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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리포트
  • 2004.11.23

동료제재 힘든 이해충돌이 근본원인, 제도와 조직구성 등 전반적 개혁 필요



"12년동안 징계처리 0건, 징계가 아닌 제 식구 감싸기, 유명무실한 종이호랑이, 부실감사와 예산낭비"

국회 윤리특위에 대한 오명을 17대 국회는 씻을 수 있을까. "잠자는 윤리특위, 이제 깨워 내야 한다"며 공청회를 여는 등 의욕있게 출발한 17대 국회 윤리특위가 첫 해부터 좌초를 겪고 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돼 윤리·징계 심사가 진행 중인 의원들에 대해 일괄 취하를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간의 구태가 반복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2000년 기업인으로부터 억대의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제소된 김한길 의원과 2004년 골프장 경비원을 폭행한 사건으로 제소된 김태환 의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정감사기간이나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불거진 정쟁성 사유라 치더라도 '일괄 취하'의 움직임은 그간 윤리특위가 초당적으로 일관되게 보여준 "제 식구 감싸기"의 재연이라는 것이다.

12년동안 징계처리 0건, 연간 예산은 1억여 원 넘어

우선 윤리특위에 대한 비난은 '12년간 징계처리 0건'이라는 부실감사 성적으로부터 시작된다. 2004년 8월 민주노동당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4대에서 16대에 이르는 12년동안 윤리특위는 제소된 안건 60여 건 중 대부분을 '임기만료'시켜 자동폐기 시키며 단 한건의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특히 17명의 국회의원이 뇌물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온갖 부정부패로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16대 국회에서조차도, 윤리특위는 아무런 징계도 내리지 않았다. 16대 국회 4년동안, 윤리특위는 단 7차례의 회의를 열었으며, 그 중 실제로 징계안건을 처리한 것은 단 1회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안건처리에 소요된 시간은 22분. 제소된 13건의 안건 중 사직으로 자동폐기된 1건을 제외한 12건은 모두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이러한 부실감사에 들인 비용은 자그마치 5억여 원이다. 2003년에는 1억3천2백여만원 등 매년 1억원이 넘는 예산이 책정되어 왔다.

14대와 15대 국회도 비슷하다. 14대 국회 윤리특위에서는 접수된 3건 중 1건은 폐기되고 2건은 철회. 15대 국회에서는 44건이 접수되었는데, 이중 10건이 부결되고 2건은 사직으로 인한 자동폐기되고 2건은 철회됐다. 남은 31건은 모두 '임기만료 폐기'됐다.

그간 윤리특위, 실제 징계사안은 외면하고 정쟁성 화풀이 대상으로 전락

근본적인 비판은 실제 다뤄져야 할 사안은 다뤄지지 않고 정쟁성 화풀이 제소만 남발된다는 것에 있다. 16대 국회의 경우도 부정부패 등 중대한 사안의 경우는 제소조차 되지 않고, 모두가 "국감장이나 대정부질문에서의 명예훼손, 인신공격성 발언 등이고 본회의장 질서문란" 등 정쟁성 사유였다. 유일하게 '징계감'으로 "평창동계올림픽 유치관련 금전적 이익취득 알선"을 한 김운용 의원건이 있었으나, 이마저도 "임기만료 폐기"됐다.

14대와 15대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국감과 대정부질문 등을 마치고 나면, 징계요청이 쏟아졌고 이들 중 일부는 취하되고 나머지는 윤리특위가 미루고 미뤄 나중에 한꺼번에 임기만료 등으로 폐기시켰다.

17대 국회도 비슷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2건을 제외하면, 국감과 대정부질문 중 양당의 정쟁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제소 건이다. 양당의 일괄 취하 움직임도 정쟁 당시에는 일단 윤리특위에 제소하며 분풀이하고 후에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풀어주는 구태의 재연이다. 김원웅 위원장이 "이러한 정쟁식 제소남발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고 있으나,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유명무실한 윤리특위, 동료의원 제재하기 어려운 이해충돌 문제가 근본배경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행 제도와 집행주체 양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9월 14일 국회 윤리특위가 주최한 '국회의원 윤리강화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윤리특위의 기능회복을 위해서 다양한 개혁방안을 제시했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의원윤리상실의 제도적 원인을 우선 의원윤리 관련 법규에서 찾았다. 여러 면에서 미비한 법규가 윤리상실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국회 공청회를 통해 "미국의 의회의 경우, '윤리기준 매뉴얼'은 540여 쪽에 걸쳐 세밀한 규정을 기술하고 있고, 이처럼 엄격한 의회 윤리규정이 정치부패의 강력한 차단막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윤리규정 및 강령은 너무 애매한 조항이 많고, 빈틈이 많아 실제 적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하며 "논란이 되는 '이해충돌'이나 '겸직'"을 예로 꼽았다.

그러나 관련법규의 미비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로 임 교수는 "제도적 주체의 부제"를 지목한다. "불충분하나마 기존의 제도를 제대로 집행할 의지와 능력을 갖춘 제도적 주체가 필요한데, 현재 국회의 윤리특위는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막판 몰아치기식 늑장처리 관행으로 사실상 사문화시켰다"고 평가하며, 그 배경에는 '이해충돌'의 문제가 있다고 지목한다. "동료의원이 윤리특위를 통해 문제의원을 제재하는 자율규제와 자정은 근본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함께 입법의 책임을 지는 의원이 동료의원에 대한 징계를 책임지는 것은 '이해충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리문제에 대해 동료인 상대의원이 유일한 심판자가 될 때, 객관성 공평성 공정성은 보장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해충돌 해소하기 위해서는 외부전문가 참여하는 독립적 윤리심사기구 필요

'이해충돌'을 해소하기 위해서 나온 대안이 바로 외부인사의 참여다. 민간인이 참여하는 독립적 윤리심사기구에서 심사를 하고 최종 결론은 윤리특위에서 내리는 방식이 제안되었다.

임성호 교수는 "단일 윤리위원회를 의원과 민간인 혼합으로 구성하는 제안은 여러 논란을 낳을 수 있으므로, 의원에게만 윤리사안을 맡기지 말고 시민사회로부터의 압력을 윤리위원회에 제도적으로 도입하되 다른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논지를 펼치며, 미국 정치학자인 톰슨(D. Thompson)의 윤리심의제도 개혁안을 예시한다. 외부 전문가 및 시민대표가 검사역할을 하고 윤리위원회 위원인 의원들이 동료의원에 대한 판사역할을 하는 순차적 이중구조를 만들자는 아이디어다.

윤창중 문화일보 논설위원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윤리위의 대대적 개편과 함께 "윤리위에 독자적 징계권 부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논설위원은 "윤리위가 솜방망이인 것은 독자적인 징계권을 갖고 있지 못한데 있다. 독자적인 징계권을 주어야 하며 그 권한은 강력해서 축재, 축첩, 성희롱, 저질적인 언사와 폭행 등에 대해서는 위원장 직권으로 회의를 소집해 즉각 강력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할 것"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윤리위가 내린 징계결정에 대한 투표권 행사도 금지하고 본회의에서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는 것으로 최종절차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과 징계에 '세비박탈 및 의원자격 정지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보다 근본적 해법은 "고위공직자 이해충돌 방지위한 공직자윤리법"

참여연대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주문하고 있다. 이날 공청회에서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은 국회 윤리특위 개혁방안으로 크게 4가지를 제안하고 더 나아가 국회의원을 포함하는 고위공직자들이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포괄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우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는 의원윤리심사기구를 설치할 것"부터 주문했다. "윤리특위 소속의원이 동료의원을 심사하고 징계하는 것이 이해충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윤리위반에 관한 심사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독립기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며 의원윤리심사기구의 설치와 운영을 주장했다. 이 곳에서 일차적인 사안검토를 마치고 의견을 제시하면, 윤리위는 이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내놓았다.

또한 국회의원 윤리에 관련한 법제도의 실효성 확보도 개혁방안으로 제시됐다. 모호하다고 비판받는 현행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을 전면 개정하는 것은 물론 부가적 시행규칙도 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원 이권추구에 대한 제도적 방지책 마련'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의 제한을 위한 근거규정 마련'도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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