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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9.02.23
  • 1990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첫번째 글은 홍성태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이 썼습니다.

'경제죽이기'보다 더 우려스러운 '국토죽이기'

무참한 ‘용산 참사’가 일어난 지 한 달여의 시간이 흐르고, 어느덧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는군요.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잘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기나긴 1년이었다고 말합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대다수 사람들의 삶이 크게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삶의 기반인 민주주의의 위기를 절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우리 경제가 특히 어려워진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된 경제정책을 즉각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대통령’을 표방했지만 지난 1년의 결과는 ‘비경제대통령’이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요?

잘못된 경제정책을 강행해서 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외면당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교체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은 시장보다도 소망교회를 더 중시한다는 비판까지 제기되었습니다. 결국 강만수 장관은 본인이 ‘피해자’로서 그토록 없애고 싶어 하던 ‘종부세’의 완화만을 ‘실적’으로 남기고 무대에서 퇴장하고 말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그를 다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등용하는 식으로 여전히 그를 강력히 감싸고 있지만 이에 대해 시장은 역시 소망교회가 강한 모양이라고 비판하지 않을까요? 시장은 강만수 장관을 ‘기재부’ 장관이 아닌 ‘종부세’ 장관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가장 큰 잘못은 ‘경제죽이기’가 아닙니다.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극구 강행하고 있는 ‘국토죽이기’에 대해 더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제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수 있지만 한번 죽은 국토는 다시 살아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랄해의 참극’이 잘 보여주듯이 국토가 죽으면 경제가 다시 살아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해지고 맙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은 땅에서 어떻게 경제가 이루어질 수 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건국가의 극단화를 강행해서 ‘국토죽이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더 큰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녹색 뉴딜'의 실체 '회색 헌딜'
 
그 단적인 예는 바로 ‘한반도 대운하’입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절대다수 국민들의 식수원인 4대 강을 거대한 화물선이 오가는 운하로 만들겠다는 황당한 망국적 구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대한 정부조직들을 내세워서 이 망국적 구상을 강행하다가 절대다수 국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그러자 결국 2008년 6월 19일에 ‘촛불민심’에 대한 사과성명을 발표하면서 ‘한반도 대운하’를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포기’나 ‘폐기’가 아니었습니다. 반대의 뜻을 밝힌 80%가 넘는 국민들이 마치 ‘귀신’들이기라도 한 양, ‘국민이 반대한다면’이라는 조건을 덧붙여서 사실상 언제라도 재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12월 15일에 ‘4대강 살리기 사업’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2009년 1월 6일에 ‘녹색 성장’을 위한 ‘녹색 뉴딜’의 핵심사업으로 더욱 확대되어 다시 제시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8월 15일에 ‘녹색 성장’이라는 것을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발전전망으로 제시했습니다.

말 자체는 그럴 듯합니다. 그러나 그 실체는 핵발전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4대강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강행하는 것입니다. 결국 ‘녹색 성장’의 실체는 낡은 ‘회색 파괴’에 가깝습니다. 복지를 축소하고 파괴를 강행하는 ‘녹색 뉴딜’의 실체는 그저 ‘회색 헌딜’일 뿐입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그 자체로 토건국가의 극단화에 해당될 뿐만 아니라 사실상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더 그렇습니다. 대규모 준설, 강폭 확장, 하도 확장, 수퍼제방 건설, 댐 건설, 도로 건설, 주변 개발 등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생생히 살아 있는 강을 대대적으로 훼손하고 ‘한반도 대운하’의 기반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국토해양부는 생생히 살아 있는 4대강이 크게 망가져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 ‘거짓말 동영상’까지 제작해서 널리 유포했습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연쇄살인 홍보지침’과 같은 잘못이 이미 진작부터 저질러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 9일에 정보기술은 일자리를 줄이고 토건업은 일자리를 늘린다는 식으로 말해서 세상을 놀라게 했습니다. 한국의 토건업은 이미 오래 전부터 병적으로 비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선진국 되려면 정보산업·문화산업에 힘 쏟아야

개발과 투기로 엄청난 부를 쌓은 ‘강부자’는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을 한사코 지키고자 하지만, 사실은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의 정리야말로 시장의 절박한 요청이며 이 나라의 발전을 위한 최우선 과제입니다. 토건업은 고용효과와 체류효과도 크지 않을 뿐더러 ‘후진국’의 핵심산업입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삽질경제’가 아니라 정보산업과 문화산업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토건망국을 향한 질주입니다.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에 매년 막대한 혈세가 투여되고 있습니다. 그 혈세는 재벌을 위시한 ‘강부자’가 대부분 먹고, 다음에 지역의 토호들이 먹고, 끝으로 지역의 작은 지주들이 먹습니다. 대규모 토건사업에 조직적 이익을 걸고 있는 국토해양부와 각종 개발공사들이 이 참혹한 탕진과 파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문가의 명목으로 많은 ‘업자 학자’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지요.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정한 선진화’의 길은 ‘토건국가에서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토건국가의 극단화는 ‘강부자’와 토호를 위한 망국의 길입니다.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은 마치 아무도 모르고 있다는 듯이 행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이 스스로 ‘바보’를 자처했지만 누구보다 현명한 분이었듯이 바보처럼 잘 속고 멍청해 보인다고 해서 국민들이 바보인 것은 아닙니다.

그 누구라도 다수의 국민을 속이고 괴롭히는 정책을 계속 강행한다면, 우리의 역사가 생생히 입증하듯이 반드시 국민은 김수환 추기경처럼 현명하고 용감하게 실천할 것입니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자들이 바보라는 사실이 다시 입증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가리켜 ‘좌파 정부의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색깔론’으로 매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 1년이야말로 확실히 ‘잃어버린 1년’이자 ‘맹렬한 후진화의 1년’이었지요. 많은 국민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이 나라가 얼마나 더 후진화하게 될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지 크게 근심하고 있습니다.

"'삽질경제'에는 어떤 희망도 없습니다."

전두환 시대를 넘어서 박정희나 이승만은 물론이고 아예 식민지 시대로 가는 것은 아닐까요? 식민지 시대를 공공연히 찬양하는 ‘뉴라이트’가 권력을 장악한 세상이라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그토록 격렬히 비난하면서도 정작 두 정부가 저지른 가장 큰 잘못은 적극적으로 이어받아 강행하고 있지요. ‘경인운하’와 ‘한탄강댐’의 건설이 그것입니다.

두 사업은 경제성과 환경성이 모두 극히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판정되어 중단되었으나 결국 국토해양부를 위시한 토건세력의 집요한 공작으로 부활되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진정으로 넘어서고자 한다면,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토건국가의 문제를 개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이른바 ‘삽질경제’에는 어떤 희망도 없습니다. 그것은 혈세를 탕진하고 국토를 파괴하는 참으로 멍청한 경제일 뿐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삽질이 아니라 복지, 정보, 문화, 기술 등의 ‘진정한 선진화’의 길입니다. 더 이상 ‘오해’라는 오만한 말을 하지 마시고 부디 지난 1년을 겸허히 성찰하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가진 막대한 부를 올바로 이용하고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길은 결코 ‘삽질경제’에서 찾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한반도 대운하’의 1단계인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그저 ‘경악운하’일 뿐인 ‘경인운하’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진정한 선진화’의 길은 바로 곁에 있습니다. 더 이상 이 길을 외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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