.”는 원칙 정도는 지켜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강남에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진 재산가층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그들이 불로소득에 대해서 얼마쯤 세금을 내고 있고 그 세금이 복지를 포함한 정당한 국가행정에 쓰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때, 빈부차로 인한 사회불안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한편에서는 학교를 막 졸업한 수많은 젊은 사람들이 직장을 구할 수 없어서 막막해하고 있으며, 일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이 생계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땀흘려 번 소득에 대해서는 꼬박꼬박 과세를 하고, 아파트를 몇 채씩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해서 저절로 생기는 소득 수억원에 대해서는 제대로 과세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공평과세라는 말을 믿겠습니다.

이 사회가 땀 흘려 일해 자기 삶을 꾸려가고자 하는 사람들을 좌절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려받은 것은 없으나 제각기 능력과 의욕을 가진 젊은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조세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지지는 않았으면 좋곘습니다. 그 평범한 사람들이, 그 젊은이들이 이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것 아니었던가요.

그 젊은이들 사이 어딘가에 서 있는 제 친구들을 생각하며 연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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