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8-12-03   694

[제11호 개혁정론] 여당이 제출하고 야당도 합의한 법안이 예산당국 때문에 좌절될 수도 있습니까?

예산당국이 국회 위에 존재하나요?

IMF의 고통이 우리 사회공동체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지금, 정부는 400만 이상의 국민들 의 최소한의 생계유지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습니다. 왜냐하면 여야 합의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예산당국의 비협조로 통과가 지연되고 있기때문입니다. 저희는 이 문제가 단순히 예산상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실업문제에 대한 기본 인식과 정책의지의 문제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공식 실업자 157만명(9월 현재) 중 110만 이상의 실직자와 300만에 다다르는 그 가족들이 기본적인 생계대책조차 없는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놓여 있으며, 저축이나 가족의 지원마저 몇 개월 이후에는 다 소진되어 생존의 위협과 가정 해체의 위기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입니다.

국민의 1/10이 실직에 의한 고통과 생계곤란에 휩싸여있는 지금 정부의 예산배정의 우선 순위는 과연 무엇입니까? 도시가계 가운데 최하위 십분위 계층의 근로소득 의존도가 88%(1994년)에 이르는 상태에서 이미 주수입원이 중단 또는 격감된 저소득 가구의 생존문제를 향후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경기회복으로만 해결한다는 발상은 反 복지를 넘어 비인간적인 대응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함으로써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 하는 것은 정책적 선택의 차원이 아니라 한계계층 실직자와 그 가족의 생존이 걸려있는 국가로서 당연히 해야할 필수적 조치입니다. 특히 지난 40여년 간의 산업화과정에서 계속 경제적으로 소외되어온 계층들이 현재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가장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이 무산되는 것은 이들에게 다시 '국가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좌절감'을 줄 것이며, 정말 국가가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들게 만들 것입니다.

정부와 국회는 고통받는 국민들의 원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생계파탄으로 인해 가정이 해체되는 등 막대한 휴유증과 그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할 것입니까? 현 IMF 체제하에서 겪고 있는 저성장 고실업의 경제구조에서 야기되는 사회적 해체현상을 극복하고,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하여 현 정부는 기존의 사고틀을 한단계 뛰어 넘어 저소득 실직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강도있게 실천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제도적 장치로서, 국민이 어떠한 경우에 처해서도 최소한의 생계유지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반드시 지금 통과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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