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4-03-07   495

<경제프리즘> “광고비 다 날아갔잖아요!”

텔레비전이나 신문지면에 나오는 기업들의 광고는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구체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판매와 연결시키기 위한 설득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또는 기업집단(흔히 재벌이라고 한다)의 이미지를 제고하기 위한 이미지 광고이다.

이미지 광고는 통상 기업이름을 널리 알리거나 또는 기업에 대한 특정 이미지, 예를 들면 세계적인 기업, 깨끗한 기업, 사회봉사 기업 등의 이미지를 심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미지광고는 조심해서 봐야 한다. ‘흠’을 가리기 위해 특정 이미지를 과장하는 위선적인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시민단체에서는 허위, 과장, 위선적인 광고를 품평하는 일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미지 광고로는 유한킴벌리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가 있다. 지금은 어느 기업이나 이미지 광고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지만, 유한킴벌리는 일찍부터 이미지 광고에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미지 광고의 대표주자도 역시 삼성그룹이다.

애니메이션 기법을 이용하여 ‘또 하나의 가족-삼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광고를 왠만한 사람들은 다 기억할 것이다. 또 작년부터 시작된 ‘함께가요 희망으로’라는 시리즈 편도 사람들에게 많이 노출된 광고이다. 젊은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함께 여행을 가는 모습을 그린 희망역, 나눔역 광고, 그리고 최근에는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의 ‘나눔역 눈사람편’도 나왔다. 이 광고에는 21만명의 자원봉사활동, 1700억원의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화려하지 않지만 확실하게 전해주는데 삼성그룹은 ‘삼성바로알리기’캠페인의 일환으로 이 광고를 제작했다고 밝힌다.

물론 이런 광고때문만은 아니지만 삼성그룹은 좋은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주고 있다. 불법정치자금과 무노조전략으로 인한 나쁜 이미지도 있지만, 세련된 기업문화로 다른 기업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업 이미지를 날려버리는 것은 한 순간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27일 삼성전자 주총에서 최고경영자인 윤종용 부회장이 보여준 모습은 비록 짧은 기억으로 끝날지 모르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이미지에 흠집을 내기에 충분했다.

주총 직후, 구조본 관계자들과 삼성전자 홍보업무 관계자들은 “광고비 다 날려먹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렇다. 윤종용 부회장 개인의 캐릭터 때문인지 조직적으로 대응방침을 그렇게 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삼성전자는 윈-윈게임으로 주총을 진행하여 불법정치자금으로 인해 훼손된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만회할 기회를 완전히 놓쳐버렸다.

만약 그날 윤종용 부회장이 주총 시작하자마자 주총질서유지권은 의장인 나한테 있으니 말 안 들으면 모두 가만두지 않겠다며 주주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않았다면 어땠을까? 불법정치자금 제공자를 윤리강령에 따라 징계할 것을 요구하는 참여연대에, 최종적인 검찰 수사나 사법처리 결과를 보고 차분하게 검토해보겠다고 하며 답변을 끝마쳤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신문과 방송에 삼성전자 주총 사태가 대서특필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경영진의 진지한 답변 태도가 회사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었을 것이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수조원 중에서 쏟아부은 광고비를 비록 짧은 순간이나마 날려버리고 그 훼손된 이미지를 복원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치러야 할 유무형의 노력과 자금이 아깝기 그지없다.

물론 삼성그룹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은 이미지 훼손은 짧은 순간이며 최고의 기업 삼성은 금방 회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삼성그룹이 가진 기술력과 영업 능력, 성장 잠재력이 그대로 반영되어야할 기업 가치가 그로 인해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삼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참여연대나 일부 불순한 세력이 아니라 삼성그룹내의 일부 임원들임을 자각하기 바란다.

박근용(참여연대 경제개혁팀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