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5-01-28   937

[인턴후기] 탈핵 : 안전한 대한민국

 참여연대 15기 인턴프로그램은 세상을 뒤흔들 상상력으로 가득 찬, 20대 청년친구들 24명과 함께 2015년 1월 2일(월)부터 2월 12일(목)까지 6주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 6주 동안 우리 인턴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애드보커시 방법론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직접행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됩니다. 이번 후기는 ‘노수현’ 인턴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참여연대 인턴에 지원한 것은 나 스스로 사회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자 하는 의도였다. 청년 세대의 탈정치화 경향으로부터 나 또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흔하디흔한 표현이 되어버린 ‘탈정치화’ 논의에서 흔히 간과되는 점은 그것이 곧 보편적 의미의 무기력이나 관심의 실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광우병 사태나 세월호 사태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은, 각개의 비정치 영역으로 경도되었던 사람들의 관심이 여전히 하나의 의제로 모아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물론 다수 대중은 자신의 생명권에 가해지는 직접적인 위협 이외의 사회적 부조리에 대해서는 쉽게 침묵하곤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실은 국민 전체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원전 문제야말로 한국의 정치 현실에 한 번 더 열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파급력을 가진 사안이라는 것을 반증한다. 다만 국민의 참여를 방해하는 각종 사회적 기제 때문에 아직까지 그 파급력은 잠재성으로만 존재하고 있으며, 따라서 당면 과제는 원전에 관한 은폐된 진실을 공론화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20150105-0212_참여연대 인턴 15기_(56)

 

  서두에서 이러한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은 것은 해당 사안에 대해 다소 무덤덤했던 나 자신의 무지를 정당화하기 위해서다. 나 또한 원론적으로는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었지만 사안의 실질적 심각성과 정치 어젠다로서의 잠재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다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 원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막연하게나마 인지하고 있었지만 2013년, 부대‘에 있을 당시 심각한 전력난을 겪으며 몇 주간 ‘전기 없는 생활’까지 하던 경험은 나를 원전 옹호론자들에게 암묵적으로 동조하게끔 만들었다. 치솟는 전력 수요 속에서는 원자력만이 해답이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원자력발전은 화력발전처럼 대기오염을 시키지도 않으며 석유보다도 지속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것은 멀고 먼 미래의 일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20150105-0212_참여연대 인턴 15기_(57)

 

  김익중 교수는 강연에서 내가 기대하던 것 이상의 완결성으로 탈핵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시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말은 그간 내가 탈핵론에 대해 의문시하던 것에 대한 통합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강연은 우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으로 출발하여 그 심각성을 서두로 다뤘다. 그 과정에서 방사능 폐기물 처리 문제 또한 언급되었는데 폐기 시설의 지속 기간이 짧기 때문에 계속적인 증축 소요가 있다는 것, 그리고 위치 선정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비용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인간의 짧은 역사에 비하면 폐기물 보존 기간인 10만 년은 영원한 세월인데 당장의 필요에 의해 막대한 영속적인 예측불가능성을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원전 사고 앞에서 절대적인 안전이란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일정한 확률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급되었다. 그리고 사고 확률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기간에 따라 더욱 증가함을 보였다. 이 사실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고리 원전 연장 가동 계획과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이 제시되어 원전 문제가 결코 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우리가 가장 원전 문제에 민감해야 함을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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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김익중 교수는 탈핵이 ‘지금 당장’ 달성 가능한 현실적 목표라고 주장한다. 원자력 발전은 이미 사양산업이며 탈핵은 세계적인 경향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러한 탈핵 경향을 더욱 극적으로 심화시켰지만 한국은 그러한 경향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을 각종 지표를 통해 증명해냈다. 또한 이러한 ‘원전 신화’의 배후에는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무모한 신앙을 조장하는 소위 ‘원피아’와 ‘전력소모 증가는 곧 경제 성장’이라는 무분별한 성장주의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때까지 내가 원자력 발전 문제에 대해 비교적 ‘쿨한’ 입장을 취할 수 있었던 것은 전력 수요의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수단이 원자력이라는 막연한 믿음 덕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신재생에너지 활용의 어려움이 원피아에 의해 과장되고 있으며 그러한 적극적인 방해 작업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전력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다는 강연 내용은 내게 새롭게 다가왔다. 한편 강연 중에 문제는 전력 공급의 부족이 아니라 전력 수요의 급등에 있다는 논지에 대하여, 전력 수요가 급등하게 된 이유와 그 조절 방안에 대한 별다른 설명이 없다는 아쉬움에 강연이 끝나고 질문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만족스러운 대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한국의 값싼 전기 요금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를 줄일 유인을 쉽사리 발견하지 못하며, 오히려 많이 쓰는 쪽이 수익이 나는 기형적인 시장 구조에서 한국의 높은 전력 사용량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의 성장신화에 의해 단단히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원전 문제에 대한 나의 최종적인 판단을 아직 유보하려 한다. 김익중 교수의 강연이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원전 문제에 대한 뒤늦은 관심과 탈핵론자의 주장에 대한 완결적인 이해이며, 원전 찬성자들의 주장 또한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김익중 교수의 강연이 나와, 다른 많은 인턴 친구들에게 가져다준 영감을 격하할 생각은 없다. 그것은 분명 우리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원전에 대한 무의식적인 신앙과 그로부터 비롯된 무관심을 효과적으로 불식시켜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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