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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8.04.25
  • 1519
  • 첨부 1

지난 4월 15일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학교운영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규제해왔던 29개의 지침들을 폐기하고 개별 학교가 알아서 시행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개별학교 운영에 있어 정부가 강압적으로 하라 마라 간섭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분명 좋은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막상 학생들, 학부모들, 교사들은 이런 '학교자율화조치'에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연일 이를 반대하는 기자회견과 토론회가 열리고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이 모여 '학교 입시지옥화 조치'를 철회하라며 촛불시위를 시작했다. 이들은 왜 '학교 자율화'라는 좋은 취지를 담고 있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조치에 반대하고 나선 것인가?

▷ 4월 24일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김경회 부교육감이 학교자율화 세부추진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그 배경에는 교육부의 방침이라는 것이 제목과 내용이 한참 어긋나 있고 포장과 알맹이가 완전히 다르다는데 있다. 4ㆍ15조치의 구체적 내용을 한참 들여다 보아야만 '학교자율화'라는 그럴싸한 포장과는 달리 이 방침이 학교를 과거의 낡은 관행으로 되돌리자는 조치이며, 학생들을 획일적 입시경쟁으로 몰아가는 입시몰입정책에 다름 아님을 알 수 있다. 

가령, 과거 한때 시행했던 '우열반'에 대한 규제를 푼다고 하면 대다수 학교가 '자율적'으로 우열반을 편성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공부 좀 하는 학생의 부모라 하면 'SKY 입시반' '특목고 준비반'을 만들자는 요구가 왜 안 생기겠는가? 학교가 나서 이런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우반'에 들어가면야 좋겠지만 모든 학생이 우반에 들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말이야 수준별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어 교육이 더 충실해진다고 하지만 내 자식이 열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면 어떻겠나? 학생은 학교 다닐 맛이 안날 것이며 그런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오죽하겠는가? 결국 우열반 편성은 대다수 학생과 학부모들이 우반에 들어가기 위해 한층 더 사교육에 목매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할 것이다.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을 금지하던 지침을 폐기하면 당연히 대다수 학교에서 0교시와 야간자율학습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학교별로 경쟁하게 하고 학교별 성적을 따져 재정지원도 달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마당이니 이렇게라도 해서 학교 성적을 올리려 혈안이 되지 않겠는가?  아침밥도 못챙겨 먹고 학교 가서 밤 12시나 되어 돌아오는 아이들의 모습은 측은하기 그지 없다. 물론 지금도 암암리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학교의 학습시간을 연장하는 것에 찬성하는 부모들도 계시리라. 그러나 솔직히 이렇게 학교에 잡아놓는다고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우리 모두 경험해 본 바 아니던가?
촌지나 찬조금을 금지하던 지침도 '자율적'으로 폐기하면 촌지수수관행, 찬조금 강요관행이 되살아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소위 '지침'이 버젓이 살아 있을 때에도 일부 학교에서는 교장이 앞장서서 학교발전기금을 학급별로 할당해서 수천만원씩 걷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지침’마저 사라지면 촌지와 찬조금은 매우 '자율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라는 돈 내고 내 아이만큼은 학교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부모들의 인지상정 아닌가?
사설모의고사 금지도 푼다고 하는데 사설업체들의 시험을 보려면 학생당 9000원의 응시료를 내야 하고 이중 1500원은 학교로 돌아간다고 한다. 어린이신문 강제구독을 금지하던 것도 규제를 풀면 한 달 구독료 3500원 중 600원 정도가 학교로 돌아온다고 한다. 학습부교재 선정과 관련된 지침이 사라지면 부교재 선정에 따른 약 20%대의 리베이트가 학교로 돌아갈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있겠는가? 당연히 ‘학교자율화’는 이 모든 것의 부정적, 일탈적 관행들의 '복고'와 '성행'으로 이어질 것이다.

단언컨대 '학교자율화'는 그 포장과 달리 알맹이는 학생들을 혹사시키고 학부모에게는 교육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교사들에게는 양심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불량정책이다. 우리나라 법에는 '허위과장광고'로 소비자를 속이거나 소비자로 하여금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이런 황당한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학교자율화'라는 그럴싸한 포장을 하여 국민들에게 '좋은 정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자 그럼 우리는 이것을 '포장의 미학' 쯤으로 치부하고 그냥 넘어가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속이는 '허위과장광고'로 따져 물어야 할 것인가?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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