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13-05-30   4617

[자원활동가 인터뷰] 피플티비 김혜인님

 

[자원활동가 인터뷰]

함부로 ‘코끼리를 쏘지’ 않을 사람

– 피플티비 자원활동가 김혜인님

       자원활동가 김혜인

그와 만나기로 한 날, 여름을 재촉하며 하루 종일 내리는 비가 잘 내려다보이는 약속장소에 내가 먼저 도착했다. 비와 잘 어울리는 커피 한 잔을 혼자서 오래도록 즐기고 난 뒤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화장기 없는 말간 얼굴에 쑥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저는 정말 인터뷰할만한 사람이 아닌 데요’ 라고 첫마디를 건넨다. 현재 참여연대의 예전 영상기록물을 디지털화 하고 있는 김혜인 자원활동가다. 

 

한 때 국가기관에서 인턴활동을 하기도 했던 혜인님은 안정된 삶을 추구하는 것이 꼭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도 어느 순간부터 그저 삶을 즐기는 여유로운 삶을 살고 싶기도 했다고. 그러나 그의 마음 한 구석에서는 언제나 미해결된 ‘욕구’하나가 남겨져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건 바로 끊임없이 발생하는 여러 가지 사회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멋진’ 일을 나도 과연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어떤 특별하게 튀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만 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알고 싶었다.

“그동안 피플TV에서 방송했던 내용들을 계속 보게 되니까, 조금씩 의문이 풀리더라구요. 특별한 사람들만 이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조금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는다면 나같은 평범한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자원활동가 김혜인

자원활동으로 참여한 역사탐방 프로그램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냥 무심하게 걷던 거리가 새롭게 보이고, 새로운 사람들과의 접촉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받았다. 그는 이렇게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할 때가 행복하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보아 넘기던 일이, 누군가에게는 사소해 보일지라도 자신의 내면에는 정말 좋은 느낌을 주고 마음을 여유롭게 해 준다.

 

그는 참 조심스러운 사람이다. 그가 말을 하는 속도는 듣는 내가 받아 적는 속도보다 빠르지 않다. 그는 참 신중한 사람이다. 마음속에 무엇인가가 떠올라도 그것을 정확히 표현하는 말이라는 확신하지 않으면 말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모습이 스스로는 답답하다. 그래서 자신이 느끼는 것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다른 누군가에게 쉽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조지오웰의 에세이 “코끼리를 쏘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영국 식민지 당시 버마에서는 코끼리를 키우는 집들이 많았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쇠사슬을 끊고 탈출하다가 우연찮게 누군가가 다쳤다고 신고한다. 그러나 정작 달려가 보니 그 코끼리는 사람을 공격하기는커녕 너무 평화롭게 풀밭에서 풀만 뜯고 있었다. 스스로의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절대 그 착하고 순한 코끼리를 쏘고 싶지 않았지만, 총을 쏘리라고 기대라는 군중들이 자기를 에워싸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코끼리를 쏘고 만다. 

 

우리는 살면서 ‘누군가들’에게 등 떠밀려 무죄한 혹은 무죄인지 유죄인지 확신할 수 없는 ‘코끼리’를 쏘는 일이 수없이 많을 것이다. 또 어느 순간 정말인지 아닌지 직접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언가가 옳다고 떠들고 있다. 그러나 비 오던 날 오래 기다려 만난, 단어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골라서 천천히 이야기하는 혜인님은 절대 ‘코끼리를 쏘지’ 않을 사람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다만 그는 누구보다 자기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고, 타인의 시선보다는 스스로의 확신에 의해 천천히 자기 길의 한 발을 내딛는 사람이다. 그런 많은 ‘김혜인님들’이 참여연대 안에서 촘촘한 눈길을 주고 있는 한, 우리도 역시 함부로 ‘코끼리를 쏘지’는 않을 수 있지 않겠는가. 

 

김혜인님은 2012년 12월부터 피플티비에서 참여연대 영상기록물을 디지털화하는 자원활동과 시민참여팀의 문화프로그램(봄나들이, 답사 등)에 자원활동 중입니다.

작성 자원활동가 김정주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육아’를 믿고 두 아이를 방목하는 매우 불량한 엄마. ‘아이와 함께 제주도 배낭여행 하기’라는 책을 한 권 쓴 주제에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썼다고 우기는 사람.  당분간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쓰는 ‘사람여행가’로 살 예정,   학부모가 사교육에서 잘 탈출하도록 돕는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현재 한겨레신문에 쓰기 시작 함.  그래도 꿈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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