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9-02-27   2573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⑧]점점 멀어지는 내집 마련의 꿈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여덟 번째 글은 권정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이 썼습니다.


정책방향과 실제정책이 판이하게 다른 정부

노무현 정부 시절,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는 말이 회자된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정책방향과 막상 정부가 내놓는 대책 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가리키는 촌절살인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요즘 저희들은 새 정부의 각종 정책을 보면서 ‘어쩌면 그렇게, 내세우는 정책방향과 구체적인 정부 정책이 다를 수 있는지’ 다시 한 번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활성화시키겠다’고 하지만, 막상 각종 교육 정책은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들 뿐이고, 무엇보다 ‘모든 정책의 핵심이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완화, 각종 감세정책 등을 비롯한 정부 정책의 대부분은 전체 국민의 2%, 아니 1% 미만의 극소수 부유층을 위한 것들이다 보니, 더욱 위와 같은 말이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우리나라 집값은 아직 비싸다. 더 떨어져야 한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지만, 막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거품이 빠져가는 부동산 시장에 안간힘을 쏟아서 새로운 거품을 만들어 경기부양의 동력으로 쓰려는 정책들. 청약점수가 오르기를 기다리며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던 서민들에게 ‘꿈 깨’라고 소리치는 것과 다름없는 정책들’만이 차고 넘치기 때문입니다.


제2, 제3의 용산참사 막기 위해서는 현재의 뉴타운, 주택재개발 방식 전면 수정해야
 
우리는 얼마 전 온 가족이 모인다는 민족의 대명절인 설을 앞두고, 철거민 5명과 경찰1명의 귀중한 목숨을 잃는 아픈 경험을 한바 있습니다.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고서야 비로소 재개발, 뉴타운 방식의 문제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실상 위 두 가지로 대표되는 도심 재개발 사업의 문제점은 진작부터 제기되어 왔으며, 심지어 최근에는 서울시 주거환경개선정책 자문위원회에서조차 ‘소형저가주택 감소, 도시정비사업으로 인한 전∙월세가 상승, 주거부담능력 격차 심화, 거주민(원주민) 재정착률 저조, 1~2인 고령자가구 증가, 2010~2011년 이주수요 집중, 지역별 수급 불균형, 아파트 공급위주 정비사업, 구릉지 등 자연경관 훼손, 정비예정구역의 역기능 등’을 현재 실시되고 있는 도시정비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할 정도였습니다.

즉, 현재의 개발 방식은 ‘지나치게 개발이익을 쫓다보니 개발이익을 많이 남길 수 있는 중대형아파트 위주로 공급되고 있, 원주민 재정착율이 17% 정도에 불과한 원주민 몰아내기식 사업이 되고 있으며, 일시에 여러 곳의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개발로 인한 이주수요 급증이 소형주택 및 전세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정부는 작년 9. 19. 주택공급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수도권의 도심내 현재 예정된 공급물량 100만호에 80만호를 더 공급하고 기존의 공급예정물량 100만호도 뉴타운개발(광역재정비), 재건축•재개발의 절차단축을 통하여 더 속도를 내어 주택개발 사업을 촉진할 것임을 천명하는 등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시정하려는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부동산정책을 서민의 주거안정과는 동떨어진 오로지 경기부양의 수단으로만 인식하는 정부의 이러한 대책들이 마침내 용산참사로 연결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도심 재개발 사업의 목적이 ‘원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에 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위와 같은 본래의 목적을 충실히 살릴 수 있는 정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즉, 개발로 인한 이주수요를 개발사업 자체에서 흡수할 수 있는 순환개발방식을 채택하고, 소형주택 및 임대주택 의무건설 비율을 현행과 동일하게 또는 확대하여 원주민의 재정착율을 높이고, 또한 임대주택 입주민들의 소득수준에 따라 임대료를 차등 부과하는 등 임대주택 정책이 단순히 입주만으로 끝나지 않게 하여야 하며, 개발 사업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도시정비 사업이 명실 공희 50년, 100년을 내다볼 수 있는 도시계획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용산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서울시 의회는 도시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로 지정된 구역 중 사업이 부진한 곳에 자금지원, 융자 등을 통해 뉴타운 사업을 촉진하도록 하는 조례 개정안을 상정하고,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재건축의 경우 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비율을 폐지하도록 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용산참사의 교훈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오직, 현재와 같은 방식의 뉴타운·재개발로는 종전 거주지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영세 가옥주, 세입자들만이 정비사업지구 지정 취소 등을 주장하며 개발방식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구하고 있을 뿐입니다. 더 많은 희생이 발생하기 전에 새로운 개발방식을 고민하고,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인데, 이미 여러 전문가들이 제안한 정책이 많이 있으며, 무엇보다 ‘원주민의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표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대안 마련은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부동산가격 안정은 어떠한 정책목표보다 앞서야 합니다.


우리는, IMF체제를 조기에 극복하려는 김대중 정부의 조급증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비롯한 각종 규제완화, 건설경기 부양으로 이어졌으며, 결국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킨 뼈아픈 경험을 한바 있습니다.

규제완화와 과잉 유동성을 바탕으로 부동산으로 쏠리기 시작한 돈은 노무현 정부 내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불러일으켰으며, 노무현 정부는 이러한 가격 폭등을 막고자 정권의 대부분의 역량을 투입하다시피 하였고, 임기가 끝나가는 2007. 말이 되어서야 부동산 가격을 진정시킬 수 있었습니다.

위와 같은 각종 정책의 효과 등으로 부동산 거품이 조금씩 빠져가고 있는 지금, 정부는 다시 종합부동산세 완화(사실상의 폐지), 재건축 용적율 완화·임대아파트 의무건설 비율 완화·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와 지난 11.3 발표한 ‘경제난국 극복 종합대책’에서 밝힌 바와 같은 건설회사 지원 10조원, 하천정비 비용 7천억 원을 포함한 공공건설투자 4조6천 억원 등 건설경기 부양을 경제극복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생각에 빠져 새로운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부동산 버블의 고착화가 일본식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한 목소리로 경고하고 있으나, 도대체 정부 당국자의 귀와 눈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입니다.


특히, 우리 국민들에게 주택은 단순한 주거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어, 주택가격 폭등이 이어질 때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상실감이 어떻게 표출될지, 이를 해결하는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될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이에, 주택가격 안정은 어떠한 정책목표보다 우선순위에 놓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고분양가가 원인이 되어 쌓여온 미분양아파트를 일시적 양도소득세 감면 등으로 해결하려 하고, 아무런 합리적 이유 없이 민간 분양가 상한제를 푸는 정책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입니다. 심지어 정부와 여당은 강남3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도 언제든 가능할 것처럼 언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특히, 2007.말 민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서 많은 서민들은 거품 빠진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청약점수를 높여가며 꿈을 키워왔는데, 제도가 시행된 지 불과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이를 폐지한다는 것은 서민들은 어떻게 되든, 부동산 거품을 조장하겠다는 고백과 다를 바 없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각종 규제를 완화하면서 그 후폭풍이 노무현 정부 내내 지속되었다는 교훈을 너무 쉽게 잊은 듯합니다. 투기지역해제나 민간 분양가상한제와 같은 정책은 한 번 폐지하였다가 다시 언제든 실시할 수 있는 정책들이 아닙니다. 규제완화로 인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 가격 폭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규제를 해도 된다는 발상은 터무니없기까지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지적하였듯이 우리나라 주택가격은 비정상적으로 높은 편입니다. 주택가격과 관련하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기준 중 PIR은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rice to Income Rate)을 의미하는 것으로, 통상 근로자 평균 연소득의 3~4배의 주택가격이 적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리나라 근로자 평균 소득이 연 4,500만원이라고 할 때, 적정 주택가격은 1억3천 만원~1억 8천 만원 수준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서울은커녕 수도권에서조차 위 가격의 주택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정도니, 우리의 주택 가격이 얼마나 높은 것인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면, 당연히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여 터무니없는 주택 가격을 정상화시키는 정책을 펴야 함에도, 정부의 정책은 정반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시장이라면, 가격이 비싸서 팔리지 않는 물건(미분양 아파트)의 가격은 내려야 팔리는 것이고, 주택 가격의 거품이 빠져서 실수요자들도 선뜻 구매에 나설 때 부동산 거래활성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극심한 경기불황을 겪으면서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부동산 거품을 제거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은 이후 안정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만 유독 부동산 거품을 뒷받침하는 각종 정책들(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개발·재건축의 각종 규제완하  등)을 계속 시행한다면 이후 경제회복기에 다시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경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사회 안정에도 큰 장애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 또한, 부동산 가격 안정이 어떠한 정책 목표보다 앞서야 하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을 뽑은, 그 서민들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잊지 말아주시길…


앞서, 정책방향과 거꾸로 가는 정부 정책(이런 이유로, 저희는 정부의 정책이 정부가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1% 미만의 극소수 부유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에 대해 이야기하였지만, 국민들이 정부의 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 어느 곳의 부동산을 구입하여야 남들보다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을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내가 이웃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곳의 주거환경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을지를 더 많이 고민할 수 있도록 정책을 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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