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13-09-16   5428

[자원활동가 인터뷰]시민참여팀 전미영님

 

[자원활동가 인터뷰]

참여연대에서 자원활동은 일곱 색깔 무지개처럼 다양한 ‘남녀노소’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중 단연 대학생 자원활동가들이 많습니다. 매주 참여연대 2층, 시민참여팀에서 반송된 참여사회를 보고 회원들에게 주소확인 전화와 회비가 납부되지 않는 회원들에게 안내 전화를 하고 있는 새내기 대학생, 전미영님을 인터뷰했습니다.

 

“단순, 단단, 단아”,  3단이 생각나는 사람

시민참여팀 자원활동가 전미영님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어느 오후, 아주 오래된 어느 전통찻집에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20대 초반의 그이가 전통찻집을 마음에 들어 할까 살짝 걱정했는데, 메뉴판을 살펴 본 그는 달콤하고 자극적인 메뉴들을 뒤로하고 의외로 녹차 ‘세작’을 주문한다. 인터뷰 내내 그 차를 천천히 오래 우려내 마시는 모습이 참으로 단아하다.


시민참여팀 자원활동가 전미영

참여연대에서 자원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고교 졸업 후 바로 1달간 참여연대 인턴프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뭔가를 더 해보고 싶은 아쉬움이 남아 자원활동을 시작했다. 간사들의 생활도 궁금하고, 참여연대와의 ‘연’을 끊고 싶지 않았다. 대안고등학교를 다녔는데 오래전부터 이런 활동들을 자연스럽게 항상 생각해 왔던 것 같다.”

 

어떤 자원활동을 하나? 일하면서 겪은 특별한 사건은?

“주로 회원들에게 우편물을 발송하는데, 단순작업 속에서 힐링을 느낀다. 회비미납 회원들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는데, 어떤 회원들은 마치 내가 광고전화를 하는 것처럼 기분 나쁘게 받기도 한다. 스스로 회원에 가입해 놓고 왜 마음이 변했을지 참 이상하다. 어느 날 어떤 회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막 화를 내는 거다. 그런 경우에 나는 그냥 피하고 말았는데, 그 분이 왜 그런지 이해하려 하고 회원 한 분 한 분과 끝까지 소통하려고 하는 간사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자원활동하면서 좋은 점이 있나?

“어릴 때부터 환경연합이나 참여연대 같은 시민단체가 높고 멀리 보였는데 6개월 정도 자원활동을 하다 보니 이제 소속감이 느껴져 뿌듯하다. 무슨 일이든 피곤하고 재미없고 그러면 중간에 멈추고 그랬는데, 이건 시작을 한 이상 제대로 끝을 맺고 싶다. 좋고 싫고를 떠나서. 지루하고 그렇더라도. 그런 경험을 해본 경험이 없었으니까 해보고 싶다. 하는 일 자체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지만, 참여연대에 오는 것 자체가 좋다.”

 

일하면서 참여연대에 대해 달라진 생각은?

“재정자립이라는 것이 참으로 힘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참여연대는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시민단체라서 안 흔들릴 것 같은데, 정부지원금이 없이 유지된다는 것이 정말 힘든 일 같다. 간사들이 정말 일이 많다. 예전에는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굉장히 자유로운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자유를 바치는 사람들이다. 야근도 많고 일도 많다.”

 

늘 생각만 하던 곳에 어느 날 그저 한 걸음을 들여 놓았고, 그 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계속 자원활동가로 남아있는 사람, 단순한 일들 속에서 힐링을 받는다는 미영씨. 사실 삶이란 건 이토록 단순한 것이 아닐까. 세상을 바꾸는 건 어쩌면 이런 단순한 행동들이 아닐까 생각하다가 그의 개인적인 생활도 궁금하다.

 

개인적인 취미생활은?

“학교에서 ‘동굴탐험연구회’ 회원이다. 주로 국내와 해외의 개방되지 않는 문화재적 보존동굴에 간다. 일반 개방된 동굴과는 많이 다르다. 건물 30층 높이의 수직굴도 내려간다.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고 들어가야 하고, 어떤 때는 14시간 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깜깜한 동굴 속에 있었던 적도 있다. 그땐 너무 힘들어서 배고픈 것도 몰랐다. 너무 추워서 다 함께 껴안고 노래 부르고 그러고 나서, 서로 더 친해지고 그런 것이 참 좋다. 동아리 광고할 때 멋진 동굴 사진을 보고 그냥 멋있을 것 같아서 가입했는데, 선배들이 아들 딸 키우듯이 해줘서 힘들다고 중간에 빠질 수가 없다. 나가면 역적 된다. 인제 못 헤어난다.” (웃음)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은?

“장점인지 단점인지 맨 날 헛갈리는데, 오지랖이 넓다. 거절을 못해서 일을 많이 맡게 되고, 팀플에 강하다. 리더를 맡으면 사람들을 모으고 참여를 이끌어 내는 편이다. 못하는 것은, 남한테 맞춰주는 거다. 화장도 안하고 다니고 옷 입는 감각도 없다고 친구들한테 맨 날 욕을 먹는데, 그냥 꿋꿋이 산다. 사람들한테 다 맞춰 살려면 너무 힘들다. 남에게 맞추기보다 그냥 내가 편한 데로 산다. 이런데 와서 자원활동도 하고 그런다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착하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한다. 좀 자기중심적이다. 어릴 때부터 늘 비주류 인생이었다.”

 

나중에 하고 싶은 일은?

“시민단체도 괜찮은데 자신은 없고, 기자가 되고 싶다. 사회부 쪽? 그런데, 솔직히 느낌만 오지 잘 모르겠다. 왠지, 이미 사회에 있는 직업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 세상에 없는 직업을 하고 싶긴 한데 뭔지 잘 모르겠고, 계속 찾아 볼 거다. 지금은 과제도 재미있고, 전공(사회학) 수업을 들을 때가 제일 좋다.”

 

동굴탐험이야기를 한 순간부터 나는, 단아하게 차를 마시는 미영님이 장비를 갖추고 깜깜한 동굴을 탐험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어둡고 춥고 단단한 동굴 벽 앞에서 그는 아마도 더욱 단단해지지 않을까? 세상에 없는 일을 찾아서 하고 싶다는 그런 단단한 생각은 동굴탐험에서 나오는 것일까? 박노해 시인은 사람을 볼 때면 3단을 생각한다고 했다. ‘단순한가? 단단한가? 단아한가?’ 나는 혼자 대답해 본다. ‘미영님은 단순하다, 미영님은 단단하다, 미영님은 단아하다.’

 

“근데 저, 사실 디게 찌질해요. 아직도 엄마가 깨워주지 않으면 일어나지도 못해요. 어제도 학교 수업시간 다 돼서 일어나서 엄마한테 안 깨워줬다고 막 짜증내고 그랬거든요. 진짜 찌질하죠?” 게다가, 귀엽다. ^^*


작성 자원활동가 김정주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육아’를 믿고 두 아이를 방목하는 매우 불량한 엄마. ‘아이와 함께 제주도 배낭여행 하기’라는 책을 한 권 쓴 주제에 여행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썼다고 우기는 사람.  당분간 사람들을 만나고 그 이야기를 쓰는 ‘사람여행가’로 살 예정,   학부모가 사교육에서 잘 탈출하도록 돕는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를 현재 한겨레신문에 쓰기 시작 함.  그래도 꿈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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