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①] 해군기지, 비자림로, 제2공항.. 제주도는 인간들만의 섬이 아닙니다

2019제주생명평화대행진 연속기고 시리즈 

 

① 해군기지, 비자림로, 제2공항..제주도는 인간들만의 섬이 아닙니다 / 고권일 (강정마을해군기지반대주민회 공동대표)

② 진실이 드러나도 시간은 되돌릴 수는 없네 / 딸기 (평화바람 활동가)

③ 제주 제2공항 건설, 재앙의 문을 여는 것 /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④ 제주 제2공항 무엇이 문제인가 / 박찬식 (제주사는 육지사름 대표)

 

해군기지, 비자림로, 제2공항… 제주도는 인간들만의 섬이 아닙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공동대표)

 

 

오는 7월 29일부터 8월 3일까지 2019 제주생명평화대행진이 올해도 열립니다. 2012년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여덟 번째 행진이 됩니다. 물론 이 횟수는 강정 주민들만 제주도 전체를 일주했던 행진 2번과, 전국을 순례하며 ‘우리 모두가 하늘이다!’를 외쳤던 2012 전국생명평화대행진은 제외한 숫자입니다.

 

아무리 질긴 놈이 이긴다고는 하지만 도대체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제발 이제는 조용히 살면 안 되겠냐고 종용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아무리 쇠심줄 같은 마음을 먹고 있었더라도 이런 말들을 계속 듣다 보면 조금 흔들리기도 합니다. 나 하나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번 행진을 준비하면서 제가 또 사고치고 말았습니다. KBS제주 방송에 출연해서 생명평화대행진은 국가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루어져 강정마을 주민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제도개선이 뒤따라서 국책사업으로 또다시 고통을 받는 마을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고 말았습니다. 2019 대행진은 주변의 동의를 구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진상조사’, ‘명예회복’, ‘제도개선’ 이런 단서들은 제가 사전에 동의를 구한 부분이 아니었기에 나중에 주민들이 또 뭐라 하시는 분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싶었지요.

 

그러나 다음 날 아침 동네 어르신 한 분이 저에게 전화를 주셔서 어제 방송 잘 봤다면서, 참 말을 잘했다고 칭찬을 해주시더군요. 제게는 무엇보다 기쁜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이 동네 주민들에게는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었기에 표현할 때 주저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물론 모든 분들이 제 말에 동의를 해주신 것은 아니지만 정의로운 길을 굽힘없이 그리고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만이 결국에는 사람들의 양심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믿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매 순간 이중적인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요즘 가장 저를 괴롭히는 생각 중에 강정마을 공동체회복 사업이 있습니다. 우리는 억만금을 준다 해도 해군기지를 수용할 수 없다 주장해 왔지만, 공동체 회복 사업은 피해지역이 받아야 할 당연한 보상이라는 주장 앞에서는 어떠한 반박 논리를 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공동체 회복 사업을 통해 마을주민들의 반목이 없어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막상 내용에 들어가 논의하다 보면 결국은 인간은 이익만 생긴다면 다른 판단 기준들은 흐려지거나 모호해지는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차량의 주차와 통행을 위해 마을 안길을 넓히고, 조금 더 농업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밭에 비가림 시설을 하고 가온시설을 지원받는 등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는 쪽으로 논의되어 가는 것을 보면 지구온난화에 대한 내 생각을 반영할 여지도 없고, 말한다고 통할 분위기도 아님을 절감합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도 사실 송당지역 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고 제2공항 건설 사업도 서귀포 시민들의 숙원사업에 가깝습니다.

 

2050년까지 전세계가 탄소제로를 실현하지 못하면 더 이상 지구기후는 되돌릴 수 없는 위기에 처한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으나, 우리나라 정부나 국회는 어떠한 결의안도 채택하지 못하고 있고, 제주도는 ‘탄소 제로의 섬’을 선포는 했으나 모든 행정지표는 탄소 과다 배출 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재생에너지 설치량보다 훨씬 많은 전기 소비시설이 들어서거나 전기차량이 늘어 결국 본토에서 끌어다 쓰는 전력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내연기관 자동차 대수도 전보다 훨씬 늘었습니다. 게다가 탄소 배출 끝판왕인 제트여객기를 지금보다 두 배나 운행하기 위해 제2공항을 건설하거나 기존공항을 확장하는 안 중, 둘 중 하나를 찬성하는 도민들의 비율은 80%를 상회합니다.

 

경제성장, 일자리 정책 위에 대항할 수 있는 환경정책이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직접 피해가 발생하는 오폐수 문제에도 행정당국의 반응은 미미하기 그지없고, 나날이 쌓여만 가는 쓰레기 문제는 때우기식 매립장 건설과 소각장 건설에 그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경제문제가 해결되면 나중에 풀릴 문제로 치부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막연하게 기술의 발전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준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세상에 머리 좋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자라나는 세대들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기에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문제없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어쩌면 그분들 말대로 새로운 획기적인 기술이 등장하여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뛰어난 신세대들이 세상을 바꿀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살아도 되는 걸까요?

 

제 경험상 모든 신기술들은 새로운 부작용을 낳거나,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그 기술을 이용한 발명품을 생산하는 방법이 대량소비-대량생산의 자본주의와 결합하면 환경오염과 자원소비는 더 늘어나고 쓰여지지도 않고 쓰레기로 전락하는 상품이 많아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근현대에 개발된 기술로 생산된 물질들은 대부분 자연분해가 쉽지 않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로 변질되거나 재사용이나 재활용이 극히 일부분밖에 되지 않는다는 문제들이 발생해 왔습니다. 재활용률을 70% 이상 끌어올린다고 해도 재활용 처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근본적으로 0으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구요. 재활용된 물질들은 결국 최종단계에서 아스팔트가 되어 도로로 깔리고 아스팔트는 마모되어 물과 함께 땅으로 스며들어 오염물질이 되고 말지요.

 

새로운 신세대가 이 모든 문제를 전지전능한 신적 존재처럼 해결한다고 해도 그 과정은 대단히 큰 희생을 치르고 난 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바로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책임질 일들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비자림로 확장공사 저지하는 시민들 보며 희망을 느낍니다

  

 

▲ 비자림로 공사 구간에서 가장 먼저 벌채가 시작된 곳은 3구간인 금백조로 입구 주변이다. ⓒ 제주의소리

 

작년 8월, 비자림로 확장공사 당시 처참하게 잘려나간 삼나무들의 모습은 전국에 알려져 공분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정과 송당주민들은 삼나무가 알러지를 일으키는 주범이라며, 공공의 적이라며 적의를 드러내는 일에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인조림이기에 베어내고 도로를 만드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는 태도까지 보였습니다.

 

비자림로를 지키는 시민들에게 막말과 폭력이 당연한 듯 날아왔습니다. 송당 주민들은 삼나무 때문에 자신들이 왜 생명의 위협을 받아야 하냐며 자신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기까지 했습니다. 삼나무 그늘이 너무 깊어 겨울철엔 눈이 녹지 않아 위험하고 봄철에는 고사리 꺾으러 온 사람들이 갓길에 세운 차량 때문에 길이 너무 비좁아져 위험하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라면 제설차량으로 눈을 치우고 고사리철 갓길주차 못 하게 펜스를 세워 주차장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정도의 간단한 대책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도 전국 아름다운 도로 1위 비자림로를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꺾기엔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찌 풍경에만 의지할 수 있을까요.

 

시민들은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현장조사와 문헌조사를 통해 팔색조와 애기뿔소똥구리 존재 가능성을 발견하고 전문가를 초빙하여 본격적인 환경조사를 하게 됩니다. 그 결과 팔색조 둥지는 물론 긴꼬리딱새, 붉은해오라기, 원앙, 맹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멸종위기종들이 무더기로 발견되고 양치식물들도 대단히 다양한 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것이 재발견 되었습니다. 즉, 공공의 적 비자림로 삼나무숲은 100여종의 식물들이 공생하는 수십종 동물들의 보금자리였던 것이었습니다. 그 숲의 공공의 적은 인간들이었습니다.

 

이제, 환경청뿐만 아니라 문화재청에서도 정밀조사를 통해 심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그리고 생명다양성재단의 최재천 교수님은 페북을 통해 비자림로 자체를 없애고 숲 전체를 생물보호구역으로 만드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히기까지 했습니다.

 

제2공항 예정부지에서 멸종위기 1급 비바리뱀이 발견되고, 사파리월드 예정지에서는 멸종위기종 제주고사리삼 서식지 훼손 문제로 선흘1리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UNESCO에서 올해 6월 20일 제주도 땅 전체와 해안선 5km 이내 구역을 생물권보호구역으로 지정을 했습니다. 그러자 제주도 여기저기에서 멸종위기 동식물들이 여기저기에서 봇물 터지듯 발견되고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인간들만의 섬이 아닙니다. 모든 동식물들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야 합니다. 이제야말로 제주도정이 제대로 된 답을 내놔야 합니다.

 

올여름, 신화처럼 푸르른 제주를 생명평화대행진으로 함께해요

 

제주도의 아름다운 동쪽 해안을 따라 걸으며 생명을 품은 바람을 함께 맞으며 제2공항을 막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신산 난산 온평 수산리 주민들의 손을 잡아주세요. 비자림로와 그곳을 지키는 이들의 안녕과 강정마을의 평화를 기원해주세요!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1k1s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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