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4-12-22   2860

[헌법 무시하는 해외파병법③] 해외로 팔려가는 군인들… 국회의원들, 너무하네

해외로 팔려가는 군인들… 국회의원들, 너무하네

[헌법 무시하는 해외파병법③] 한미일 연합해군 구성도 정당화 가능성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지난 12월 1일 해외파병의 범주를 대폭 확대시키는 내용의 ‘국군의 해외파견 참여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10년의 이라크, 아프간 파병 과정에서 겪었던 사회적 논란과 인적, 물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위헌적인 각종 파병을 도리어 합법화하는 조치라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이에 참여연대는 그동안 한국군의 해외 파병을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해당 법안의 문제점 그리고 향후 국회가 해외파병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자이툰부대 6진 1차 교대병력 환송식

▲  2007년 2월 28일 경기도 광주 특전교육단에서 간부 226명, 사병 343명 등 총 569명으로 구성된 자이툰부대 6진 1차 교대병력 환송식이 열렸다. 환송하는 어머니가 눈물을 흘리자 아들도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국회가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 하고 있다.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한국군의 해외파병 요건에 사실상 제한을 두지 않는 다목적 파병법안을 처리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2월 1일 국회 국방위를 통과한 ‘국군의 해외파견 참여에 관한 법률안(아래 해외파병참여법)’은 분쟁지역에 대한 다국적군 파병, 비분쟁지역에 대한 인도지원과 교육훈련을 위한 파병, 그리고 기타 국제평화유지를 위한 파병 등 파병의 범주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60조 2항은 국군의 외국 파견에 대해 국회가 ‘동의’해야만 한다고 제한했다.


동시에 헌법 5조에서 국군은 ‘국토방위’의 의무를 가지며 ‘침략전쟁을 부인’한다고 규정하여 2중의 잠금장치를 두고 있다. 제헌헌법의 기초위원이었던 유진오 교수는 침략전쟁을 부인하는 조항에 대해 “(한국)군대는 침략전쟁을 행하는 군대가 아니고 국토방위의 수행을 사명으로 하는 방위적인 군대입니다”라고 명확하게 한 바 있다. 가급적이면 해외에 군대를 파견하지 말자는 취지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파병참여법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지금도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해외파병이 아예 군 통상업무의 하나가 될 가능성이 크다. UN이 공식적으로 결의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국군부대의 국제연합 평화유지활동 파견에 관한 법률(아래 PKO법)은 이미 별도로 제정되어 시행된 지 오래다.


여기에 해외파병참여법이 더해지면 이라크 파병 같은 다국적군 파병,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처럼 ‘교육훈련’을 내걸었지만 사실은 원전수출 대가로 제공되는 ‘세일즈 파병’, 그리고 인도지원을 명분으로 미국 따라 강남 가는 식의 군사적 진출이 모두 실정법적 근거를 갖게 될 터이다.  


침략행위에 대한 ‘무제한 해외파병’ 일상화 될 우려 


해외파병참여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어날 문제들을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해외파병참여법은 다국적군 파병을 마치 당연한 일처럼 정당화하고 있다. 다국적군이란 UN이 직접 주도하지 않고 특정 국가나 지역안보기구가 이끄는 군대를 말하는데, 이라크 침공과 점령을 수행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미국이 아프간과 이라크, 그리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벌인 전쟁은 해당 지역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에 크나큰 재앙적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이라크 침공과 점령은 천문학적인 군비에도 불구하고 군사적으로 완전히 실패했고, 세계를 더 극심한 무장갈등과 테러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미국의 재정위기를 심화시켜 전 세계에 미국발 경제금융위기를 가져왔다.


이라크와 아프간 그리고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CIA 비밀감옥에서 심문수단으로 고문이 광범위하게 자행된 것은 지금까지도 미국과 국제 정치의 한복판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이라크와 시리아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장해가고 있는 근본주의 이슬람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Islam State of Iraq and Syria)의 성장배경에는 미국이 주도한 다국적군의 명분 없는 이라크 침공과 점령, 그 과정에서 이라크 국민들이 입게 된 회복하기 힘든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파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작 미국이 침공하기 전까지 이라크에는 이슬람국가와 같은 테러세력도, 대량살상무기도 없었다. 다만 후세인이라는 독재자가 있었을 뿐이다. 


당시 한국 정부는 미국을 도와 국군을 파병했다. 이 파병이 ‘침략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5조 1항,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의무를 수행한다’는 5조 2항의 제한을 넘어서는 위헌적인 파병임이 자명했지만 정부도 국회의원 대다수도 함구했다.


한국군은 파병 첫 해에는 ‘미국을 도와 테러행태를 근절’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다가,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 테러세력과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은근슬쩍 파병목적을 ‘이라크의 재건’을 돕는 것으로 수정했다. 또 당초엔 미국의 요청을 받아서 파병했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가서는 ‘UN 결의를 준수’하기 위해서 주둔을 지속하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이라크 침공이 UN 헌장과 국제법에 위배되는 명백한 침략행위인데도 말이다.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UN의 결의란, UN 안전보장이사회가 후세인이 제거된 이라크의 안정을 위해 미군과 다국적군이 좀 더 주둔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을 사후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마치 UN이 다국적군의 침공과 점령을 지지한 것처럼 포장하여 한국군이 이라크에서 미군을 도울 핑계 거리로 삼은 것이다. 


이라크 침공 11년, 한국군이 이라크에서 철군한 지 만 6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라크 침공과 점령에 대해 국방부가 국회에 제대로 된 평가보고서를 제출한 바 없다. 예를 들어 미국의 이라크 작전 목표가 성공했는지, 한국군이 수행했다는 재건지원은 과연 지역사회를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국회가 제대로 보고받고 평가한 적이 없다.


주둔경비나 재건지원 경비의 자세한 명세를 제출받은 적도 없다. 다만 국회의원들은 한국군의 재건지원작전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고 호평을 받았다는 식의 상투적이고 터무니없이 부풀려진 보고서만을 받아보았을 뿐이다.


이라크 자이툰 부대가 재건지원에 사용했다는 비용은 부대 주둔 비용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이툰 부대 파병 비용을 재건지용으로 대신 지급했더라면 더 큰 성과를 냈을 것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국회 국방위는 이라크 파병 같은 위헌적인 다국적군 파병을 정당화하는 해외파병참여법을 처리해줬다. 어수룩하고 무르기가 이를 데 없다. 


비분쟁지역 재난구조에 왜 구조대가 아니라 군대가 가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과 우윤근 원내대표가 10일 오후 국회에서 만나 4대강과 자원외교, 그리고 방산비리 등 이른바 사자방 관련 국정조사와 공무원연금 개혁, 정치개혁 특위, 청와대 문건 유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앞서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다. ⓒ 남소연


해외파병참여법안의 또 다른 심각한 문제점은 인도지원 파견, 교육훈련 파견, 상업적 의도를 가진 파병을 가리지 않고 실정법으로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지원이나 재난구호를 위한 비분쟁지역 파병은 분쟁지역에 대한 다국적군 파견과는 달리 비교적 안전하고 무장간섭의 요소도 덜 한 것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군사적 목적이 있지 않다면 비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재난구호에 굳이 군대가 가야 할 이유가 없다.


전문적인 소방대원, 의사, 긴급구호 전문가, 토목전문기사들이 파견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일반적인 기대와는 달리 군대는 재난구조나 인도지원에 지극히 비효율적이고 비전문적이라는 사실이 세월호 구조구난활동에서도 확인되었다. 세월호 참사에 동원된 해군함정들(3척의 구조함 포함)은 직접적 구조활동에 동원되기보다 주로 민간잠수사들의 침식, 그리고 해상탐색 등 부수적인 활동에 이용되었다. 


사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제정되어 시행되고 있는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은 “해외재난이 발생한 경우 피해국에 대한 긴급구호대의 파견, 긴급구호물품의 지원, 임시 재해복구의 지원 등 해외긴급구호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해외재난 지역에서의 신속한 인명구조와 재난구호에 기여(제2조)”하기 위해 “해외긴급구호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제3조)”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이미 필리핀 파병동의안 제출 이전에 이미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신속한 긴급구조·구호인력 또는 물품의 수송지원을 위한 군용 수송기 또는 수송함”을 파견한 터였다. 긴급구조 구호인력과 군 수송기 외에 국군부대가 직접 필리핀에 가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분쟁이 없는 지역에 인도지원 등을 이유로 어느 나라가 다른 나라에 군대를 보낼 때는, 인도적 구호활동 그 자체보다 해당 지역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잿밥’에 관심을 두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해 필리핀 태풍 피해에 한국군이 파견된 것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는데, 최근 필리핀을 비롯한 서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존재감과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미국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요청이라고 추론해 봄직하다.

  

‘자원외교 실패’ 성토하는 국회, 돈 벌러 군대 보내는 건 찬성?  


‘교육훈련’을 위해 비분쟁 지역에 군부대를 파견하는 것 역시 다른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해외파병참여법(안) 심의과정에서 국방위원회는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파병은 해당 법안의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 내린 바 있어, 도대체 ‘국가안보’와 상관없는 교육훈련을 위한 파병이란 무엇일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이 의문점에 해답을 주는 사례가 UAE 파병이다. UAE 파병의 경우 ‘군사협력’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UAE 원전건설 수주의 부대조건으로 ‘끼워팔기’ 식으로 진행된 ‘상업적 목적의 파견’이라는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다.


UAE에 대한 원전수출은 지금 국회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자원외교와 마찬가지로 경제적 득실에 충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저가 입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정부는 원전수주 계약 이면 내용을 공개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에 대해서 비공개로 대응해왔고, 수주 계약 이후 UAE와 맺은 군사비밀보호 약정의 내용에 대해서도 비공개로 일관하고 있다.


2013년 UAE 파병연장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당시, 국회가 채택한 심사보고서는 “UAE 파견연장동의안은 그간의 분쟁지역에 대한 평화유지활동을 위한 국군 부대 파견과 달리 비분쟁지역에 대한 군사협력과 국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새로운 형태의 파견으로, 헌법 제5조 제1항의 국제평화주의 원칙에 근거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2013년 정부여당의 UAE 파병 동의안이 헌법의 국제평화주의에 반한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인 야당 국방위 의원들이 자원외교 낭비, 방산비리에 대한 국정조사 여부를 다투는  2014년에 와서 UAE 파병 연장안을 합의처리 해준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해외파병참여법안은 “기타 국제평화유지 활동”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포괄적인 조항을 두어 사실상 모든 종류의 파병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군이 이미 보유운용하고 있는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국방부 훈령)’을 살펴보면 이 같은 해석이 결코 주관적인 추측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훈령 제2조 5호는 “국제평화유지활동이란 UN, 지역안보기구, 특정국 등의 요청에 따라 국군부대 및 군 요원을 해외에 파견하여 UN PKO 및 다국적군 평화활동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정국의 요청’에 의해 ‘부대는 물론 개별 군 요원’을 ‘다국적군’에 파견하는 것을 국제평화유지 활동에 포함시키면 사실상 모든 종류의 파병이 합법성을 얻게 된다. 심지어 온 국민이 우려하는, 해양안보를 명분으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연합해군을 위한 파병도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 결정에 버금가는 한국판 한미동맹의 세계화 입법안, 한국군 무제한 해외진출 입법안이 지금 국회를 통과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헌법과 국민 앞에 서약한 바에 충실하고자 한다면 이 위험천만한 군대의 해외진출법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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