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기타(pd) 2011-01-10   2560

[후기] 여러분! 평양행 기차표 받아가세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직접 행동 후기


 

참여연대 7기 인턴 김승환

‘사람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알려라!’  

우리에게 떨어진 미션. 정해진 것은 없었다. 사람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마음껏 알리는 직접 행동이라면 괜찮다고 했다. 막연했다. 작년 5기, 6기들이 한 직접행동 이야기를 들었다. 뭔가 대단해보였다. 과연 우리도 할 수 있을까하는 물음표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대북 강경론이 득세한 상황에서 섣불리 한반도 평화를 노래하기가 조심스러웠다.

우리가 생각한 직접행동 원칙은 크게 두 가지였다. 기자회견은 하지 않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여는 것이다. 이미 지난 기수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기자회견 같은 의사전달 방식에 거부감을 갖는 조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 보다는 대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택하고 싶었다. 또한 젊은층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에 착안해 젊은층을 목표 대상으로 삼았다.

 “평양행 기차표 팔면 어때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던 와중에 조원 중 가장 어린 주형이가 황당한 제안을 했다. 처음에는 다들 콧방귀를 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웃었다. 하지만 주형이의 추가 설명을 들은 후 조원들 표정은 바뀌었다. 다들 괜찮은 아이디어라는 표정이었다.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에서 시민단체 ‘예스맨’이 세상을 바꾸는 ‘좋은 거짓말’을 하고 다니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평양행 기차표를 통해 평화 통일에 대한 의지를 담으면 어떻겠냐고 했다.

“평양으로 진격하는 흡수통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생각한 직접행동 기획안을 발표한 자리에서 가장 처음 나온 말이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부분이었다. 서울발 평양행 기차표라는 것이 마치 북으로 진격하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의도하는 바가 있더라도 상대방이 잘 못 이해하면 의사소통은 실패한 것이다. 좀 더 면밀한 준비가 필요했다. 또한 표만 배부하기에는 다소 밋밋했다. 동물 탈을 쓰고 표를 배부하자, 호객 행위를 하자 등 여러 아이디어가 나오긴 했지만 단독 행사로 치르기에는 부족해보였다. 우리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평화 기원 그라피티를 하는 다른 조와 행사를 합치기로 했다. 사람들이 평화통일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포스트잇에 자기 의견을 적어 붙일 수 있는 우드락 판도 준비했다.  
 
직접 행동 전에 설 연휴가 끼어 있어서 기획 외에 실제적으로 직접 행동을 준비한 것은 3일이 채 안 되었다. 시간은 없고, 임무 분담은 불명확하며, 의견 충돌도 있었던 지라 마음만 다급했다. 심지어 직접 행동 할 장소(홍대 관광 안내소 앞) 섭외도 그 전날 겨우 맞춰서 되었고, 언론 보도 자료도 그 전날 부리나케 완성해서 배포했다.

드디어 대망의 D-Day. 행사 예정 시각은 오후 3시. 언론사에 보도 자료를 배포하긴 했지만 전혀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진기자 3~4명이 먼저 기다리고 있었다. 짐 때문에 남자들만 도착하고, 여자들은 버스를 타고 와서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했다. 기자들이 계속 진을 치고 있어 마음이 다급해졌다. 바람은 많이 불고, 여자들은 안 오고, 다들 짜증지수도 함께 높아졌다. 그래도 일단 행사를 진행해야하는 만큼 그림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30분이 넘어서야 나머지 일행이 도착했다.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한편에서는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그림을 직접 그리고 한 편에서는 시민들에게 평양행 기차표를 배부했다. 그 옆에서는 시민들이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아 한반도 모양이 그려진 우드락 판에 포스트잇을 붙이도록 했다.

“평양 가는 기차표에 당첨되셨습니다. 이 기차표 가지고 서울역으로 가세요.”

막내 주형이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을 어찌나 능숙하게 하는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내 웃음을 참았다. 생각보다 사람들 호응이 좋았다. 우리 조원들이 행사의 취지를 설명할 때 사람들이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마음이 뿌듯했다. 평화 통일에 관한 메시지를 담은 우드락 판도 거의 꽉 찼고, 그 내용 또한 다양하고 의미 있었다.

인위적인 설정 샷을 요구하던 기자들도 떠나가고, 준비했던 200장 평양행 기차표도 동이 났고, 포스트잇으로 한반도 모양도 그려졌다. 언제 다 그릴 수 있을까 걱정하던 그림도 완성되었다. 자세히 그림을 보면 페인트가 아래로 흘러내려 그림이 훼손된 부분이 곳곳에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뿌듯했다. 다들 예쁘다고 감탄했다.

사람들에게 직접 마이크를 잡고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는 못 했다. 그저 그림을 그렸고, 표를 나눠줬고, 조용히 하고 싶은 말을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그 동안에는 머리로만 생각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이 날은 달랐다. 머리로 생각했고, 가슴으로 느꼈고, 발로 뛴 날이었다.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려던 찰라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감흥을 느낄 시간도 없이 우린 그 곳을 떠났다. 새로운 ‘직접 행동’을 기약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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