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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9.02.24
  • 1687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두 번째 글은 전진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이 썼습니다.

정부정책 기록·공개 제대로 되고 있나

이명박 대통령께서 대통령이 되신지 1주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국민의 한 사람으로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것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부자감세, 방송법 등 각종 법률개정 등 저의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정책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에 벌어진 용산참사를 풀어나가는 방식에도 전혀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정책보다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은 찬성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정부가 세금을 내고 있는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며, 절차적 정당성을 얻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절차들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들이 체계적으로 기록화 되지 않고 공개되지도 않습니다.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습니다. 최근 국토해양부는 조작된 동영상으로 홍보를 해 빈축을 산적도 있습니다. 원칙과 배려가 없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기획재정부가 작년 말 대통령업무보고에 많은 예산을 썼다는 소식을 듣고 정보공개청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정부가 예산을 지출했으면 근거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아주 상식적인 것입니다.

그런데 기획재정부는 “업무의 원활한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우려가 있어 비공개” 한다고 밝혔습니다. 기획재정부의 이런 답변 태도가 현 정부의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보공개청구를 업무방해로 인식하는 공무원

정부 예산지출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청하는 것이 업무 수행을 방해한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답변은 시골 군 단위에도 하지 않는 답변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이런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은 너무나 심각한 것입니다. 투명성과 책임성을 망각한 행위라고 보여집니다. 정부가 투명성과 책임성을 포기한다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욱 기가 찬 것은 그 이후의 태도입니다. 이의신청을 통해 관련 자료를 받아보니 더 가관입니다. 예산내역을 항목별로 공개하지 않고 그냥 2000만원을 썼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엇을 감추고 싶기에 이렇게 답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000만원의 예산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못하는 데 몇 백조의 예산 지출을 국민들이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실태를 아무리 항의해도 필요가 없습니다. 제가 “청구한 자료가 아니니 정확한 내역을 공개해 달라”고 요구하자, 담당사무관은 “당신에게 왜 알려줘야 하느냐”, “더 높은 사람과 통화하라”는 답변을 듣기도 했습니다. 거의 막말 수준입니다. 전 이일을 당하고 나서 기획재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저는 기회가 되시면 대통령께서 정보공개청구를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시장 가셔서 상인들 위로해주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의 입장에서 공무원들이 어떻게 시민들을 대하고 있는지 느껴 보시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됩니다.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공개되지 않을 때 여론은 왜곡됩니다. 부정적인 인식이 급속도로 퍼지게 됩니다. 기업과 정부가 다른 점이 바로 이점입니다.

기업은 효율적으로 돈을 버는 것이 중요하지만 정부가 효율성만 따지다 보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깁니다. 좀 늦더라도 국민들을 최대한 설득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의 정책을 최대한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임기 내에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국민들의 알권리 급속도로 후퇴…정보공개법 개정․담당부처 신설 절실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것을 종합해 몇 가지 제안을 드립니다.

우선 지난 정권 말 기자협회 등과 합의했던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야 합니다. 지난 정권 때 행정안전부는 정보공개법 처벌조항 신설 등을 담은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완성한 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 이후 이 논의는 중단된 상태입니다. 정보공개법을 강화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정책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 국민의 알권리를 통합관리 하는 부처 신설이 매우 절실합니다. 현재는 행정안전부, 문화관광부 등에서 맡고 있지만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면 갈등이 생기고 오해가 생깁니다. 예전 국정홍보처도 대안이 아닙니다. 국정홍보처는 무조건 홍보만 했기 때문에 알권리를 위한 부처가 아니었습니다. 기록의 생산, 공개를 총괄하고 중요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전담하는 부처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공무원들이 정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보공개를 잘 처리하는 부처에게는 상도 주고 그렇지 않은 부서에게는 제재도 해야 합니다. 정책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교육에도 많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 우선 대통령께서 이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밝히셔야 합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지 않으시면 공무원들은 관심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이제 4년이라는 시간이 대통령께 남아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입니다. 김수한 추기경의 선종을 대다수 국민들이 슬퍼하는 것은 추기경이라는 직책 때문이 아니라 어려운 국민들에게 안식처와 같은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대통령이라는 직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어떤 존재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국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신다면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리더가 되실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부디 국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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