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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9.02.25
  • 1769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다섯 번째 글은 이헌욱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서민희망사업단장(변호사)이 썼습니다.

금융소외계층 재기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만들어야

대통령께서는 대통령선거후보자 시절 “금융소외계층은 금융대출, 자기명의의 사업, 취업 등에서 심각한 제한을 받아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고 빈곤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금융서비스 이용자 3463만명 중 신용등급이 가장 낮은 7~10등급에 해당하는 720만명 금융소외자의 재기를 위한 특별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고 하신 700만 금융소외자들의 재기를 위한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고, 오히려 가계채무의 급증과 경기악화 속에 부도가계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밝힌 2008년 중 자금순환동향(잠정) 및 가계신용동향에 의하면 2008. 9월말 개인부문의 금융부채 잔액은 796.9조원에 달하고, 2008년 말 가계신용은 688조 2,463억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가계신용은 2007년 중에는 부동산시장의 안정화에 기인하여 2006년보다 증가세가 둔화되었는데, 2008년 중에는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도 불구하고 증가세가 다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물가폭등과 경기 침체로 인하여 가계의 재정적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금융소외계층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필요하고 이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꼭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는 사회통합과 경제발전을 원하는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정채권추심법 제정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여전히 미흡

저는 대통령님이 당선자 시절 드린 편지에서 금융소외계층의 재기를 위해서는 1회적인 제도가 아니라 사회적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서민금융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방안으로 ① 신용소비자보호법제의 정비, ② 과중채무자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제도 정비, ③ 공적 금융의 역할 제고, ④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의 활성화, ⑤ 사회 안전망의 확충을 제시하였습니다.

최근에 국회에서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신용소비자보호법제의 정비를 위한 첫걸음으로서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위 법률은 미국, 일본과는 달리 채무자의 방어권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서 여전히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계속, 반복된 채무독촉으로 채무자를 괴롭히는 방식으로 채권추심을 할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속히 위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채무자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처럼 불법채권추심을 방지하기 위한 입법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전면 개정하면서 아무런 법률적 자격도 없는 개인에게 등록만으로 채권추심을 할 수 있게 하는 ‘위임직 채권추심인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채권추심은 원래 채무자의 사생활의 평온과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큰 법률사무로서 변호사의 고유업무에 속하는 것이나 신용정보법은 신용정보업자에게 채권추심권한을 주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개인에게 등록만 하면 채권추심을 할 수 있게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위임직 채권추심인은 대부분 계약관계에 기하여 채권추심 실적에 따라서 자신의 수입이 결정될 수밖에 없으므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채권추심을 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가지게 될 것이고, 채권자인 은행 등 금융기관은 위임직 채권추심인들의 불법채권추심이 횡행하더라도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변명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위임직 채권추심인 제도는 우리사회에서 불법채권추심이 근절되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 전에는 절대로 도입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영업에 자유에 대응하여 신용소비자보호법 입법 서둘러야

신용소비자보호법제의 정비를 위해서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최근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소위 자본시장통합법)은 금융기관에게 광범위한 영업의 자유를 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여 소비자보호법적 관점에서 신용소비자들의 권리를 종합적, 체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신용소비자보호법의 입법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저는 서민금융에 대한 정책적 대응방안으로 3분법을 제안한 바 있습니다. 3분법이란 ① 자신의 소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계층, ② 부채가 과다하여 자신의 소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계층, ③ 소득이 없거나 매우 부족한 계층으로 구분하여 각 계층에 따라 대응책을 달리하는 방법입니다.

자신의 소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계층에 대한 서민금융대책은 적절한 금리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 충분합니다. 이들을 위해서는 공적금융의 역할을 제고하고 지역밀착형 금융기관을 육성하며 대안금융을 활성화 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업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서민금융전담국책은행이나 서민금융기금을 설립하는 방안과 미국의 지역재투자법을 참조하여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시행하여야 할 것입니다.

과중채무에게 채무재조정 제도를 통해 새출발 기회 주어야

다음으로 부채가 과다하여 자신의 소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계층, 즉, 적절한 금리로 금융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 대해서는 채무재조정을 통하여 경제적 새출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는 채무자 우호적인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의 확립, 채무자 우호적인 사적 채무조정 제도의 활성화, 법률지원/상담 시스템 구축을 들 수 있습니다. 과중채무자의 채무재조정은 기업도산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가 기업파산/기업회생 제도인 것처럼 개인도산을 대응하기 위한 기본적인 제도적 장치는 개인파산/개인회생 제도라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합니다.

최근 법무부가 통합도산법 개정 분과를 발족시켜 개인파산/개인회생제도에 대한 개선방향을 검토한다는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모쪼록 법무부의 통합도산법 개정작업이 채무자 우호적인 개인파산/개인회생제도를 확립하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합니다.

소득이 없거나 매우 부족하여 채무재조정을 하더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계층에 대하여는 서민금융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필수적인 금융적 수요에는 재정으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이 계층은 채무재조정을 받더라도 자신의 소득으로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할 수 없는 계층이므로 이 계층은 대출을 받더라도 상환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이들에 대하여 신용을 제공하는 방식의 대응책은 별 의미가 없고, 필수적인 자금에 대하여는 사회복지 차원의 지원을 해야 합니다.

대부업 제한금리 30%로 낮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자제한법제에 관하여도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고리사채의 횡행과 과도한 금리는 서민가계를 주름지게 하는 중요한 원인입니다. 이자제한에 관하여 선진각국의 제한금리 수준을 고려하여 조속한 시일 내에 연리 20% 정도로 이자제한법시행령을 개정하고, 대부업법을 개정하여 대부업법상의 제한금리를 연리 30%로 낮추어야 합니다. 또한, 일본의 사례를 참조하여 대부업법상 특혜금리를 폐지하기 위한 일정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미증유의 전세계 동시 불황의 도중에 서민가계의 재정적 건전성은 매우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고, 서민가계의 파산이 속출할 사회경제적 여건이 성숙해 있습니다.

서민가계의 위기는 더 이상 개별 가계의 위기가 아니라 국가경제의 위기로 바로 파급될 수 있음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조속히 서민금융 관련 제도를 정비하여 서민가계의 파산을 막고, 파산상태에 처한 서민가계가 조속히 재기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면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는 점은 대통령께서 더 잘 아시리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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