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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리포트
  • 2004.11.23
  • 첨부 2
한나라당이 정무위를 통과한 공정거래법을 비롯하여 국가보안법 폐지안 등 여당의 주요 입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보이콧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전술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을 한나라당 출신인 법사위 최연희 위원장의 직권을 이용하여 저지, 무산시키겠다는 뜻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는 입법국회가 본격화되면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법사위의 운영현황과 그 문제점을 짚어본다.



17대 국회 전반기 법사위원 구성, 80%가 법조인 출신

국회사무처가 내놓은 ‘국회의원 겸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법사위원 15명 중 80%(12명)가 변호사직을 겸하고 있다. 정당들은 체계.자구 심사 때문에 법률가 출신을 법사위에 우선 배치한다고 하지만 첨예한 정치현안이 몰리는 법사위에 수사와 변론으로 훈련된 검사, 변호사 출신을 배치하는 것은 여야가 공히 합의해 온 관행이기도 하다.

17대 법사위도 법조인 일색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세부경력을 들여다보면 같은 법조인이라 하더라도 여야 의원이 확연히 다른 길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다. 17대 국회 법사위는 검사 출신의 한나라당 최연희 의원(3선)을 위원장으로 하여 열린우리당 8명(53%), 한나라당 6명(40%), 민주노동당 1명(7%) 등 총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초선의원이 11명, 전체상임위의 3/4을 차지하고 있고,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대구, 경남, 경북 등 영남권 의원이 각각 5명씩 전체의 60% 이상이다)

열린우리당은 법사위 소속 8명의 의원 중 법학교수 출신의 이은영 의원을 제외하면 정성호, 양승조, 우윤근, 이원영, 천정배, 최용규, 최재천 의원 7명이 모두 변호사 출신이자 현재 변호사직을 겸하고 있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이 중 이원영, 천정배, 최재천 의원이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소속으로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시국사범의 변론활동을 주로 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폐지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의원들이다.

한나라당 6명 의원 중 4명이 검사출신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연희 의원은 YS시절 대검찰청 공안2과장으로 재직 중 청와대에 발탁되어 사정비서관을 거친 인물로 대표적인 공안통이다. 장윤석 의원은 서울지검 공안1부장으로 1995년 7월, 5.18 민주화운동관련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고소 고발사건에 대해 ‘성공한 쿠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며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린 경력 때문에 총선연대가 선정한 낙선대상자에 포함되었다.

대구동구갑 출신 주성영 의원은 1994년 경상대학교 교양교재 ‘한국 사회의 이해’가 이적표현물이라 하여 이를 수사했던 수사전담반에서 활동했다. (‘한국 사회의 이해’는 1심과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검찰에 의해 상고중에 있다) 주 의원은 검사 재직시 음주운전과 술자리 폭행 건으로 총선연대가 낙선대상자로 선정한 또 다른 인물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주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후 의정활동을 통해 반복적으로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 자리에서 ‘NGO는 비생산적인 업무종사자이자 사회적 기생층’이라고 매도한 바 있다.

6개월 간 접수의안 63건 중 7건만 처리해 의정활동 성적도 부진

17대 국회 법사위는 개원 이후 지난 6개월간 15차례 회의를 열었고(평균 출석율 88.4%), 접수의안 63건 중 법률안 6건과 국감대상기관승인안 1건을 처리하는데 그쳤다. 참여연대가 청원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에 관한 법률’과 ‘파산법 개정안’ 등을 비롯하여 17대 국회 개원 이후 접수된 6건의 청원안은 상임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개원 이후 2번의 임시회 기간에 소관업무 파악과 전년도 결산안 승인, 국감 의사일정, 증인채택 협의를 하느라 의안 처리가 미진했던 점을 감안하더라도 고유 업무 뿐 아니라 타 상임위 법안까지 심사해야 하는 상임위의 활동치고는 부진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17대 첫 국정감사에 대해 국회 사무처가 내놓은 통계자료에 따르면, 의원들이 올해 피감기관으로 선정한 곳은 모두 457개로 국감이 부활한 13대 국회 이후 사상 최대 규모였다. 더구나 법사위는 20일 동안 65개 기관을 감사하겠다고 의결하였으니 실제 감사가 진행된 13일간 하루평균 5개 기관을 감사한 셈이다. 물리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충실한 감사를 했을것이라 보기 어렵다. 더구나 당시 법사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와 고비처 신설 등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현안이 올라 있어 ‘여당은 피감기관 감싸기에 급급했고, 야당은 대안없이 여당의 주장을 반대하여 정쟁을 유발하기에 바빴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개혁법안 게이트 키퍼? - 법사위 위상을 둘러싼 논란

11월 현재 법사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관련하여 노회찬, 최용규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가보안법폐지법률안’과 최재천 의원이 발의한 ‘형법개정법률안’ 등 3건이 계류 중에 있다. 또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개혁 법안이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면 법사위에서 체계, 자구 심사를 받게 된다. 한나라당은 여당이 이른바 4대 개혁 법안을 비롯하여 한나라당과 입장이 다른 법안을 의원 수로 표결할 경우 법사위원장의 직권을 이용해서라도 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법사위는 특별히 사회, 경제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거나 민원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지는 않다. 하지만 모든 법안이 본회의 회부전에 법사위를 통해 체계, 자구 심사를 받아야 하는 이유로 여야가 자신의 입법 전략을 관철시키는데 있어 중요한 변수가 된다. 2년에 한번씩 이뤄지는 원구성 협상에서 ‘법사위원장이 어느당 몫이 될 것인가, 위원정수는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놓고 여야간에 치열한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17대 국회 또한 개원 초기 원구성 협상에서 여당은 ‘개혁입법 처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직을 놓칠 수 없다며 한달 가까이 자리다툼을 벌인바 있다.

16대 국회 법사위의 위원 사보임 (위원의 상임위 이동) 횟수를 살펴보면, 법사위가 정치공방, 여야간의 첨예한 대립의 장으로 기능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정원이 15명인 법사위가 상하반기 공식 원구성 과정에서의 보임을 포함하여 217회의 사보임을 거쳤다. 이는 같은 16대 국회 국방위원회 57회, 농림해양수산위 75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수치이고, 상임위 보사임이 비교적 잦다고 하는 운영위 150회와 견줘도 1.5배의 차이가 나는 결과이다. 이 중에는 공방이 치열할 때마다 나타나는 ‘당일치기 저격수’부터 ‘쟁점별로 배치되는 지원군’까지 포함되어 있다.

법사위가 상임위를 통과한 모든 법안에 대해 체계, 자구 심사를 벌이고, 소관 상임위로 재회부할 수 있는 것은 우리나라 국회에만 존재하는 제도이다. 법사위의 이런 막강한 권한때문에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법안에 있어서 소관상임위를 어렵게 통과하더라도 법사위에서 또 한번의 일전을 벌이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있다. 16대 국회에서 법사위가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증권집단소송법과 기초생활보장법 처리를 지연시킨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상임위 통과 법안, 법사위 지연 왜곡은 엄연한 월권행위

‘여당의 입법안 처리를 법사위에서 막겠다’는 한나라당의 대국회 전술로 인해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법안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국회법에 따르면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권은 어디까지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만 하도록 하고, 실질적으로 법률안의 정책적 내용면까지 심사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법사위가 그 법안의 입법취지를 왜곡하거나 의도적으로 상정을 지연시켜 처리를 방해하는 것은 엄연한 월권 행위이다. 이와 관련 학계 및 시민단체들은 법사위를 단순한 체계.자구 심사를 담당하는 법제위원회와 사법부 등 소관사항을 담당하는 사법위원회로 분리하는 개선안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 외국의 경우처럼 법제실 등 입법지원시스템을 확충하여 각 상임위에서 체계, 자구 심사까지 완결적으로 해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일이다.

이지현 간사 (의정감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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