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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9.02.24
  • 1769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세 번째 글은 김희순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가 썼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꾸려진지 1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1년의 시간이 국민들에게 ‘벌써 1년’으로 다가오는지 ‘아직 1년’으로 다가오는지, 바로 오늘이 민심을 헤아리는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이 편지를 씁니다.

노동정책에 노동이 없다…오로지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였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유행시킬 정도로 친기업적 정책들을 지난 1년간 만들어냈습니다. 노동정책에 있어서도 친기업성이 가장 중요시 되었습니다.

인수위 때부터 ‘노동정책에 노동이 없다’고 비판받더니 2008년 3월 경제 5단체가 제출한 65개에 달하는 노동분야 규제개혁 요구안을 마치 정부의 노동정책 액션플랜처럼 착착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는 경제를 살릴 수 없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은 친기업적 정책을 통해 경제를 재벌을 살리고 부자를 살리면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를 통해 중소기업도 잘 살고 노동자도 잘 살고 서민도 잘 살수 있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래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거나 노동자의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조차 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며 이를 없애려했습니다.

하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친기업 정책이 아니라 적어도 친시장 정책이 필요합니다. 이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친시장성을 기준으로 정책을 생산했더라면 지금만큼 노동자를 탄압하는 반노동자적 정책을 생산하지 않았을 것이며, 규제완화 정책을 남발해 시장에 무질서를 초래하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약화시키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만약 그랬다면 현재의 경제위기 또한 좀 더 대응가능하고, 노동자와 서민에게 돌아가는 고통도 줄어들지 않았을까요?

1년이 지난 지금,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미국발 금융위기 때문이라 경제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까? 적어도 ‘이명박’ 정부라 명명하던 그 시절 자존심이라면 미국발 금융위기 탓만 하는 정권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경제 하강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위기관리 능력 또한 대통령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라 생각합니다. 노동자들이 경제위기로 인해 이미 죽어가고 있는데 ‘낙수효과가 곧 나타날 테니 기다려라, 또 기다려라’고 말하는 것은 능력 있는 정부가 할 말은 아닌 듯합니다.

CCTV철탑에 올라가봤습니까? 아니 쳐다본 적 있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CCTV철탑을 유심히 본 적이 있습니까? CCTV철탑은 30미터 길이의 철봉과 맨 위 비좁은 바스켓 모양의 공간이 있습니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세게 불면 흔들 흔들거리는 모습이 여간 위험해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CCTV철탑에 관계자가 아닌 노동자들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들이 왜 그런 위험천만한 곳에 오를 수밖에 없는지 이명박 대통령은 궁금하지 않습니까? 그저 한 명이든 백 명이든 또는 노동자 모두가 CCTV철탑에 오른다한들 ‘법과 원칙’을 내세워 구속시키고 처벌하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하십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있어, 특히나 노사분규에 있어 ‘법과 원칙’을 강조했습니다. 저 또한 법과 원칙의 중요성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중립성이 없는 법과 원칙,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노동자에게만, 약자에게만 엄격한 법과 원칙은 이미 그 정당성과 신뢰를 상실했습니다.

또한 법과 원칙은 이명박 대통령이 보여준 것처럼 그토록 냉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 바랍니다. 법과 원칙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생존권, 노동권 등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따뜻한’ 법이고 ‘인간미’ 있는 원칙입니다.

이제부터라도 공정하고 따뜻한 법과 원칙에 기반한 노동정책을 이행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신뢰의 회복은 CCTV철탑에 오른 사회적 약자와 같은 노동자들과의 대화에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법이 미흡하여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법대로 해라’가 아니라 법을 개정해야 상식적인 것입니다.

‘눈높이를 낮춰라, 임금을 낮춰라’ 말고 실업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경제위기입니다. 노동자는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삶이 너무나 퍽퍽해졌다고 합니다. 국민은 IMF때보다 더 힘들다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도 경제위기라고 100만 고용대란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 국민의 원망소리는 커 가는데, 정부가 시의적절한 실업대책을, 경제위기 극복대책을 마련했다는 소리는 당최 들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정부로부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실업대책이 필요한데 실업대책과 연관도 없는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을 개정한다고 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한데 공공기관 일자리마저 축소한다고 합니다. 국민이 가슴을 쾅쾅 칠 일입니다.

2009년도 법정최저임금은 시급 4,000원, 월급 836,000원(주40시간, 월209시간)입니다. 국민들도 청와대처럼 158만 원짜리 커피메이커를 구입할 정도는 아니더라도 일한만큼 대가를 받고 최소한 인간답게 살아갈 정도의 생활임금수준은 유지해줘야 이명박 대통령의 적지 않은 허물에도 불구하고 뽑아준 국민들을 위하는 길 아니겠습니까? 경제가 어렵지만 노동자 주머니가 넉넉해야 국민도 살고 내수도 살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실업대책이라며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번 비정규직이 되면 정규직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은 게 현실입니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기간제를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것을 강행한다면 정규직화는 더더욱 불가능한 일이 되겠지요. 이명박 대통령은 ‘눈높이를 낮춰라’라고 말하기 전에 중소기업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또한 공공부문 일자리를 감축하고 ‘임금삭감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라 ‘임금 나누기’입니다. 경제위기에 대한 책임이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입니까? 기업경영에 대한 일차적 책임을 당사자가 부담하지 않은 채 노동자들에게 임금 나누기를 강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뿐더러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습니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내놓은 실업대책은 비정규직법, 최저임금법을 개악하는 것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줄이고 비정규직 일자리는 늘리는 것이며, 노동자들의 임금을 나누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국민은 쉽게 속지 않습니다. 국민에게 ‘이쪽 길로 가달라’고 하신다면 그 길로 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주십시오. 그래야 국민들은 앞으로의 4년이 마치 끝나지 않을 듯한 터널로 느끼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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