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통인] 사랑하는 너에게 꽃편지를 보낸다 – 세월호 엄마들과 함께한 꽃누르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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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오후 참여연대 카페통인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시민들이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꽃누르미 그림엽서를 만들어보는 작업을 한 것입니다. 꽃누르미 작품이란 얇게 눌러 말린 꽃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카페통인에서는7월 17일부터 8월 12일까지 꽃누르미를 소재로 한 작품 전<너희를 담은 시간_스무 살> 전이 열렸습니다. 이 전시와 연결하여 체험 행사로 꽃누르미 작업을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한 것이죠. 살아있다면 스무 살이 되었을 안산 단원고 아이들을 위한 가족들의 꽃편지들을 먼저 만나볼까요?

 

스무 살이 된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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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족 꽃잎편지 <1>정민이 이야기 ⓒ참여연대

 

이 작품은 가지 잎을 말려서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자동차를 갖고 싶어했던 정민이를 위해 엄마가 만들었어요.

“정민이가 수능이 끝나면 여행을 간다고 했어요. 또, 사촌 형아가 3개월 동안 영국으로 배낭여행 갔었는데 정민이도 가고 싶다고 했구요, 그래서 많은 여행을 다니라고 차를 선물해주고 싶었습니다.”

 

스무 살이 된 아이에게 엄마는 편지를 씁니다. 하늘의 별이 되지 않았다면 이번 여름방학 때 아이는 해맑게 웃으며 여행 떠났겠지요. 하늘나라에서라도 여행 많이 다니라고 엄마는 꽃으로 만든 자동차를 선물했습니다. 이 자동차를 타고 씽씽 멋지게 여행다니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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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족 꽃잎편지<2> 민희 이야기 ⓒ참여연대

 

엄마가 민희에게 보내는 편지는 어른이 된 민희의 멋진 모습이었습니다. 엄마는 이렇게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우리 민희는 어려서부터 쿠키, 빵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하늘나라에서도 요리사가 되었으면 하고 만들었어요.”

 

영화나 티브이를 보면 멋진 파티쉬에, 제빵사들이 나옵니다. 일은 힘들지만 맛있는 빵을 만들면서 뿌듯해하는 제빵사들을 보면 정말 멋지죠? 엄마는 민희의 못다핀 꿈을 그림으로서라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스무 살,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딸의 모습은 이렇게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쿠키를 굽고 있는 민희가 이쁘게 웃고 있네요.

 

세월호 가족들이 쓴 꽃누르미 엽서 속에 아이들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잊지 말아달라는 가족들의 염원,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깝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된 것이 꽃누르미 작품 전시회입니다. 참사 2주기에 안산에서 전시가 시작됐고 서울 은평, 광화문, 광주, 창원, 진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참여연대 카페통인에서 많은 이들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보내는 꽃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참여연대에서는 매주 서촌노란리본공작소를 운영하는 등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행사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이 번 수요일 저녁시간 노란리본공작소는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일반 시민들도 참여하여 꽃누르미 엽서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평소 서촌노란리본공작소를 자주 오시던 자원활동가들과 꽃누르미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참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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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가족이 작품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작업에 앞서 어머니들이 전시의 내용에 대해, 꽃누르미 작품을 하게 된 과정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스무 살이 된 아이 무엇을 선물해줄까? 엄마들이 생각 많이 했어요. 아이들은 그러잖아요, 내가 크면 아빠차 내가 가질거야라고. 그래서 아들을 둔 어머니들은 자동차 꽃작품을 많이 했어요. 그리고 딸을 둔 어머니들은 결혼하는 모습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래서 웨딩드레스를 입은 작품을 많이 만들었어요. 만들때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차츰 꽃으로 여러가지로 표현하면서 웃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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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진상규명은 시작도 못했다는 한 어머니의 설명에 참가자들이 귀 기울이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안산과 목포를 오가면서 세월호 인양작업을 지켜보는 한 어머니가 세월호 인양작업을 곁에서 지켜본 이야기를 들려 주기도 했습니다.

“목포항에서 인양작업을 지켜보고있습니다. 어제부터 침몰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받는 철근 더미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조사가 진행될 지 잘 살펴보겠습니다. 저번 주까지 아이들의 유류품, 교복 치마등이 나오고 있어요. 진상조사 규명,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우리 아이들을 잊지 말아주세요. 그리고 목포항에 꼭 한번 다녀가 주세요.”

 

박근혜 정부 시절 세월호 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 섰습니다.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며, 세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는 차가운 땅 위에서 노숙생활을 했습니다. 가족들은 그 긴긴 시간 기다리며 짬짬이 무언가를 만들었습니다. 노란 리본을 만들 때도 있었고, 뜨개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꽃으로 엽서를 만들고 아이들을 생각 하며 편지를 썼습니다. 그 결실이 이번 전시로 시민과 만난 것입니다. 함께 꽃편지를 만들며 우리는 그 어려웠던 시간을 되짚어봅니다.

 

서로를 위로하는 꽃누르미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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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조심스럽게 꽃으로 모양을 내고 있습니다ⓒ참여연대

 

어머니들의 설명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어머니들의 도움으로 꽃만들기에 들어갑니다. 얇은 꽃잎을 갖고 모양을 만들 기란 색다른 경험입니다. 몇 번씩 실패를 거듭하면서 조금씩 방법을 알아갑니다. 만드는 과정을 살펴볼까요? 일단 머 리 속으로 그림을 구상합니다. 그리고 꽃을 색깔이나 크기, 모양등을 살펴서 고릅니다. 구상한 모양으로 꽃잎을 하나 하나 놓아갑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마른 꽃은 쉽게 부서지기도 하고, 맘먹은대로 형태를 만들기가 어렵군요. 실패 다시 또 도전… 만들다 보니 멋진 작품이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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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훗!. 만들고 나니 완전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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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모아놓으니 더 아름답습니다  화려한 패턴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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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한 상근활동가가 꽃으로 귀여운 고양이를 만들었습니다.  한 어머니가 이 엽서를 너무 갖고 싶어하자 선뜻작품을 선물합니다.  선물을 받고 너무 좋아하시는 어머니! 저희도 선물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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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고 나니 모두 즐거웠습니다. 우리는 또 꽃으로 아이들을 기억하게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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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누구나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작업입니다. 어떤 이에게는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나 간담회가 다가서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꽃작업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게 다가서고 아이들의 못다한 꿈을 이야기합니다. 이로써 세월호 희생자들은 다만 아픈 사건을 겪고 하늘나라로 떠난 어떤 존재가 아니라, 그가 이루고 싶었던 꿈, 어른이 되어 하고 싶었던 일들, 누군가의 착한 딸, 누군가의 귀여운 아들, 못다한 삶의 이야기로 기억할 것입니다. 꽃은 멀리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향기 때문이죠. 꽃향기가 퍼져나가듯 꽃누르미 작업도 널리 퍼져나가기를 바랍니다. 작품 너머로 우리 아이들이 꽃처럼 화사하게 미소 짓고 있습니다. 

 

 

 

 

세월호를 기억하며 노란리본을 만드는 곳, 서촌노란리본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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