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청소년 테이블 토크 <세월호, 우리들의 이야기> 잘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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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테이블 토크 <세월호, 우리들의 이야기> 잘 마쳤습니다!

 

 지난 5월 23일(금) 저녁, 참여연대 1층 카페통인에서 청소년 테이블 토크 <세월호, 우리들의 이야기>가 열렸습니다. 급하게 준비되어 참가가 저조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여 소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습니다. 특히 등하교길 홍보물 덕분인지 참여연대와 이웃하고 있는 학교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서 ‘참여연대가 학교 옆에 있는지 몰랐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등 앞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른들의 목소리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청년들의 목소리, 과연 청소년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요? 또, 어떤 생각과 느낌을 가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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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테이블 토크 <세월호, 우리들의 이야기>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희생자들과 실종자들을 위한 추모의 묵념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음은 무겁지만 머리는 가볍게’라는 취지로 서로 마음을 여는 간단한 공동체 놀이와 자기소개 시간도 가졌습니다. 동그랗게 둘러앉은 테이블에서 자신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직접 적고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는 상황이 낯설었는지 처음에는 조금 망설이다가도 이내 서로 눈을 맞추며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니 그 눈빛만큼이나 다들 참 마음이 맑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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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을 빠르게 적어보았습니다. 보통 어른들이 청소년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청소년들은 잘 모른다.’거나 ‘더 공부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실제 세월호 참사의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또래 고등학생들이었는지는 몰라도 ‘언딘’이나 ‘JTBC’와 같은 구체적인 단어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본 사실들, 그리고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들, 이를 통해 갖게 된 나의 생각들, 그리고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또는 하려고 하는 것들에 대해 순서대로 하나씩 포스트잇에 적어 돌아가며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내가 배 안에 있었는데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면 나왔을까 가만히 있었을까. 또 내가 만약 선장이었다면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먼저 살폈을까 아니면 주변 사람을 먼저 살폈을까. 언론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 나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고 이후 며칠이 지나다보니 평소처럼 친구랑 수다 떨면서 웃고 있고 있더라고요. 저조차도 말로는 잊어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지만 이 순간에도 제 뇌리에서는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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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세월호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또한 이후에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회적 틀 속에서 살아가는 어른들보다 훨씬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자리를 통해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팽목항에 가서 유가족 분들을 돕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는 너가 무엇을 할 수 있냐,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시고,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거기에 맞출 수밖에 없는 나를 보면서 크게 실망했었어요.”

 

 격앙되지 않는 어조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대안을 고민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자신의 목소리를 기존의 틀 안에 가두는 청소년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청소년들의 생각과 행동을 자신들의 틀 속에 가두려는 우리 사회, 반복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늘 ‘나중에 너가 크면…’이라는 조건을 다는 어른들의 모습이 청소년들의 모습에 자꾸만 겹쳐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그 어른들이 청소년 또는 청년이었을 때, 남영호 사고로 300여명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으며, 대구에서는 지하철이 불타지 않았던가요?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작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는 어른들이 오히려 자신들의 편견에 따라 청소년들에게는 아무런 역할도 허락하지 않고, 이들 스스로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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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바꾸어 보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노란색 리본을 달고, 친구들에게 세월호 사건의 해결을 위한 서명을 권유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다가오는 선거에서 부모님께 선거를 하셨는지를 묻고, 그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 후보자에게 투표하였는지를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학생회 활동에도 더욱 관심을 갖고, 청소년들에게 투표권을 주자는 운동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런 자리를 왜 그동안 만들지 않았냐는 작은 항의의 표시를 받아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은 꼭 함께 만나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초대하겠다고, 더 많은 친구들 손을 잡고 오겠다고 서로 약속을 했습니다.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꼭 한번 하교 길에 참여연대에 놀러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청소년들과 참여연대의 아름다운 동행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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