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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이야기    종로구 통인동 희망1번지

  • 칼럼/기고
  • 2009.02.26
  • 1615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년이 되었습니다. <참여연대>와 <오마이뉴스>는 2008년 1월 열 한 차례의 '이명박 당선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새 정부가 역점을 기울여야 할 과제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 년전 편지의 필자들이 주축이 되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시즌2'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 사이트에 동시 게재됩니다. 그 여섯 번째 글은 김연명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썼습니다.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취임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일 년이 지났습니다. 불행하게도 새 정부에 대한 지난 1년간 평가 그리고 보건복지정책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썩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민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보건복지에 대한 비전의 부재 더 나아가 보건복지에 대한 무관심과 푸대접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대중, 노무현정부에서는 그래도 보건복지 분야에 많은 신경을 썼는데 이 정부는 상대적으로 너무 푸대접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널리 퍼져있습니다. 이 때문에 간간히 나오는 복지정책마저도 진정성을 의심받고 액세서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공평하다는 점도 많은 국민들의 불만인 것 같습니다. 지난 1년 동안 기업이나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계층에 대해서는 많은 혜택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대폭적인 세금 감면정책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국민들의 보편적인 복지욕구를 해결하는 정책에는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는지 극히 의심스럽습니다.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정책들은 이것저것 있는 것 같은데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은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불공평하다는 것이 일반 국민들의 생각인 것 같고 저도 또한 그런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똑같은 국민이고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인데 누구는 혜택을 받고, 누구는 찬밥 신세가 된다면 제대로 된 정치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제인들에게 주는 혜택만큼이나 일반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분배의 선진화가 이뤄져야 진정한 선진화

대통령께서는 기업과 경제가 잘 돌아가면 만사형통이란 인식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 점에 관한 한 참여정부의 문제의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참여정부는 경제가 성장해도 그 혜택이 골고루 퍼지지 않은 구조에 많은 주목을 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수출로 먹고 사는 대기업들은 잘 나갔습니다. 덕분에 전체 경제성장율도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지요.

하지만 소득분배는 더 악화되었습니다.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게 한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구조는 현재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성과가 국민모두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이나 노동정책, 그리고 조세정책을 통한 의식적인 재분배정책이 필요합니다.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은 대부분 이런 재분배 장치를 갖고 있지 않습니까. 선진화 좋습니다. 하지만 사회의 모든 부분이 선진화되어야지 진정한 의미의 선진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규제완화의 이름으로 꼭 필요한 규제까지 없애서는 안 돼

일 년 전에 쓴 공개편지를 통해 저는 한국의 사회복지는 시장의 과잉이 문제이지 국가의 과잉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렸습니다. 시장영역을 포함한 민간복지까지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은 사회복지의 시장공급이 매우 발달된 나라이기 때문에 시장에서 공급되는 복지서비스와 상품들이 합리적으로 규제되어야 한다는 것이 요점이었습니다.

합리적 규제가 없으면 시장경제가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은 미국발 경제위기를 통해 충분히 증명된 것 같습니다. 합리적 규제가 없으면 소비자 선택을 위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아 시장은 효율적 자원배분장치가 아니라 ‘탐욕이 눈이 먼’ 기업가들의 배만 불려줄 따름입니다.

규제완화가 대세인데 웬 규제강화냐는 말씀을 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필요한 규제마저 없어지거나 만들어지지 않아 복지시장의 정상적 작동을 왜곡시킨다는 점입니다. 이번 정부에서 전 보건복지 영역으로 확대될 기미가 보이는 바우처제도가 대표적인 예 인 것 같습니다.

서비스 공급자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서 규제는 불가피

바우처제도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유도하고, 공급자간의 경쟁을 촉발시켜 복지서비스의 효율적 제공을 가능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원리가 현실에서 작동하려면 여러 가지 전제조건, 즉 규제가 필요합니다.

어떤 어린이집이 더 아이들을 잘 보호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없으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어느 요양보호시설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정부가 평가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올바른 소비자의 선택이 이루어지고 요양보호기관간에 경쟁이 발생하겠습니까? 보험회사에 판매하는 수많은 연금이나 의료보험 상품들이 어떤 점에서 어떻게 품질의 차이가 나는지 제3자가 평가해주지 않으면 좋은 사보험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시장에 의해 공급되는 복지서비스와 상품은 이미 넘쳐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아이들과 노인들을 전문적 보호기관에 보내야 하는 가구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사람들이 안심하고 보험에 가입하거나 자신의 가족을 시설에 보내기 위해서는 서비스와 상품의 품질이 확인되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는 더욱 많은 공적인 규제가 필요합니다.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 불식시켜야

정권 초기 떠돌던 건강보험 민영화 얘기는 이제 괴담으로 자취를 감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은 괴담이라고 말씀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 영리법인 허용이 다시 추진되고 있고, 의료기관 채권 발행이 허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의료산업화 얘기는 경제부처를 통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이 건강보험 민영화와 관련된 어떤 조치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 표현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심을 받을 많은 조치들은 과감히 철회하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경제사회 위기를 복지 강화의 기회로 삼아야

아직 4년이 남았습니다. 경제위기는 말 그대로 위기이지만 기회도 됩니다. 다른 나라의 역사를 보면 경제사회적 위기를 겪으면서 보건복지정책이 획기적으로 강화된 경험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대공황이후 미국 사회복지의 발전입니다. 대공황은 미국에게 근대적인 사회복지의 틀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시간은 충분해 보입니다. 보건복지 분야에서 지난 1년과는 다른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 이명박 정부가 친기업일뿐만 아니라 친복지정부로 역사에 남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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