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고 있는 한국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


한국 정보통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 “천안함 정보 공개” 촉구
– 정부는 관련정보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는 국정조사 착수해야 
– 해외전문가 파견한 정부들, 조사과정에서 무슨 역할 수행했는지 해명해야



9월 1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기고한 글을 시작으로 계속되고 있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의 천안함 관련 발언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레그와 같은 고위급 정보전문가가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침몰되었다는 한미정부의 발표에 의문을 표시한 것도 간단치 않은 일이지만, 그가 천안함 사건이 제2의 통킹만 사건이 될 것을 우려한다면서 한국정부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러시아가 북한어뢰에 의한 침몰설을 부인하는 자국조사단의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주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난처하게 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러시아 소식통의 주장을 소개했다. 그는 또한 한국정부가 러시아 조사단을 초청해 놓고도, 러시아 전문가들이 요구했던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면서, 이로 인해 러시아 쪽이 중국에 “한국에 조사단을 파견해도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으니 조사단을 파견할 필요가 없다”고 권했다는 중국관계자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보고서 내용을 완전히 공개하지 않는다. 그래서 객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한국 정부가) ‘합조단 보고서는 기밀이다. 우리는 이를 말할 수 없다’는 방식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이다. 그 경우, 진실은 우리를 교묘히 피한다.”면서 한국정부의 기밀주의를 정조준했다.  


그레그 전 주한 미 대사의 발언에 대해 국방부에서는 ”40종의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했다“며 반론을 펴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과 관련한 그레그 전 대사의 발언에 대해 여전히 모든 언론과 국민들이 주목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첫째, 한국 정부가 지금까지 국민들은 물론 책임있는 국회의원들에게조차 제대로된 사실관계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천안함 침몰 초기부터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정보 공개를 주저했던 국방부가 스스로 초래한 일이기도 하다. 정부가 종합적인 천안함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것이 6월이었는데 9월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잦은 말바꾸기로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고, 과학적이라고 내어놓은 증거들은 전문가들의 반론에 의해 증거능력을 이미 잃었다.


둘째, 한국 정부가 애초에 6하원칙에 따른 사실관계에 대한 공개와 과학적 분석결과에 기초한 투명하고 신중한 조사과정을 거쳐 천안함 침몰원인을 규명하기 보다, 해외조사단 특히 미국 전문가들의 참여와 같은 모양 꾸미기를 통해 조사결과에 대한 믿음을 강요해온 탓이다. 정부는 동맹국의 권위를 빌어 이 조사작업을 ‘국제공동조사’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스웨덴 정부가 북한소행설에 대한 동의에 난색을 표한 바 있고, 러시아 조사단이 정부 조사결과에 배치되는 의견을 밝히고 있고, 나아가 미국 고위 정보전문가까지 유수 언론매체를 통하여 “국제사회가 한국정부의 조사결과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른바 ‘국제공동조사’의 신뢰성은 크게 금이 갔다. 역할도 불투명한 해외전문가들의 위세와 정보통제에 의존한 정부발표의 신빙성이 근저로부터 또 국제적으로 의심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조사단에 제한된 정보만이 제공된 것이 사실이라면, 합조단에 참여한 이른바, 해외조사단에는 과연 어느 정도의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해외조사단이 천안함 조사 처음부터 끝까지 합조단과 함께 한 것이 아니며 단 며칠동안 합조단이 제공한 정보에 기초해 조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 발표 당일 합조단이 엉뚱한 어뢰 설계도를 제시했다는 사실을 당시 배석했던 해외에서 참여한 전문가들은 알고 있었는지, 한국 정부가 이른바, 결정적 증거물이라고 주장했던 어뢰부품과 거기서 추출된 알루미늄 산화물에 대해 이른바 해외조사단들이 직접 분석에 참여한 바 있는지, 지금 그 결정적 증거가 국제적인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데 미국과 스웨덴 등의 해외조사단은 그 조사결과에도 공동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인지, 이제 한국정부와 전문가들을 파견했던 나라의 정부들이 한국과 세계의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답해야 할 차례이다.


마지막으로 상황이 이렇게 되어 가는데 외국 언론들도 읽어보면서 의문을 키워가고 있는 한국정부의 영문판 보고서조차 열람하지 못한 한국 국회는 각성해야 한다. 즉각 국정조사를 발의하여, 정부에게 모든 사실관련 자료를 공개하도록 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모든 의문점에 대한 검증작업에 착수해야 할 것이다. 이른바 해외조사단도 불러 과연 그들이 어떤 조사작업에 참여했고 한국이 발표한 조사결과의 어디까지 동의하고 있는지도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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