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1998-12-10   731

[제12호 개혁정론] 지주회사허용, 아직은 시기상조

최근 정부와 국민회의는 그간 대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지주회사를 허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공청회를 거쳐 유보하기로 공식 결정한 지주회사 허용 안을 추가적인 논의 없이 갑작스레 처리키로 한 것은 여론과 적정절차를 무시한 부당한 입법방식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5대 그룹이 개혁방안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제대로 실천될 것인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서 지주회사를 먼저 허용해 주겠다는 것은 너무 위험한 발상입니다. 더구나 5대재벌 모두가 금융업을 주력업종으로 선정하여 계열금융사를 통한 편법적인 자금조달과 총수의 경영권 강화를 의도하는 것으로 의심되며, 5대 재벌 합의안에서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을 위한 개혁안이 지극히 미흡한 현 시점에서 지주회사 허용은 재벌개혁을 후퇴시킬 우려가 있습니다.

지주회사의 허용이 유보된 와중에도 5대재벌들이 기존의 사업지주회사형태를 이용하여 이 업종간의 상호출자를 비약적으로 증대시켜 왔다는 것은 이미 여러 가지 통계를 통해 증명된 사실입니다. 이는 결국 5대재벌들이 출자를 통한 지배력의 유지, 확장경향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지주회사를 허용하여야 한다면 최소한 순수지주회사이외에 사업지주회사를 통해 경제력의 확장을 도모하는 행태는 절대금지하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이번 지주회사허용법안에는, 지주회사를 제외한 모든 재벌계열사에게 지난 2월 철폐되었던 출자총액제한이 다시 적용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또한 지주회사가 구 일본 재벌과 같은 형태로 변질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지주회사를 부활시키면서 달았던 제한조건, 즉 경제력집중을 야기하는 지주회사를 금지시키는 조건도 붙여야 합니다.

5대재벌에 대한 개혁작업은 이제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는 공정위가 제출한 지주회사법안을 수정한 법안을 국회에 입법 청원하고자 합니다. 지주회사 허용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저희들의 견해를 진지하게 검토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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