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5-02-01   867

[인턴후기] 모두가 함께 느끼며 배웠던 민주적 소통 워크숍

 참여연대 15기 인턴프로그램은 세상을 뒤흔들 상상력으로 가득 찬, 20대 청년친구들 24명과 함께 2015년 1월 2일(월)부터 2월 12일(목)까지 6주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 6주 동안 우리 인턴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애드보커시 방법론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직접행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됩니다. 이번 후기는 ‘김영석’ 인턴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이번 수업은 이대훈 씨와 함께하는 민주적 진행자 교육이었다. 시작에 앞서 우리는 의자를 둥글게 모아놓고 둘러앉았다. 이대훈 씨는 이 강의는 자신이 아닌 우리 모두가 스스로와 서로에게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하셨다. 자신은 강연자라기 보단 진행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하셨다. 실제로 강연 내용의 대부분은 게임과 토론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강연방식은 처음이었다. 우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강연의 내용은 서로의 입에서 나왔다. 신기한 경험 이였다. 후기엔 다루지 않겠지만 강의내용만큼이나, 이런 강연프레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곰곰이 생각했다.  

 

20150105-0212_참여연대 인턴 15기_(41)

 

 이대훈 씨는 또한 친근하게 불러줄 것을 강조했다. 그래서 내가 이대훈 교수를 이대훈 씨라고 칭하는 것이다. 강연을 두 가지 키워드로 나누면 ‘의사진행’과 ‘몸’이다. 후기를 읽는 당신은 16기 인턴활동에 직접 참여할 것이라 믿는다. 의사진행 과정 및 토론은 와서 직접 해보도록 하고, 나머지 반 쪽인 ‘몸’에 대해서 풀어보도록 할 것이다.

 

 처음으로, 우린 각자 2명씩 짝을 지어 쌍방의 대화를 시작했다. 규칙이 있었다. 서로 1분 씩 혼자서 말을 하고, 나머지 사람은 토 달지 않고 마냥 듣는 것 이였다. 우리는 아직 무슨 뜻인지도 모를 ‘민주적 소통’을 가지고 어색하게 두서없이 떠들었다. 그렇게 2분이 지나고 룰이 바뀌었다.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하는데, 듣는 사람은 화자에 대한 무관심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옆에서 친구가 말을 하는데 무시하고 연락이 온 게 없나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 것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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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이도저도 아닌 어색한 시간이 끝나고 다시 둘러앉았다. 이대훈 씨는 첫 번째, 두 번째 대화에서 발화를 할 때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발표를 했다. 다들 첫 번째 대화 때는 다들 어수선했음에도, 편하게 발화를 할 수 있었지만, 두 번째 발화는 따분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첫 번째 대화에서 서로 편안한 대화를 하는데 있어 촉진 역할을 했던 것이 뭐가 있었는지, 각자 발표 했다. 바로 나온 것들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눈을 맞추는 등 이었다. 그 외에 다양한 눈빛과 움직임 그리고 스킨십(?!) 등 더 많은 요소들이 나왔다. 또한 위에 말한 제스처들은 화자가 강조하고자 하는 타이밍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져야 효과가 극대화 되는 것이었다. 우리의 대화는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무의미해 보이는 대화도 영상예술, 음악, 문학처럼 정점에 다다르고, 포커스가 집중되는 어느 지점이 있다. 그 지점에 다다르지 않은 시점에서 아무리 고개를 끄덕여 봤자 어색하기만 한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대화는 단순한 언어의 작용이 아니라 훨씬 더 복합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 모두가 이 복잡한 작용에서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OD20150120_민주적진행자워크숍_ (40)

 

 그 다음으로 진행한 것은 릴레이로 인간 액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서 최초로 포즈를 취하면 한 사람씩 들어가고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앞 사람에 동작에 맞춰 새로운 포즈를 취하는 것 이였다. 첫 번째 테마는 ‘반가운 사람들끼리 만났을 떼’였다. 한 바퀴 돌며, 엇비슷하면서도 다양한 동작들이 나왔다. 그 다음 테마는 ‘쳐다보기도 싫은 사람을 봤을 때‘였다. 다들 사이가 좋아서 어색한지 머뭇거리면서 시작했다. 동작들이 대부분 비슷했다. 째려보거나, 때리는 자세를 취하거나, 멀리서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위의 활동에 대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의 몸은 어떤 상황에 마주 했을 때 놀라울 정도로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찾아낸 위 두 활동의 차이점은 시선과 몸의 위치였다. 첫 번째에선 어떤 포즈를 취하건 거의 모든 자세에서 바로 앞에서 마주보고 있던 반면, 두 번째에선 때리는 포즈를 제외하고 모두 다른 곳을 보고 더 거리를 뒀으며, 완전히 다른 방향에 있었다. 싫은 사람들끼리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질 일이 아예 없는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으로 발견했던 것은 팔의 선이었다. 정말 놀라웠다. 우리 몸에 보이지 않는 점을 축으로 팔이 이루는 선이 모든 것을 관통하고 있었다. 우리가 긍정적인 포즈를 취할 때 어떤 포즈 던 팔이 항상 곡선을 이루고 있었고, 반대의 경우에는 직선을 이뤘다. 긍정적인 액션에서 한번 보자. 하이파이브, 어깨동무, 악수 등 동작들엔 항상 팔이 곡선을 이룬다. 만약 악수를 건네는 한 팔이 뻣뻣한 직선을 이룬다면 그 두 사람은 매우 권위적인 관계일 것이다. 이 팔의 직선을 이루고 있는 상태는 몸에 어느 정도 힘이 들어가 있어 위협에 대해 신속한 대처를 할 수 있다. 가드 올리는 포즈도 완전히 정적이고 직선의 동작이다. 반면 곡선을 이루고 있는 상태에선 완전 무방비 상태이다. 때리면 그냥 맞을 수 밖에 없다. 고대 중국에는 손님이 주인 집에서 나갈 때 허공에 항아리를 안듯이 팔을 높게 들어 둥글게 말아서 인사를 한다. 이것은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습니다’라는 의미를 내포하는 인사법인데, 팔 또한 완벽한 무방비 상태의 곡선을 보인다. 한 친구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같이 있어보면 동작이 굉장히 정적이고 뻣뻣하게 굳어있다. 그 친구를 떠올리며 측은한 생각과 함께, 이 팔의 선으로도 그 친구의 어려움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20150105-0212_참여연대 인턴 15기_(39)

 

 우리나라의 교육은 몸을 절제하고, 구속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다. 그렇기에 본인도 그러했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몸의 소통적 기능과, 그 속성에 대해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정말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으며, 이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소통하는 몸은 단순히 상대에 대한 의사뿐 만아니라, 권력관계까지 품고 있는 잡탕 그릇이다. 우리는 우리 몸에 대해서 단순한 신체기관이 아닌 사회적 도구이자 표상으로써 몸을 조금은 더 깊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

 

20150105-0212_참여연대 인턴 15기_(38)

 

 다소 난잡한 후기였다. 이 강연은 전반부 본인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강의였다. 이외에도 ‘폭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OX 퀴즈 및 토론,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진행법‘ 에 대한 번개토론 및 번개발제 활동 등을 했다. 2시간 만에 너무 많은 것을 해서 진이 다 빠졌지만,정말 뜻 깊은 강연 이였다. 우리나라에선 민주적 소통에 대한 교육은 전혀 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래친구가 아닌 다른 사람과의 소통은 대부분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는 생각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슬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소중한 사람들이 하나 하나 떠오르며 더 많은 사람이 이 자리를 함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 소통에 대하여 이해를 한다면, 사람이 순수한 인간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좀 더 따듯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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