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14-04-16   1542

[자원활동가 인터뷰] 시민참여팀 자원활동가 안종현님

[시민참여팀] 참여연대의 자원활동가는 상근 활동가들과 손발을 맞춰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입니다. 10대 청소년부터 일흔이 넘으신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학생, 주부, 직장인, 은퇴자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자원활동가들의 숨은 활약을 자원활동가 인터뷰를 통해 알려드립니다.

“참여연대를 통해 진정한 사회의 경험을 하게 됐어요”

–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자원활동가 안종현님

 

          안종현 자원활동가

앳된 외모에 수줍은 미소를 가진 안종현님은 올해로 스무살이 된 밝은 청년이다. 그런데 그는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전혀 ‘동생’같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신중하고 깊은 말을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내공이 장난이 아닌(?)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5월이면 학업을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데, 그 전까지는 백수라고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한 안종현님을 만나보자.

 

참여연대는 어떻게 찾게 되었나요?

외삼촌 지인분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하고 계셔서 작년 여름에 처음 오게 되었어요. 그 때는 시민 참여팀에 와서 행정업무 도와드리고 하다가, 국정원 일이 터지고 나서는 시위 현장에 주로 나가게 되었어요. 고물상, 갑을 횡포 등등 여기저기 돌아다녔죠. (웃음)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어요. 그 전까지는 항상 공부만 했었는데, 이렇게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겪어보니까 공부만 하는 거랑은 확실히 격차가 크더라구요.

 

어떤 현장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작년 8월에 있었던 국정원 시위예요. 그 때 시청 광장에 모였었는데요, 한 간사님의 반 권유, 반 강제로 (웃음) 자유 발언을 하게 됐어요. 광장 앞에 나가서요. 사실 제가 토론을 중학교 때부터 했었어요. 대회도 나가고. 그런데 대회이다 보니까 주어진 주제와 주어진 형식에 맞춰서 해야 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점수를 받기 위한 말을 주로 하고 절제해야 하는데, 그 시위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을 하더라구요. 사람들이 자신의 진짜 생각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게 돼서 많은 걸 느꼈어요. 소리도 지르고. (웃음) 콘서트장 같았어요. 그래서 제일 기억할만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작년 8월을 추억하는 종현님의 모습이 참 신나 보였다. 정말 많은 걸 얻어 왔나 보다. 그래서 다시 참여연대를 찾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작년 여름 방학에 참여연대를 경험하고 학교로 잠시 돌아갔던 그는 얼마 전 다시 참여연대에서 자원 활동을 시작했다.

 

요즘은 어떤 자원 활동을 하시나요?

이제 일주일 되었는데요. 보고서 작성을 하고 있어요. 해외의 특이하고 재미있는 직접행동 사례들을 찾아서 번역하는 일이에요. 오늘도 방금까지 하고 왔는데요. 제일 재미있는 사례였던 걸 말씀 드리자면… 광화문이나 시청 앞에 거대한 옥외광고판 있잖아요. 그런 게 효과적이고 참 눈에 잘 띄는데, 단점이 있다면 엄청 비싸고, 건물주한테도 허락을 받아야 해요. 그래서 어렵죠. 근데 외국 활동가들이 찾은 방법 중에 이런 게 있어요. 좋은 빔 프로젝터를 빌리는 거예요. 그래서 밤에 건물 벽면에다가 쏘는 거예요. 물론 건물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웃음) 그리고 경찰이 오면 달아나고. 미국에서 구제금융 사건 터졌을 때 은행에다가 ‘1%의 은행’ 이런 식으로 쏘았었더라구요. 왜 배트맨 영화에 보면 배트맨 마크를 하늘에 쏘잖아요. 그걸 모방한 거죠. 사람들한테 관심도 많이 모으고, 거부감도 덜 생기는 재미있는 방법인 것 같아요.

 

참여연대에서 자원 활동을 하면서 어떤 걸 느끼나요?

음… 저는 사실 주변에 진보적인 친구들이나 사람들이 많이 없어요. 그래서인지 시민단체에서 자원 활동을 한다고 하면 다들 파이프 들고 때리고 그런 거 아니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웃음) 그런데 와서 직접 경험해 본 참여연대는 절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폭력적으로 싸우려는 곳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곳이라는 걸 느꼈어요. 청원도 내고, 청문회도 가고, 자료도 조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제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정말 점진적인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혁명을 일으키고, 반란을 일으키고 이런 게 아니라, 점진적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그런 편한(?) 느낌이 커요.

 

종현님은 요즘 뭘 고민하고 있나요?

죄책감… 이런 게 있는데요. 제가 과외를 하러 다니면은 시급이 지금 최저 시급의 몇 배나 돼요. 이게 말이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솔직히 말해서 그 정도의 값어치로 노동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저는 그냥 앉아서 문제 풀고, 봐주고 하는 정도거든요. 고등학교도 갓 졸업했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혹시 나처럼 생각보다 많이 일하지 않고 폭풍 같은 돈을 버는 게 아닐까. 또 어떤 친구들은 정신 없이 일해서 한 시간에 5천원 조금 넘는 정도만 버는데… 하지만 저도 돈이 필요하다 보니 양심에 찔려가면서도 계속 하고 있긴 해요. 

 

필자도 대학생이다 보니 과외 경험이 있고, 주변 친구들도 과외를 많이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과외 하는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자신의 노동 가치에 대해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은 결코 종현님을 스무살 새내기라고 부를 수 없게 만들었다. 한 편으로는 종현님이 그저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잘’ 해줘서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종현님은 참여연대가 체험이 아니라 경험이라고 적어주었다. 그는 체험은 산천어 잡기 체험, 빙어 낚시 체험처럼 살면서 한 번쯤 해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그런 것이라면, 경험은 무슨 일을 경험하고 나면 그 경험 이전과 이후의 사람이 바뀌는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물상을 하다가 쫓겨나신 분들을 만나거나, 대리점 주들이 겪는 일들을 직접 본다거나 그런 것은 종현님의 인생에서 그냥 한 번 해본 체험이 아니라 그 전과 그 이후가 분명히 구분되는 경험이었다고. 체험과 경험, 비슷하지만 결코 다른 단어라는 것을 종현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종현님에게도, 필자에게도 그랬듯이 그의 바람처럼 참여연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곧 미국으로 먼 길을 떠나는 종현님에게도 행운을 빌며 앞으로도 곧고 생각이 깊은 청년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작성 자원활동가 김민경 (나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남을 위한 공부를 시작한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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