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1-02-08   2332

[인턴후기]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인턴후기] 평화를 주제로 직접행동을 준비하며
‘통일’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이 있나요?  –
 인턴 이선화


 


 어렸을 때 학교에서 배웠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절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당시, 어린 마음에는 통일이 금방이라도 이루어질 듯이 보였다.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철조망을 거두고, 사람들의 왕래를 허락하고, 북한사람들과 어울려 사는 일이 뭐 그렇게 힘들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서 시간은 흘렀고, 어느덧 2011년이다. 필자가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발을 딛는 중요한 순간들마다 솔직히 ‘통일’을 고민할 기회는 없었다. 가끔씩 나오는 이산가족 상봉 뉴스나 금강산 여행 기사를 접했을 뿐이다. 아니, 기회가 있었다 하더라도 분명 나는 다른 데로 관심을 돌렸을 것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니까. 그렇게 불투명한 현실보다는 스펙을 쌓고, 내 눈앞에 벌려 놓은 일들을 처리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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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 방학, ‘그저 단순한 호기심인지, 아닌지’ 예전부터 고민해왔던 시민단체에서 인턴을 할 기회를 얻었다. 사실 지금도 모르겠다. ‘시민 참여’ 팀에 속해서 부서 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좀 다른 분위기 때문인지, 아니면 참여연대와 내 생각이 여러 모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인지(물론 동의하는 부분도 있다.), 나는 여전히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내 적성에 맞는 것인지 알 수 없다. 내가 너무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고, 어쩌면 고민한다는 자체가 내가 겪고 있는 변화를 반영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들로 인턴기간을 보내던 중, 평화군축센터 박정은 실장님의 부서소개를 듣고, 조별로 ‘평화’를 주제로 직접행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직 기획안 작성도 하지 않은 지금, ‘통일’이라는 주제로 토론 하면서 떠올린 생각들을 적어보겠다.


 


 한반도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끔찍한 비극을 겪은 지도 어느덧 60년이 넘었다. 그 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남북의 경제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는 것, 북한 내 인권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남북관계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한국사회에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작년 ‘천안함 사건, 김정일-김정남 3대 세습, 연평도 포격사건’등 빅이슈가 터지면서 올바른 대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고민들이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우리 조가 함께 토론한 주제는 “남한은 북한의 미래인가?”였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통일에 대한 견해를 정리했는데, 문득 과연 우리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통일을 찬성하든지, 반대하든지 한 쪽의 태도를 취하려면 우선 통일에 대한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한, 통일, 평화…라는 주제는 우리 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이슈이다. 내가 어떤 견해를 내놓든지, 모든 이가 동의할 수 있는 해법은 없는 듯 보인다. 그래서 대다수는 무관심과 침묵으로 애써 모른척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타인의 비판과 손가락질을 받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무는 것보다 나쁜 것은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언젠가 통일이 도래할 것이라면, 우리 세대에게도, 다음 세대에게도 통일이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고려해 봤을 때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야 함이 마땅하지 않은가.


 하지만 강의를 듣고, 조별 토론을 진행하고, 발표를 준비하면서 나부터 그간 얼마나 통일에 무관심했었는지 새삼 깨달았다. 무관심은 결코 문제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으로 현실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통일 이후 남한이 짊어지게 될 경제적인 부담이 걱정되면서도 그 때문에 무작정 통일을 미루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이를 대비해서 차근차근 준비단계를 밟는 편이 훨씬 현실적일 것이다. 큰 병이 난 후에야 후회하고 병원을 찾기보다는 병이 나기 전에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통일’을 공론화할 수 있는 기회와 장소가 필요하다. 현재 통일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극히 일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 말 연평도 사건 이후 ‘흡수통일’ 논의가 활발해 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솔직히 이것이 꼭 나쁘다고만 보지는 않는다. 여러 가지 통일 방법은 각각 나름의 장단점을 갖고 있다. 다만 감정적이고, 과격하며, 일방적인 논의는 타인을 침묵하게 만들고, 긍정적인 토론 분위기를 망치는 주범이므로 피해야 한다. 통일에 대한 해법은 ‘통일’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이제 어느 덧 인턴기간도 반을 훌쩍 넘었고, 약 2주의 시간이 남아있다. 어떻게 하면 남은 기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짧지 않은 6주라는 기간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인턴이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간 생각해보지 않은 여러 사회 이슈들을 진지하게 고민할 기회가 있었다는 것만으로 이미 많은 것을 배운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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