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4-12-18   2820

[헌법 무시하는 해외파병법②] 명분 없는 해외파병, 소수 기업만 웃는다

명분 없는 해외파병, 소수 기업만 웃는다

[헌법 무시하는 해외파병법②] ‘선 파병 후 입법’ 국회 권한 포기했나

 

박정은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지난 12월 1일 해외파병의 범주를 대폭 확대시키는 내용의 ‘국군의 해외파견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10년의 이라크, 아프간 파병 과정에서 겪었던 사회적 논란과 인적, 물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위헌적인 각종 파병을 도리어 합법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그동안 한국군의 해외 파병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당 법안의 문제점 그리고 향후 국회가 해외파병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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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2011년 3월 12일 UAE 아부다비 알 아인 ‘아크부대’를 방문, 한국 및 UAE 장병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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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국가 중 보기 드물게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시작전권 환수는 극구 거부하는 군인들의 나라. 아직 역량이 부족하여 지역 내 안정을 이룰 때까지 전시작전권 환수를 유보하지만, 해외파병으로 다른 나라 군대의 ‘정예화와 작전수행능력 향상’과 그 주변 지역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군인들의 나라.

 

– 자국민 구조를 위해 군함 한 척도 동원하지 못하면서, 먼 나라의 자국민 보호와 다른 나라 재해 구호를 명분으로 내걸고 쉽게 군인들을 보내는 나라.

 

– 막대한 국민 세금(2015년만 해도 37조 원을 훌쩍 넘는 국방예산)을 갖고 미국산 무기 구매에 가장 앞장서는 군인들의 나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대를 해외에 파견하여, 소수 기업의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을 ‘국익’이라고 강변하는 군인들의 나라.

 

–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가혹행위와 성폭행 사건이 터지고, 가끔 ‘노크 귀순’에 철책 방어가 엉망이라는 걸 여실히 드러내는 군대의 나라. 할 수만 있다면 회피하고 싶은 징집을 거부하면 가혹하게 처벌하고, 병역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들의 신상정보까지 공개하겠다는 군인들의 나라.

 

– 문제가 알려지면 무조건 사실관계를 부정하다가 더 이상 숨기기 어려우면 ‘기밀’이고, ‘국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감추는 데 급급한 군인들의 나라.

 

– 이 모든 것을 옹호하거나 혹은 비판하면서 매년 올라오는 파병연장동의안을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동의해주는 나라의 국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군대와 국회의 얘기다. 국민들에게 현실은 이토록 가혹하지만, 한국군은 해외파병에 무척이나 공들이고 있다. 베트남 파병 이후 이뤄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대규모 파병 이후 한국군은 비분쟁 지역 파병은 물론 현행 법률로는 가능하지 않은 파병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레바논과 남수단 등에 유엔평화유지군(PKO)으로 파병하고, 국회 사후 동의를 받는 PKO법도 제정했다.

 

그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지역재건팀(PRT)을 경호하는 오쉬노 부대와 소말리아 해역에서 연합해군사 등과 연합작전훈련을 하는 청해부대를 파견했고, 재해 복구를 위해 아이티, 필리핀에도 한국군을 파견했다. 

 

한국군은 더 이상 ‘국제평화 기여’나 ‘국토방위’라는 헌법상 국군의 임무도 그다지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용병이든, 한미동맹 차원이든 최소한 국제평화에 기여한다는 나름의 명분을 내걸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언제 어디로든 파병 가능하게 하는 ‘자동문 파병’ 법안 

 

또 하나, 아크 부대가 있다. UAE 원전수주와 함께 군사교육과 훈련 지원을 이유로 UAE에 파견된 특전사 부대다. 2010년 국회 국방위원회의 심의도 없이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한 것이 UAE 파병동의안이었다. 이후 매년 국회는 파병연장에 동의했고, 올해 12월 2일 국회는 본회의에서 UAE 파병연장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군은 ‘국방교류협력’이라는 그럴싸한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아크 부대는 전무후무하게도 경제적 대가로 파병된 부대이다. 다국적군도, PKO도 아니고, 헌법 5조 1항(국제평화 유지에 기여하고 침략전쟁을 부인한다)을 적용할 수 없는,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해외파병이다. 법적 근거가 없는 파병에 나선 국방부나 이에 동의해준 국회는 2012년 근거법 마련에 나섰다. 

 

그것이 바로 2013년 6월 송영근 의원(새누리당)이 대표발의한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다. 현행법상 가능하지 않은 파병을 정당화하기 위해 법안은 해외파병의 범위에 “국방교류협력을 위한 파견활동, 즉 특정 국가의 요청에 따라 비분쟁 지역에 파견되어 수행하는 교육훈련, 인도적 지원 및 재난구호 등을 비롯한 제반 비전투 국방교류협력 활동”을 포함시키고 있다. 그리고 법안은 PKO를 제외한 국군의 해외파견활동에 관한 사항은 이 법을 우선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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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AE 핵발전소 수주진상 규명! 국정조사 실시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2011년 2월 8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앞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핵발전소 수주의 대가로 이뤄진 특전사 파병, 총 건설비 186억달러의 절반에 해당하는 90~110억 달러를 28년 장기간 대출, 한국과 UAE의 신용등급 차이로 발생하는 역마진(손실) 등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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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회는 지금까지 각종 명분으로 추진된 한국군 파병에 대해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동의해주었다. 아크 부대 파병연장동의안을 보자. 2012년 국회는 법적 근거 마련과 파견기간 및 부대운용 방안 마련을 부대의견으로 첨부해서 동의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2013년 다시 파병연장동의안을 제출한 국방부는 국회가 요구한 부대의견을 무시했다.

국회가 재차 요구했지만 2014년 올해도 국방부의 태도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병연장동의안은 큰 반대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해만 하더라도,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45명 중 단 28명만이 파병연장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을 뿐이다.

과거 다른 파병동의안 처리과정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의원들이 파병의 법적 근거와 타당성을 따지기도 했지만, 어차피 국회는 동의해주게 돼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 법안은 파병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따지는 국회 내 최소한의 심의조차 생략하자는 의도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철회돼야 할 잘못된 파병 결정, 사후 정당화가 웬 말

 아크 부대 파병이 필요하다는 국방부와 국회의 주장을 보면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UAE 파병연장동의안은 “우리 군의 특수작전 수행능력의 향상과 UAE 주재 우리 국민들의 안전보호에 도움이 되며, 안정적인 원유확보 및 방산수출 확대 등 우리의 국익 증진에도 기여”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군 작전능력 향상이나 해외거주 한국민 보호라는 명분은 그 어떤 나라에든 파병이 가능하다는 논리와 다르지 않다.

국방부가 UAE 파병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PKO 등 자국의 군대를 해외에 보내 경제적으로 보전받는 빈곤 국가들에 비추어보면 형식은 다르지만,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군대를 활용하고 있다는 본질에서는 다르지 않다. 

국회 국방위 심사보고서 역시 국방부가 제출한 자료 ‘아크부대 파병 이후 국익증진 효과’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데, UAE 군(가족)과 민간인들을 국내 병원에 유치하는 데 합의했다는 점, 몇몇 방산물자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UAE 발주 정유시설 프로젝트 7개 중 5개를 한국 기업이 수주했다는 점 등을 ‘국익 증진’의 내용이라고 밝히고 있다.
잘 들여다보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군대를 파견하여 얻는 경제적 이익이 특정 병원이나 재벌계열의 방산업체, 대기업에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소수 기업체의 이익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파병을 하는 게 맞는지, 이것을 ‘국익 증진’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 따져볼 문제이다.
지난 12월 2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UAE 파병연장동의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처리되었지만, 국회는 법적 근거 없이 아크 부대 파병 연장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인정했다. 잘못된 파병 결정은 철회되어야 하지, 사후적으로 정당화해줄 일이 아니다.
만일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된다면, 앞으로 국회에서 파병의 법적 근거나 명분을 두고 다투는 일조차 없어질 것이다. 헌법에 부합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 혹은 어떤 명분으로 해외파병이 추진되더라도 그 근거가 되는 매우 포괄적인 법이 생기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던 UAE 파병은 그 시작에 불과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해외파병에 관한 한 아무런 제어기능을 하지 못한 국회이다. 국민들이 위임해준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면, 감시와 통제 밖의 군을 견제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국회는 반드시 ‘국군의 해외파견활동 참여에 관한 법률안’을 부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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