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기타(od) 2007-07-23   2103

<안국동窓> 긴급경보, 제2의 시화호사태가 임박했다

제2의 시화호사태가 임박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서둘러 이 문제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그야말로 초대형 쓰나미를 맞게 될 것이다. 제1의 시화호사태에서는 9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혈세를 탕진했다. 그러나 제2의 시화호사태에서는 최소 2~3조원에서 최대 10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혈세를 탕진하게 될 것이다.

시화호는 애초에 담수호로 계획되었다. 방조제로 바다를 막아서 거대한 담수로를 만들겠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시화호 건설사업은 수자원공사가 계획해서 시행했다. 그러니까 온갖 과학적 우려를 묵살하고 잘못된 시화호 건설사업을 강행해서 제1의 시화호사태를 초래했던 장본인은 바로 수자원공사인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수자원공사가 다시금 제2의 시화호사태를 초래하게 될 모양이다. 시화호 건설사업보다 훨씬 거대한 시화호 개발사업을 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시화호 개발사업은 크게 세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시화 방조제를 조력발전소로 바꾸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북쪽 간석지에 ‘시화MTV’라는 이름의 대형 ‘신도시’ 개발사업(280만평)을 벌이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쪽 간석지에 ‘송산 그린시티’라는 이름의 초대형 ‘신도시’ 개발사업(1720만평)을 벌이는 것이다. 세 사업에 드는 비용은 10조원을 훨씬 넘는다. 그리고 세 사업은, 특히 ‘시화MTV’와 ‘송산 그린시티’는 어렵게 되살아난 시화호의 자연을 거의 모두 파괴해 버리고 말 것이다.

시화호는 방조제를 막자마자 급속히 썩고 말았다. 그 결과 논란 끝에 결국 갑문을 열어서 영구적으로 해수가 유통될 수 있도록 했다.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주변의 지역사회와 자연에 끼친 해악까지 고려하면, 그 경제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른다. 그런데 자연의 치유력은 놀라워서 시화호 주변의 갯벌과 초원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자연을 회복하게 되었다. 지금 시화호는 세계적으로 드문 복원된 생태계를 자랑하고 있다. 여기저기 고라니가 뛰어 놀고, 검은머리물떼새와 황조롱이같은 천연기념물들도 이곳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개발업자와 투기꾼의 눈에 살아 있는 자연은 ‘황무지’이자 ‘개발대상’일 뿐이다. 그들은 인천시가 송도의 갯벌을 매립해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여서 막대한 개발이익을 챙기는 것처럼 시화호에서도 똑같은 식으로 막대한 개발사업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을 열심히 해 왔다. 그 결과 시화호의 자연을 사실상 모조리 없애고자 하는 엄청난 규모의 개발사업을 수자원공사가 추진하게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을 하라고 수자원공사가 설립된 것인가?

‘시화 MTV’는 당장 8월부터 공사를 시작하도록 계획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이곳에서 환경부 지정 보호종인 맹꽁이의 서식지가 발견되었다. 이 때문에 ‘시화 MTV’의 착공이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때문에 수자원공사는 조기착공을 강행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환경부가 수자원공사의 편을 들어주었고, 수자원공사는 맹꽁이의 서식지를 없애는 공사를 지난 7월 18일 무렵부터 강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서 안산시 시민단체들은 공사현장에 천막을 설치해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자세한 내용은 안산환경운동연합의 홈페이지를 참조). 현재의 상황은 몹시 절박하다.

건교부와 수자원공사는 지역 시민사회와 합의를 통해 개발계획을 수립해서 추진하는 모범적 사례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른바 ‘시화지발협(지역발전협의회)’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협의회에 참여한 지역의 몇몇 시민단체들은 결코 지역 시민사회의 ‘대표’가 아니다. 오히려 지역 시민사회에서는 이 협의회에 참여한 단체들에 대한 심각한 비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그 내용은 극히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박선권 박사(고려대, 사회학)가 수행한 이 협의회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이 협의회는 협의의 형식을 빈 또 다른 국가적 동원의 기제에 가깝다. ‘시화 MTV’의 필요성이나 그 건설로 빚어질 환경피해와 같은 기본적 문제에 대해서조차 이 협의회는 믿을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파괴되어야 하는 것은 시화호의 자연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제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잘못된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을 벌이는 수자원공사야말로 파괴되어야 할 대표적 개발공사일 것이다. 시화호에서 또 다시 엄청난 혈세의 탕진과 국토의 파괴가 자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2의 시화호사태가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임박한 제2의 시화호사태를 막기 위해 한국의 시민사회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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