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2-02-13   2118

[9기 인턴후기] 차가운 겨울을 이기는 뜨거운 참여

12월 27일부터 2월 9일까지 20명의 20대들이 참여연대에서 “행동하니까 청춘이다”라는 이름으로 9번째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시민사회에 대한 교육 및 체험을 통해 느낀 소감을 여러차례에 걸쳐 후기를 올립니다.

 

 

차가운 겨울을 이기는 뜨거운 참여

9기 인턴 강현구

 
 날씨가 매우 춥다. 기온이 내려가자 많은 이들이 더욱 두터운 외투를 입고, 목도리와 장갑, 털모자로 무장(?)하여 겨울에 맞이한다. 그러나 차고 거센 바람은 그러한 철저한 준비조차 무력하게 만들어버리고 사람들은 몸을 움츠리고 동동 걸음으로 길거리를 걸어간다. 어떤 이들은 외출을 포기하고 난방을 틀어 방바닥을 따뜻하게 하고 이불 속에서 몸의 온기를 채우기도 한다.

 하지만 9기 인턴들은 방 안에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얼마 전 정부에서 새로 건설될 노선의 운영권을 민간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KTX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철도공사에서 유일하게 흑자가 나고 있는 노선을, 국민들의 세금으로 만든 철도를 일부 재벌들을 위해 바치겠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참여연대 인턴 9기 중 5명이 ‘신민아’(신자유주의 민영화 아웃!)라는 이름의 조를 꾸려서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기로 했다.

인턴-1 128_1.jpg

 

먼저 피켓을 만들어 KTX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한 내용을 시민들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그리고 신나는 음악을 개사하고, 율동을 만들어 시민들이 흥겹게 우리의 주장을 들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음악 하나를 골라, KTX 민영화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는 가사를 만들고, 한두 번만 보고도 따라 하기 쉬운 율동을 만들어서 거리에서 추기로 했다.

우리조의 대부분은 이렇게 거리에서 시민들과 직접 마주하며 자신의 주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다. 혹여나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무원들이나 경찰이 와서 문제 삼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상한 분들이 와서 ‘이 빨갱이들!’이라고 소리를 지르면 어쩌나,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을 하였다. 실제로 인사동 거리 입구에서 율동을 하였을 때 한 공무원이 다가와 ‘전통문화’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만두라고 따지기도 했고, 한 아저씨가 오셔서 민영화를 해야 한다며 호통을 치시기도 하였다.

인턴-1 144_2.jpg

 

하지만 이러한 반응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고, 우리의 걱정은 단순한 걱정으로 머물렀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우리조의 흥겨운 반대에 호응을 보여주었다. 인사동에서 율동을 할 때에는 또래친구끼리 놀러온 중학생 친구들이 율동을 하던 중간에 들어와 같이 춤을 추기도 하였다. 마지막 행선지였던 서울역에서도 춤을 추던 중 한 일본인이 함께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기도 하였고,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많은 시민들이 우리들의 즐거운 반대를 지지해준 것이다.

지난해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의 농성 현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청소∙경비노동자들에 대한 학교의 부당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로 많은 이들이 분노를 하였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농성현장에서 종종 즐겁게 웃고 춤을 추었다. 한 경비노동자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였고, 청소노동자들은 평소 즐겨 부르던 노래 가락에 맞추어 춤을 추었다. 그렇게 노동자들은 두달의 농성을 버티었고 결국 다시 학교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시민들, 약자들이 저항을 할 때 힘을 가진 이들은 우리들의 웃는 모습, 즐거워하는 모습에 더 두려움을 떨게 된다. ‘아니, 저들은 왜 그렇게 힘들게 저항하고 농성을 하는데 왜 웃는 거지? 저러다가 계속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그들이 하게 된다. 날씨가 아무리 춥지만, 아무리 차가운 것도 뜨거운 것에 닿으면 녹게 된다. 아무래도 추운 것이 힘 있는 자들의 ‘꼼수’ 때문에 더욱 추운 이 겨울을 시민들의 즐거운 율동으로 솟아나는 뜨거운 열기로 녹여내는 것을 꿈꿔본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