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이야기 청년사업 2012-08-13   2193

[인턴후기] 우리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는가

[편집자주] 참여연대에서 7/3(화)부터 8/14(화)까지 약 7주간 활동하는 10기 인턴들의 교육 및 활동후기가 차례로 올라올 예정입니다.

우리 사회에 정의란 존재하는가
– 이국운 교수(한동대 법학부) 강연을 듣고

작성 : 참여연대 10기 인턴 허수정
 

“똑똑한 놈들이 자기 살기 편한 데로 룰을 만든다. 허나 자기에게 불리한 점들은 어렵게 배배꼬아서 똑똑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게 만든다. 똑똑한 놈들은 이 룰을 이용해 평생 잘 먹고 잘 산다.”

이는 2010년 종영한 드라마 ‘공부의 신’에 나오는 김수로 분의 대사이다. 적어도 나에게 법이란 이런 존재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만든 자기들만의 면죄부. 그렇다면 실제로 법은 국어사전에 어떻게 정의되어 있을까?

 ‘국가의 강제력을 수반하는 사회 규범’
이것이 국어사전에 기재되어있는 법의 정의이다. 그러나 이 정의는 잘 포장된 빈 상자에 겨우 지나지 않는다. 상자의 내용물은 언제 어디로 빠져버렸는지 모를, 권력자들이 우리의 환심을 사서 시선을 고정시키기 위해 선물처럼 포장한 빈 상자 같은 것 말이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싸우는 사람들의 대화에서 흔히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 “법대로 해!”
과연 법이 정말 그대의 편을 들어줄까? 법이 정말 우리 편에 있긴 한 것일까? 천만에, 착각하지 않길 바란다. 국어사전에 기재된 정의와는 다르게 현실에서의 법은 앞서 말한 드라마에 나온 대사처럼 소위 ‘그들’이라고 일컫는 ‘그들’에게만 지독히 편향되어 만들어 진 사회규범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란 권력과 탐욕만 눈에 보이는 개념 없는 사회지도층, 돈이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꼰대,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엘리트 개구리 등이다.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법전 또한 ‘그들’이 아닌 우리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글들만 기록된 종이뭉치일지도 모른다.

이국운교수

검찰개혁, 언제부턴가 역사적으로 떠오르는 화두이다. 우리나라는 최고의 수재들이 모이고 모여 사법부가 되는데, 이 사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세 개의 권력 중에 으뜸으로 썩어가고 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속담이 사법부에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믿기 힘들겠지만 공익을 위해 일하는 법관이 드물 지경이다. ‘드물다’는 표현을 적어야만 한다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전관예우’, ‘법률상인’ 등의 말들이 떠돌 만큼 검찰은 이미 타락해버렸다.

어쩌면 이 모두가 정해진 길은 아니었을까? 법이라는 제도 자체의 성격이 수반하는 길 말이다. 이렇듯 우리나라 최고의 수재들은 피터지게 공부해서 결국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다. 법을 너무 외우다 보면 두뇌활동도 정적이게 변하는 것일까? 그들은 구현해야 할 사회정의 또한 정적인 의미라고 여기는 듯하다.

‘사회정의구현’, 그들이 내거는 문구다. 진정 그들은 우리사회의 정의를 구현해줄까?
미안하지만 “아니다.”라고 어디선가 정의의 여신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시, 도대체 정의란 무엇일까? 애석하게도 우리는 대한민국 사회과학분야 베스트셀러를 오랫동안 차지했던 마이클 샌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도 그 답을 얻지 못했다. 왜냐하면 정의란 규정할 수 없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의란 사람의 문제인 것이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실현해나가야 하는 공공의 문제 말이다. 정의는 결코 ‘그들’만이 지켜야하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가 나서서 지켜야할 대상이기도 하다. ‘사람이 실행해야 하는 문제’ 이것이 바로 정의이기 때문에 ‘그들’과 우리가 함께 지켜야 하는 대상인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연결 고리들이 서로 낡아 삐거덕거리며 소리를 내고 있다. 이럴 때는 타락한 그들보다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우리는 정의를 실현하는 행위자가 되어야 한다. 사회 정의를 위해 우리는 뜻을 함께하고 도원결의해 사회를 바로 잡기위해 노력해야할 것이다. 도원결의는 복숭아밭에서만 맺는 약속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 또한 마찬가지이다. 고여서 썩을 대로 썩은 물을 단 한 번에 깨끗한 물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노력, 우리들의 법과 정의에 대한 앎이 넓어지는 노력이 함께 힘을 합쳐야 그들의 부패를 막을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앞으로 로스쿨이 검찰개혁의 첫 단추가 되길 희망해본다. 그들은 꼭 사회의 약자를 위해 헌신해주길 바란다. 우리들 중 누군가는 로스쿨을 꿈꿀지도 모른다.

혹시 그대 법관을 꿈꾸고 있는가?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부터 스스로 먼저 내리길 바란다. 그리고 그대가 가야할 곳이 고인 물이라는 것을 기억하고, 누군가가 물이 고이지 않도록 물길을 터줘야 한다면 바로 그대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좋은 강연을 들을 수 있게 해준 참여연대에 감사하고 두 시간 남짓의 강의를 위해 포항에서 서울까지 와주신 이국운 교수님께 감사드리며 이런 강의를 듣는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많았으면 좋겠고 할 수만 있다면 인터넷강의 사이트를 개설해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 강의를 듣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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