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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홍성태칼럼
  • 2007.12.01
  • 1026
2007년 대선의 후보등록이 모두 끝났다. 이제 후보들은 열심히 운동해야 하고, 시민들은 열심히 평가해야 한다. ‘선거운동기간’은 사실 ‘집중평가기간’이다.

대통령은 가장 강력한 권력이므로 대통령 선거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후진부패세력이 정부기구와 공공기관을 점령해서 이 나라를 부패의 수렁으로 완전히 밀어 넣을 수도 있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또한 부패지수가 40위권인 부패대국이기도 하다. 한국의 문제는 경제에 있지 않다. 너무나 많은 개발과 투기, 그리고 부패가 한국을 비정상적 기형국가로 만들었다.

2007년 대선은 병적 과잉상태에 이른 개발과 투기, 그리고 부패의 문제를 해결하고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는 정치적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가 신중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또한 이를 위해 후보에 대한 시민의 평가와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터넷을 사실상 봉쇄한 선거법과 각종 토론회를 거부한 한나라당의 태도는 유감스러운 차원을 넘어서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수 있다.

아무튼 이번 대선은 여러 면에서 대단히 희한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까지 드러난 사실들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의 특징을 간단히 정리해 보자.

첫째, 이제까지 나타난 2007년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일단 ‘이명박 신드롬’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는 ‘독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한국의 정치사에서 초유의 일이다. 숱한 의혹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가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식으로 ‘이명박 신화’는 완성될 것인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①이명박 후보의 ‘개인적 매력’이다. 그에게 반한 사람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은 것인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의 시대’에 재벌기업의 최고경영자 출신이자 대단한 부자인 이명박 후보는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매력을 지닌 후보가 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민주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이명박 후보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②한나라당 지지세력의 총결집이다. 그러나 이것은 박근혜 의원과의 경선에서 상당한 내파의 양상을 보였으며, 결국 이회창 후보의 등장으로 깨져버렸다. 정말로 이명박 후보가 위태로워서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아마도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 중요할 것이다.

③보수언론의 결집과 이명박 후보의 언론전술이다. 보수언론은 다소 분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기도 하지만, 이미 서울시장 때부터 이명박 후보를 강력히 보호하고 지지했다. 그리고 이명박 후보도 서울시장 때부터 언론의 이용에서 ‘탁월한’ 면모를 보였다. 이런 점에서 ‘이명박 신드롬’은 상당한 정도로 이명박 후보의 언론전술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④민주개혁세력에 대한 거부이다. 제도정치 민주개혁세력의 잘못에 대한 반발로 그 지지자들 중의 상당수가 이른바 ‘보수꼴통’이 아니면서 경제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보이는 이명박 후보를 강력히 지지하게 되었다. 정책의 혼선을 거듭하면서 지지자들이 대거 이탈하게 한 것이야말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의 가장 큰 잘못일 것이다.

둘째, 비록 조사기법에서 여러 문제들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이제까지 드러난 지지도는 ‘보수세력의 급강화와 개혁세력의 급약화’로 요약할 수 있다. 현재까지 유력 후보는 이명박, 이회창, 정동영의 세 명이다. 그러나 좀더 냉정히 말하자면, 이명박과 이회창의 대선이 될 가능성도 높다. 2007년 대선은 보수세력의 두 파벌을 대표하는 두 사람이 대통령 선거에서 자웅을 겨루는 역사상 가장 희한한 대선으로 끝날 수도 있는 것이다.



셋째, 쿠데타와 같은 불법적 권력장악에는 대다수 시민들이 반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화 20년에 걸맞은 민주사회가 확고히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반민주의 문제를 크게 안고 있는 냉전적 반북관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민들도 여전히 20%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주의도 여전히 50% 이상의 시민들에게 핵심적 선택의 기준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주의의 위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마도 80%를 넘는 대다수 시민들이 경제성장을 최고의 목표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결코 성장의 정체에 있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특히 참여정부 5년 동안, 한국 경제는 고성장을 거듭했다. 무역규모는 무려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고성장 속의 양극화와 생태위기’로 요약할 수 있다. 재벌을 대표로 하는 소수의 특권층과 부유층이 경제성장을 강조한다면, 다수의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은 복지의 증진을 강조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정당한 이론이 통하지 않고 있다. ‘경제주의의 지배’가 강화되면서 만인의 투쟁이라는 난민사회의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 경제주의, 성장주의, 개발주의, 지역주의, 남성주의, 재벌국가, 토건국가, 투기사회, 학벌사회, 부패사회 등의 여러 문제들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선진화’의 과정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복지주의, 생태주의를 널리 확산하고, 그 결과 우리는 ‘생태적 복지사회’를 이룩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길은 아직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 길은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대선에서 후보에 못지 않게 공약에 큰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약은 후보의 소신과 능력을 정리해서 시민에게 공적으로 제시하고 약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공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시민의 손으로 좋은 후보, 좋은 지도자를 만드는 출발이다. 엉터리 공약, 부실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는 나쁜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고 선전하는 사기꾼과 같다. 이런 자는 나라를 사기와 부패의 나락으로 빠뜨리고 말 것이다.



역사의 변화는 장기적인 진퇴의 과정이다. 역사가 계속된다는 것을 믿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후손을 생각하면서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키워야 할 것이다. 민주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민주화의 민주화’라는 관점에서 우리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2007년 대선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지만, 이미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많은 함의를 던져주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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