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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8.12.08
  • 1656

'반MB 대연합' 아니라 한시적 정책연대
서민-중산층 살리기, 거기에만 집중하자
[민생민주대연합 논쟁]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정당·시민사회단체·종교계 등이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기치를 내걸고 범진보진영 공조를 선언했습니다. "극심한 경제위기와 혹독한 민생고를 극복할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며 사실상 '반MB전선'을 그은 것입니다. 하지만 '제2의 수혈론'이라는 등 반론도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러한 연대방식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견해가 다른 인사를 인터뷰하는 한편, 기고를 받고 있습니다. <편집자말>

12월 4일 '경제 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 각계인사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열린 이후 '민주연합론'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는 이번 연석회의를 주관한 민생민주국민회의(준)의 정책위원장을 맡아 연석회의의 기획과 제안, 정책생산, 각 정당과 사회단체 간의 정책조율과 행사진행까지 직접 담당했다. '연석회의'가 문제가 있다면 그 비판에 답할 당사자라 하겠다.

먼저 불필요한 억측이나 곁가지 논쟁을 막기 위해 사실관계부터 확인하는 게 좋겠다. 민생민주국민회의가 연석회의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11월 27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연합론'을 언급하기 이전인 11월 초부터이다.

심각한 경제위기 속에서 1% 부자들에겐 감세와 온갖 특혜를 안겨주면서 서민들에게는 고통을 전담하라고 강요하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일방독주를 막을 방도를 찾다가 이에 반대하는 제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의 공조를 가시화하겠다는 기획을 하게 된 것이다.

사실 연석회의의 구상에 직접 영향을 끼친 것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연합론 발언이 아니라, 별다른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지난 11월 4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가 국회 연설을 하면서 제기한 '경제비상국민회의'가 맞다.

이런 경과를 이야기하는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제 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간의 연대가 '민주연합론' 같은 큰 틀의 세력연대 혹은 정치공학적 접근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여당의 반민생 정책을 어떻게 저지할 것인가라는 현실적 고민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결국, 법안과 예산은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이고 이를 막을 수단을 강구하기 위해서는 원내 정치세력의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절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석회의의 성격을 정의하라 한다면 국회 정기회를 겨냥한 '한시적 민생 우선 정책연합'이라 하는 게 타당하겠다.

연석회의 계기는 DJ가 아니라 강기갑 제안... '한시적 민생 우선 정책연합'

  
지난 11월 18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에서 전국은행연합회 주관으로 열린 건설사 금융지원 프로그램 설명회에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들어가고 있다.
ⓒ 유성호
건설

민주연합론 논쟁에 가려 연석회의가 합의하고 발표한 내용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이날 제 정당과 사회단체, 각계인사들이 합의한 주된 내용은 경제위기 극복의 대원칙으로 '재벌대기업과 부유층의 고통분담'이 앞서야 한다는 것과 '서민·중산층에 국가재정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부자 감세와 부실건설사 퍼주기를 중단하고 그 재원으로 서민·중산층에 집중 지원하는 것이 경제위기 극복의 핵심 대안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책의 근간은 부자와 재벌대기업에 감세와 지원을 집중해 투자를 늘리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소위 '낙수효과' 이론이 더 이상 대안이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오히려 국가재정을 서민·중산층에 직접 지원하여 대다수 국민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고 이를 통해 내수진작과 경기부양을 이뤄야 한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20조 원의 부자 감세 대신, 제대로 세금을 걷어 연봉 2천만 원의 사회공공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드는 데 국가재정을 투여하는 것이 경기 회복과 서민생활 안정에 훨씬 더 효과적이며, 대량실업사태에 대비해 청년실업자·자영업 폐업자·비정규직 노동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할 것과 실업급여의 지급기간과 급여액을 대폭 늘리는 것이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대다수 가계에 가장 큰 부담을 안겨주는 교육·주거·의료·보육비의 부담을 덜기 위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함을 적극 제안하고 있다. 연석회의가 발표한 '3대 방향 10대 정책'은 경제위기극복의 방향 및 사회경제적 약자와 취약계층에 필요한 재정지원대책을 전반적으로 포괄하고 있다.

결국, 나랏돈을 어디에 쓸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논점이며 2009년 예산안이 어떻게 결정될 것인가에 따라 국민 생활에 직접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예산안은 재벌대기업과 일부 극소수 부유층에 나랏돈을 퍼주자는 것에 다름아니며 이에 맞서 제 정당 시민사회단체들은 '연석회의'의 10대 정책대안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직접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부자 특혜-서민 고통전담' 노선에 동조할 것인가

  
예산안과 감세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재개된 3개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담에서 참석자들이 손을 잡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선택 선진과 창조모임 원내대표,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
ⓒ 남소연
홍준표

주말 사이 감세법안에 대한 한나라당·민주당·선진당 사이의 타협으로 12일 예산안 처리가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 12일까지 시한이 남아있으며 시민사회의 반발과 민주당 내 논쟁이 진행 중이니 민주당이 연석회의의 공조를 완전히 깬 것으로 보기엔 이르다. 그러나 만약 현재의 타협안대로 예산안이 처리된다면 연석회의의 기본정신인 '부자 감세 대신 서민 지원'이라는 큰 틀의 방향에 어긋난 것이 되어 후폭풍이 거셀 것이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재벌대기업과 일부 극소수 부유층에 대한 편파적인 특혜 및 서민·중산층은 고통 감내'라는 2009년 예산안과 각종 법안에 민주당이 동의해준다면 더 이상 진보개혁세력의 공조 협력 대상이 될 수 없음은 자명하다. 아직도 민주당 내에는 자신이 야당인지 여당인지 분간 못 하는 국회의원들이 다수 존재하며, 이들이 '정치는 타협'이라는 현실론을 내세워 여러 상임위에서 한나라당보다 더 한나라당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정세균 대표와 민주당 내 개혁파들이 이런 개념 없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견인하여 자신들의 슬로건처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에 앞장설 것인지, 아니면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는 조중동 보수언론의 비아냥에 꼬리를 내리고 중산층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킬 예산안 법안처리에 동조할 것인지는 이제 민주당의 선택에 달렸다. 그에 따라 진보개혁 세력의 연대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의 연대, 가능성은 열려 있다

필자는 현단계 진보 개혁세력의 연대에 있어 반신자유주의 전선론에 입각한 선험적 '민주당 배제론'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동시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표방하는 모든 세력이 조건 없이 대동단결하자는 '민주대연합론'에 대해서도 그다지 동의하지 않는다.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을 강조하는 측은 한미FTA 반대를 기본전제로 제시하지만, 이번 정기회에서 중심적 논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부자 감세 대신 서민 지원'이라는 의제를 중심으로 이명박 정권 및 한나라당과 진보개혁세력 사이의 정책적 차이를 분명히 하고 국민의 힘을 모아내는 것이 급선무이다.

신자유주의 반대만 되뇌며 정기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특혜법안과 예산안에 대해 손 놓고 있기에는 상황이 급하고 향후 국민 생활에 끼치는 영향이 중하다. 원론만 강조하다 현실 문제에는 무능력한 세력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맞서는 모든 세력이 대동단결해야 한다는 당위론만을 앞세우는 것도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경제위기이며 위기극복 이후 열어 나갈 한국사회의 경제 발전 방향이 아니겠는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철지난 신자유주의 이념을 맹신하며 경제 대안으로는 재벌 덩치 키우기, 공기업 팔아먹기, 토목건설밖에 모르는 무능력한 집단이다. 과연 민주당은 그런 한나라당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가?

재벌대기업에 수탈당하는 중소기업의 문제를, 그리고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려고 하는지, 공기업 개혁 방향 및 에너지와 식량 위기에 대한 대안을 어떻게 고려하고 있는지에 관해 정책을 놓고 따져보지 않고 무턱대고 함께하자고 하기는 곤란하다. 위에서 열거한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 민주당 집권 10년 동안 더 악화되어온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결론은 이렇다. 지금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추진하려는 정책은 하나같이 서민·중산층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일부 극소수 부유층에 특혜를 안겨주는 것이므로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연석회의는 국민적 요구에 기반해 경제·민생 위기 극복을 위한 3대 방향 10대 정책을 제시했으며 민주당 역시 이 정책에 동의한 바 있다. 

이러한 한시적 정책연대가 진보개혁세력의 공조를 통해 성과를 얻게 된다면 경제위기 국면에서 국민의 고통지수를 낮추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과를 얻을 수 있느냐 여부는 정기회 동안 민주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원내활동을 할 것인가에 달렸다. 한편으로는 민주당 내부의 혼선은 예견된 것이며 민주당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진보개혁세력의 적극적인 압박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자유주의 반대 전선이 되었든, 민주대연합론이 되었든 이러한 실천적 연대의 경험과 성과 위에서 진전될 수밖에 없다. 진보개혁세력은 결코 단일하지 않으며 노선과 정책에 차이가 있지만, 시대적 상황과 국민적 요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공동의 과제를 합의할 수 있으며 국민이 공감할 만한 중심적 과제를 합의해내고 성과를 축적하는 실천적 연대를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어떤 세력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는가에 따라 국민적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진보개혁세력의 연대,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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