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9-01-20   2272

[이라크 모니터링⑪] 오바마의 이라크 철군정책과 미 군부의 무력화 시도


오바마, 군부와 매파에 포위되나


가레스 포터 (전 아메리칸대 교수)[footnote]1942년생. 뉴욕시립대 및 아메리칸 대학의 역사학 교수를 지낸 언론인으로서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으로 명성이 높다. 주요 저서로 <지배력의 상실 : 권력의 불균형과 베트남 전쟁>(2005)등이 있다.[/footnote]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에게 쏠리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는 그가 자신의 선거공약대로, 과연 미군을 이라크에서 16개월 이내에 철수시킬 수 있을 것인지 여부다. 이라크 철군 여부는 오바마의 외교 및 국가 안보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이라크 철군 문제는 대통령 당선자와 그의 철군 정책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군 군부 지도자들 사이의 가장 첨예한 갈등 요인을 안고 있다.

우선, 오바마는 미군의 철군 계획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책 추진을 위해’투쟁’할 것인지, 아니면 군부 압력에 굴복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있다. 오바마와 군부간의 갈등의 핵심은 이라크로부터의 전략적 철군이냐, 아니면 2011년 이후까지 미군의 주둔을 연장할 것이냐 하는 근본적 선택의 문제다. 이는 반전(反戰) 주의자이자, 민주주의의 실천가인 오바마의 이념적 기반과는 별개의 다른 문제이기도 하다. 오바마의 취임 후 16개월 이내에 미군 철군이 이뤄진다면, 이는 그의 전략적 입장을 신중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이라크로부터의 신속한 철군에 대한 오바마의 전략을 가장 분명하게 드러낸 것은 지난 7월 15일 있었던 연설이었다. 오바마는 이 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한 미군의 개입은 미국 사회가 직면한 모든 위협과 미국이 가질 수 있는 많은 기회로부터 우리의 시선을 돌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이라크는 우리의 안보, 세계에서의 미국의 지위, 그리고 21세기 도전의 극복에 필요한 우리 군사력과 경제 및 자원 등을 손상시켰다”고 주장했다.


<뉴욕 타임스>는 7월14일자 특집 기사에서 “오바마가 자신의 철군 계획에 대해 ‘전술적 조정’을 담고 있다고 강조한 뒤, 미군의 안전한 재배치를 보장하기 위해 지상군 사령관들과 이라크 정부가 협의하기로 한 사실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이틀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정부와의 협의 계획이 16개월 기한의 철군 일정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지만, 미군 철군의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몇 개월 정도의 속도조절’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바마는 이라크 주둔군 최고 사령관이 권하는 일정에 따라 자신의 철군계획을 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그는 “대통령의 업무는 장군들에게 그들의 임무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에 실린 조 클라인의 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당시 바그다드에서 데이빗 페트레이어스 장군과 만난 자리에서 “상황에 기초한 철군”이란 그의 주장을 거부하면서, 지속적인 미군 주둔 비용에 대한 자신의 평가에 기초해서 철군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SOFA, 오바마와 ‘코드’ 맞아


그러나 오바마의 계획에는 한 가지 모호한 점이 있다. 군 보호와 이라크 치안군의 훈련 뿐 아니라, “메소포타미아지역에서 알 카에다의 잔여 세력을 추적하는 것을 포함한 ‘제한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라크에 ‘잔여군’을 유지할 것”이라고 제안한 점이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그는 이것과는 달리 알 카에다 세력을 겨냥한 군 부대가 중동의 다른 지역에 주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워싱턴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바마도 애초 미국-이라크 ‘주둔군 지위협정(SOFA)’을 위한 협상이 마무리되면, 이라크내 미군의 장기 주둔이 허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8월 중순경
까지도 부시 행정부는 여전히 전투부대의 철군 일정은 단지 ‘시간적 목표’일 뿐, 정작 ‘상황’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라크 수상 누리 알-말리키는 예상외로 2011년말까지 전투 부대뿐 아니라, 모든 비전투 부대의 완전한 철군도 요구했다. 그는 또 2009년 6월까지 도시와 마을에서 미군 부대의 철군 일정과 ‘주둔군 지위 협정’에 맞춰 이라크에 편성된 미군 기지를 재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11월 6일 부시 행정부에 의해 받아들여진 최종 SOFA협정은 워싱턴에게 완전 철군의 세부 일정을 넘겨주고, 구체적 시일내에 미군 병력 수준을 줄이기 위한 ‘메커니즘과 협정을 만들 것’을 요구했다. 이 협정은 미군이 이라크 정부의 완전한 승인과 조정 없이 이라크내에서의 군사행동을 금하고, 이라크 법원의 명령 없이 이라크인들을 구금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또 타국에 대한 공격을 벌이기 위해 이라크 영토와 영공을 이용하는 행위를 절대 금지하고 있다. 

이 협정이 체결될 즈음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결국 그의 16개월 철군 일정표는 애초 이 협정의 의도와 맞아 떨어진 셈이었다. 그러나 군부 수뇌부는 오바마의 계획이나 SOFA협정에 의해 부과된 조건들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제로 군과 국방부 관료들은 이 협정을 후퇴시키려는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군부 ‘상황 따라 장기 주둔해야’


오바마 당선 후 72시간이 지나지 않아, <타임>은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인 레이몬드 오디에르노 장군이 “미군의 철군은 신중한 방식으로 천천히 이뤄져야 하며, 이를 통해 이라크에서 우리가 이뤘던 것을 되돌려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음을 전했다. <타임>은 고위 미군 장성들이 오바마에게 “2010년 중반까지 이라크로부터 모든 미군 전투 부대를 철군시킨다는 그의 선거 공약을 조정할 것”을 충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3일 후 <워싱턴 포스트>는 마이클 멀렌 합참의장이 오바마의 철군 스케줄을 “위험한 것”이라고 반대하며, ‘여전히 군 감축은 이라크 상황에 좌우되어야 한다’는 군부의 주장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면서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 이후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재확인한 것처럼 매달 2개 여단 규모의 철군을 밀어붙인다면 그와 군 지도자들 사이의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1월 16일 이 신문은 멀렌이 이라크의 ‘사건’들에 따라 철군의 속도와 규모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오바마에게 조언할 것이란 의도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런 언급은 대통령 당선자의 이라크 정책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을 나타낸 것이다. 또 SOFA협정 조인일인 11월 18일엔 국방부 관리들이 일단 협정에 담긴 ‘시간 틀’은 이라크로부터 약 15만 명의 미군과 장비를 안전하게 철수시키기에 적절한 시간을 제공한다고 동의한 것으로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상황’이 보장하는 조건에서만 철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들 군관계자들은 SOFA 협정이 확고한 철군 시간표에 토대를 두었을 뿐, ‘상황’에 기초한 계획을 거부한 것으로 믿고 있던 탓에 협정에 따른 철군 시한에 구속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펜타곤 등 SOFA 무력화 안간힘


‘상황’에 따른 탄력적 철군을 고집해온 군부의 주장은 근본적으론 SOFA 핵심 규정을 피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와 군부의 의도와 상통한다는 사실이 곧 밝혀졌다. 11월 25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 관리들은 미군에 대한 SOFA협정의 제약을 대폭 완화했다. 다른 국가에 대한 공격을 목적으로 한 이라크 내의 기지 사용을 금지한 것이나, 미군 작전시 이라크 정부에 대한 사전 통지를 의무 조항으로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협정 조항에서 미국은 이라크 정부의 제약을 회피하고, 군사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요건을 ‘판단’할 수 있도록 슬며시 문구를 바꾸었다. 그 ‘판단’은 큰 폭의 융통성을 허용하고 있다. 즉, 이란 시리아와 이란 영내의 목표 지점에 대한 공격을 정당화하도록 협정 문구에 ‘자위권’을 명기했고, 일정 기간에 특정 지역에서 벌어질 작전 계획을 이라크 관리에게 ‘알려주기만’ 하면 되게 했다.

애초 미군 작전을 관장하는 협정 규정은 단지 ‘통지’만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라크 정부의 승인’과 ‘이라크 당국과의 완전한 조정’을 요구했다. 특히 ‘타국에 대한 공격의 금지’는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이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정부가 만약 이런 ‘판단’을 명기한 조항을 알면 즉각 SOFA 협정을 거부할 것이 분명하므로 이를 비밀에 부쳐왔다. 실제로 부시 행정부의 진정한 의도는 이를 통해 협정의 효력 자체를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SOFA의 의도를 전복시키기 위한 미 국방부 입안자들의 더 심각한 음모가 <뉴욕타임스>에 의해 폭로되었다. 이 신문은 12월4일자 기사를 통해 “‘펜타곤의 입안자들’은 일부 부대의 이름을 ‘재 명명’함으로써 현재의 전투부대가 아닌, 이라크 인들을 위한 훈련과 지원을 맡는 비전투 부대로 임무를 다시 정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재 명명’은 어떤 의미에선 오바마 당선자의 목표가 ‘최소한으로나마 달성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노골적으로 분석했다.


물론 펜타곤의 진짜 의도는 이처럼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 이 신문은 펜타곤 입안자들이 7만 명 정도의 미군을 2011년 이후에도 상당한 기간 동안 이라크에서 주둔시키도록 계획한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훈련과 지원 부대’로 위장해 이라크에서 무제한적으로 전투 부대를 유지하려는 계획, 합참의장 멀렌과 다른 군부 지도자들의 ‘상황에 기초한 철군’ 주장, 그리고 미군 작전에 대한 이라크 정부의 제약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 등은 모두 한 가지 공통적 배경을 갖고 있다. 즉 오바마의 철군 계획과 미국-이라크 SOFA협정을 뒤집으려는 군산복합체 집단의 의도가 그것이다.
 


‘군산복합체’ 대대적 반격에 나서


따라서 오바마 당선자는 자신의 정책이나 이라크 정부의 의도를 무력하게 하며, 강력한 결의를 다지는 펜타곤 관료주의와 맞서야 했다. 로버트 M. 게이츠 국방장관 유임은 그런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오바마에게 그가 거의 저항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정치적 압력이 가해졌고, 그의 외교·정책적 리더십에 대한 공개적인 도전이란 관점에서 주목할 만 한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그런 압력은 오바마가 당선된 지 24시간도 채 안 돼 시작되었으며 게이츠를 국방장관으로 유임시키라는 요청이 신문 칼럼니스트와 해설자 및 민주당의 지도급 의원들로부터 공개적으로 쇄도했다고 보도했다. 공식적으론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칸전(戰)이라는 두 개의 전쟁에 개입된 시점에서 국방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이런 전례 없는 인사의 명분이었다.

오바마 인수팀 측근에 따르면 이런 명분은 또한 정치적이기도 했다. 민주당은 흔히 국가 안보 문제에 관한 한 공화당보다 취약하다는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던지고 있다고 우려해왔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공화당원인 게이츠가 이라크 정책을 관장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오바마가 게이츠를 선택한 더욱 분명한 함의는 따로 있다. 게이츠는 군부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바마의 철군계획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게이츠가 미국-이라크의 철군 협정을 바꾸어 놓고 이라크에서 미군의 주둔을 무제한으로 연장하려고 모색하는 펜타곤의 정책 입안에 철저하게 개입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저간의 여러 정황을 고려해볼때 게이츠가 ‘펜타곤 계획’의 중심에 서 있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오바마가 자신만의 이라크 정책을 지속적으로 재확인한다고 할지라도, 게이츠의 지명은 이라크 문제에 대한 통제권이 이미 백악관의 손을 떠나 펜타곤 관료들로 넘어갔다는 점을 강력히 시사한다.


설사 오바마가 이라크 문제에 대한 게이츠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오바마는 그를 해고할 만한 ‘옵션’을 갖고 있지 않다. 오바마 집권에도 불구하고, 펜타곤은 이미 밝혀진 증거만으로도 장기적인 이라크 주둔을 위해 SOFA 협정과 이라크 체제를 전복시킬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계속 사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오바마가 최근 이라크 정책을 두고 한 발 물러서는 듯 한 태도는 구조적인 군산복합체의 이해와 권력의 속성을 다시금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군산복합체 구성원들이 하나로 뭉쳐 자신들의 뜻을 관철하고자 행정부 정책에 반격을 시도할 때, 민주체제의 방어 시스템이 이에 대항하기엔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이 글은 코리아연구원에 1월 9일 게재된 글입니다.(http://knsi.org/knsi/kor/center/view.php?no=7516&c=1&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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