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자원활동 2011-01-18   5249

행복한 카페지기

카페통인이 문을 연지 일주일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니 수도가 얼어서 물이 안 나오고 커피기계가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보온기와 커피 머신에는  정수기 물을 가득 채웠지만

커피를 보충하고 찌꺼기통까지 다 살펴 보았는데도 기계는 파란 불만 껌뻑껌뻑거렸습니다.

에프터써비스 번호로 연락을 하고 문의를 하였더니 기계내에 공기가 가득 차 있기 때문이랍니다.

에어 작동을 한 후에 전원을 끄고 30분이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아직 기계 사용이 미숙하여 아마도 한두번 더 당황하겠지요.

 

영하 17도니 뭐니 하여도 아침부터 커피를 팔 생각에 추위도 아랑곳 않고 나왔는데

1시간 반이나 우왕좌왕하다가 11시에야 겨우 커피향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까지 수도관이 녹지 않아서 

다행히 얼지않은 1층 세면기에서 물을 길어와 주전자와 개수대 그릇마다 잔뜩 받아 놓았습니다.

또 다행히도 점심 시간에 맞춰 수도물이 나와서 한 시름 들었습니다.

 

그렇게 정신없는 오전과 점심 시간이 지나고 한가해진 틈에

안내데스트 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민원인이 여덟분이나 오셨습니다.

지방의 한 스포츠센타에 근무하다  사업주의 변동으로 낭패를 보게 된 4-50대 여성들이었습니다.

잘잘못을 떠나 참 난처한 입장에 처하여 고통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추운 날씨에 참여연대에 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서울 길을 물어물어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얼른 ‘카페 통인’의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 오시라 했습니다.

따뜻하게 몸을 녹이게 난로를 갖다 드리고 뜨거운 차를 대접했습니다.

사안에 따라 참여연대가 그분들의 고통을 나누어들어줄 수는 없을지라도

하소연이라도 들어주어야할 것 같았습니다.

해당 부처의 상근자가 내려와서 상담을 하고 그들은 돌아갔습니다.

절박한 현실앞에 차 한잔이 무슨 소용이랴마는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도 차릴 수 있는 ‘카페 통인’ 이 있어

참 다행이었습니다.

 

오후에는 카페가 북적였습니다.

교사 연수 일정을 끝낸 여교사들이 소파와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였고

이태호처장님이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으며

책장 아래 선반테이블에는 자원활동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미션 연습에 한창이었으며 

4층의 L간사가 친구인 듯한 분과 차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근처에 사는 제 친구도 놀러와서 북적거리는 카페를 둘러보며 기뻐했습니다.

괜히 카페지기의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카페 통인’이 어떤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는데

오늘은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일단 저지르고 보는, 무모한 카페지기 도전에

햇살이 비치는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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