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5-02-06   966

[인턴후기] 청년 문제는 개인의 문제인가?

 참여연대 15기 인턴프로그램은 세상을 뒤흔들 상상력으로 가득 찬, 20대 청년친구들 24명과 함께 2015년 1월 2일(월)부터 2월 12일(목)까지 6주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이 6주 동안 우리 인턴 친구들은 인권과 참여민주주의, 애드보커시 방법론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직접행동을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함으로써 미래의 시민운동가로 커나가게 됩니다. 이번 후기는 ‘최혜은’ 인턴이 작성해주셨습니다. 

 어느덧 세 번째 주. 이번 주의 첫 오전 프로그램은 권지웅님이 열어주셨다. 권지웅님은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민달팽이 유니온의 위원장이자, 서울시 명예 부시장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청년 활동가이다. 3주동안 인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난 분들 중 가장 나이 차이가 적어서인지, 마음에 와닿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인턴 프로그램 하면서 많이 듣고 말한 단어 중에 하나가 바로 ‘청년’이다. 그런데 막상 청년의 정의를 물어보자 답하기가 어려웠다. 힌트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이 특별법에서는 청년을 15세 이상에서 3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청년에 대한 법적인 정의는 오직 이 특별법에서만 찾아 볼 수 있었다. 청년 문제가 일자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청년을 단순히 ‘고용취약계층’으로만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간 청년 문제를 경제적 갈등으로만 파악하고, 이 갈등을 개인의 능력으로 해결하도록 요구해온 기성세대의 시각이 그대로 담겨있다. 청년들은 그들의 말대로 내가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면, 이 게임의 승리자가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 것이라 믿었다. 마치 진열대에 놓인 카메라처럼 사양(仕樣, specification)을 적어 놓고 나를 사갈 주인을 기다렸으며, 선택 받지 못할 때마다 스스로의 능력을 탓하게 되었다. 스스로를 쓰레기, ‘나레기’라고 불러가며 자존을 잃어왔다.

 

20150105-0212_참여연대 인턴 15기_(37)

 

권지웅 위원장은 악순환의 시스템 속에서 청년들의 삶이 이토록 위기에 몰렸음에도, 이 위기의 원인과 해결을 모두 개인에게 돌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느꼈다. 다양한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 활동가들과 이 문제의식을 나누고 “우리나라 최초로 청년문제를 법적으로 다루는 역사적인 일”을 시도했다. 그 결과물이 지난 12월 서울시의회를 통과한 ‘서울시 청년 기본 조례’이다. 청년의 권익 신장과 자립을 위해 노동, 주거, 부채경감, 청년문화 활성화 등 청년의 삶 전반에 대한 서울시의 정책 형성 및 집행에 대한 책무를 21개 조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례안을 만들기 위해 청년 단체들의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권지웅 위원장은 ‘각자에게 당장의 이익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내가 해도 되는 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 모두 나의 문제를 나의 힘으로 해결하라고 요구 받아왔고, 그래서 서로가 서로에게 무관심한 듯이 보이지만 다들 마음 한 켠으로는 누군가가 함께 무언가를 해보자는 제안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비단 몇몇의 청년 활동가들만 그런 기다림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들도 이 기다림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다. 이미 2013년 말, 우리는 ‘안녕들 하십니까?’ 하는 안부 인사에 수많은 청년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하는 모습을 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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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앞선 세대가 ‘민주화’라는 하나의 가치와 집단적 승리의 경험을 공유한 반면에 우리 세대는 함께 공유하고 있는 가치가 없고, 집단을 이뤄 무언가를 바꿔본 승리의 경험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또한 개인이 개인으로 설 수 있는, 최소한의 자존을 위한 것들마저 모두 잃은 청년들은 ‘협동’하지 못하고 ‘힐링’만 찾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두 가지는 묘하게 섞여 청년들이 ‘집단’에 대한 터부를 갖도록 했다. 정치적인 일을 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정치적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청년들의 정치 혐오, 탈정치화는 인턴 프로그램 하면서 우리끼리도 많이 이야기 했던 문제라 굉장히 공감이 갔다. 집단에 대한 터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작게라도 집단적 승리의 경험을 공유하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 하셨다. 

 

 강의 끝에 권 위원장은 시민 활동에 대해 “이거라도 안 하면 내 마음이 불편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해결방법이 옳지 않다는 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는, 아주 인상 깊은 말을 남겼다. 나 역시 시민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이렇게 인턴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이런다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정말 뭐가 바뀔까’ 의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믿음과 의심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지만,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은 청년들과 청년의 힘에 대한 믿음인 것 같다. 남은 3주의 시간 동안 그런 믿음이 내 안에 뿌리 내렸으면 좋겠다. 

 

*참고자료: 청년 기본조례 발의 기자회견문 (http://seoulyg.net/?p=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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