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08-07-08   1812

[2008 평화학교③]수혜자 중심의 인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새로운 한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오늘도 어김없이 평화학교 강의가 이어졌고, 어느덧 4강째를 맞게 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국제분쟁과 NGO의 인도적 지원>이다. 강연자로 초청된 정지선 월드비전 국제구호팀 간사는 생생한 현장 경험을 살려 열띤 강연을 해 주셨고,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면서 2시간 반 동안의 강연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활기차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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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의 밑바탕, 인도적 지원


먼저 인도적 지원에 대한 정의와 기준, 영역 및 관련법 등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인도적 지원은 긴급구호의 밑바탕이 되는 개념이자 그보다 더 광범위한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재난예방과 경감을 위해 노력하고 재난 시 긴급구호에 힘쓰는 동시에 재건 및 복구과정에도 힘쓴다고 한다.


인상적인 것은 인도적 지원의 3원칙 중에서 종교적 목적으로부터 독립하여 지원한다는 원칙이었는데, 월드비전이 대표적인 기독교 NGO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종교적 색채 때문에 긴급구호 시 어려운 점이 없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80~90%의 수혜자가 비 기독교인으로서 인도적 지원의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월드비전 직원 채용 시 제한을 두는 것은 차별의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기독교적 가치들을 직원들이 공유하지 못하거나 현장 활동가들 간에 마찰이 일어나는 경우가 생겨 부득이하게 기준을 세웠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국제 표준이나 행동강령이 있다는 사실도 새로웠다. MDGs를 바탕으로 지원 목표를 세우고 SPHERE 프로젝트를 통해 최소한의 원조 기준 및 주요지표를 제정했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진정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NGO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인도적 지원을 위한 국제법의 존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이러한 국제법들이 제대로 잘 지켜지기만 한다면 평화학교는 필요 없을 것” 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선명히 남았다. 


‘Do No Harm’ 지키기, 그리고 ‘Connector’ 되기


인도적 지원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바람직한 지원 방식이지만, 이 역시 원조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원조가 수혜국에서 피해를 입은 민간인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실패한 불량국가에 힘만 실어주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때로는 수혜를 받는 사람들 사이에 분열을 일으킬 수도 있다.


이러한 폐해를 미연에 방지하여 최소화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은 50여개 국제 NGO가 만든 일종의 프레임을 구축한 ‘Do No Harm’을 따른다고 한다. 이 틀을 바탕으로 원조는 민간인의 역량강화에서 정부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 그리고 평화구축과 개발사업 등으로 분류된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과 단계를 통해 인도적 지원 단체는 사회를 분열시키는 ‘Divider’가 아닌, 사회 통합을 이루어내는 ‘Connector’가 되는 것을 궁극적인 목적으로 한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이해를 도울 수 있었는데, 2001년 인도네시아 북부 Maluku 지역에서 행해진 사업은 처음에 수혜자들 중 이슬람교인들보다 기독교인들이 더 많아서 종교적 갈등을 빚었다고 한다. 이에 월드비전은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고 재디자인하여 갈등 완화 방향으로 사업을 재조정하였다. 주민들 간 장기적 만남을 통해 공통점과 차이점을 파악 및 이해하려고 했고, 여러 종교를 가진 직원들이 서로 이해하고 함께 일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며, 영향력 있는 종교 및 지역사회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관계성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사업은 실패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평가에서도 ‘Divider’보다는 ‘Connector’의 역할을 한 측면이 크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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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수혜자 중심의 지원이 필요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 후 군은 적극적으로 재건복구사업에 참여했다. 그래서 인도적 지원에 참여하는 군과 NGO 사이의 구분이 모호해짐과 동시에 두 주체 간의 협력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정지선 간사는 기본적으로 NGO 자체로서의 지원이 중요하므로 정체성 훼손 우려 측면에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군과 협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방글라데시에 싸이클론 피해가 발생했을 때 군 수송기를 통해 물자를 지원한 사례와,  라이베리아의 내전 이후 PKO의 소년병 무장해제와 월드비전의 소년병 교육 사업의 협력 사례를 들어 예외적인 경우에는 가능하다고 보았다. 정보공유 또한 사업의 중복을 배제하기 위한 경우에만 공유한다고 했다.


그 밖에 재난 시 구호 진행 과정에서는 인력, 물자, 사업비의 세 가지 요소가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재난 구호 활동가들은 재난 구호를 위한 지역사무소나 기구에 소속되어 72시간 내에 현장 파견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물자 창고도 세계 5개 지역에 위치해 있어서 현지조달 원칙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 이들 창고로부터 물자를 지원받도록 해놓았다. 사업비는 초기에 긴급한 사용이 필요할 경우 여러 회원국들이 돈을 모아 마련한 긴급구호 상시비상자금을 쓰고, 후에 모금을 통해 다시 자금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구호가 진행된다고 한다.


이렇게 인도적 지원은 기본 틀과 원칙을 바탕으로 다양한 계획과 단계를 거쳐 진행이 되는데,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실질적인 수혜자 중심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지선 간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부분도 바로 이러한 원칙이었다. NGO는 후원이 있어야 사업을 진행하는 데, 언론에 잘 알려지지 않은 국제분쟁에 대한 지원은 후원이 부족해 1인당 수혜자에게 돌아가는 원조액이 각 나라마다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또한 후원자가 생각한 원조 방법과 수혜자들이 기대했던 방식이나 욕구가 달라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 나라의 정치․경제․사회적 특징이나 문화적․종교적 배경 등을 미리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는 건 필수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인도적 지원 시 수혜자들의 다양한 욕구와 이해관계를 재빠르고 정확히 파악해서 최대한 반영하려는 노력이 뒤따르는 게 필요하다. 버마에서 발생한 싸이클론 피해 복구 지원 때 일주일 기간의 관광비자를 통해 들어간 원조 단체들의 행동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며 언급한 정지선 간사의 발언은 모두에게 진정한 인도적 지원에 대한 고민거리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월드비전은 이전부터 버마에서 개발사업을 진행하던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여서, 관광비자를 통한 단기간의 지원보다는 사전 현장 조사 및 구체적인 상황 파악, 그리고 실질적인 수혜자 수요 확인 등을 통해 구호를 진행하려고 애쓴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인도적 지원의 본질적인 목표를 늘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메세지로 들린다.

“인도적 지원 자체만 생각하기보다는 과연 이 지원이 꼭 필요한 수혜자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중훈 평화군축센터 자원활동가/평화학교 스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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