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칼럼(pd) 2013-07-31   5371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⑮]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 접어라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2013년, 정전 60년을 맞아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장기간의 정전이 낳은 문제점을 짚어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 주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평화적·포괄적인 해법을 모색하고자 ‘정전 60주년, 평화를 선택하자’ 연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자들을 통해 현안 대응책은 물론,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외교·안보 쟁점과 관련해 바람직한 관점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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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 접어라

– 중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평화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소장

지난주 리위엔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이 전승절 기념식 참여를 위해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의 3차 핵실험 이후 어려움을 겪던 양국관계는 다시 안정국면에 들어섰다. 그렇지만 이로써 중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 제기되었던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리위엔차오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발언은 일반적인 원칙을 강조했을 뿐 양국관계가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를 주지는 않았다. 중국이 항미원조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시진핑(習近平)이 친서가 아니라 구두로 메시지를 전했다는 등의 이유로 양국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고 해석하는 언론보도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주체가 되는 항미원조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조선전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북한에서 진행되는 행사라는 성격을 고려한 것이고 구두로 메시지를 전한 것은 양국의 특수한 의사소통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김정은과 리위엔차오가 매우 친밀하게 대화를 나눈 장면 등은 양국의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과시하는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양국 사이의 갈등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었다고 판단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사실 북한과 중국이 과거에는 혈맹관계로 마찰과 갈등이 존재하지 않거나 이를 효과적으로 해결해왔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양국관계의 역사에 대한 잘못된 이해이다. 냉전 시기에도 한국전쟁 당시 지휘권 문제, 북한의 친중파 제거, 문화대혁명 시기 홍위병들의 김일성 비판 등의 갈등이 이어졌고, 한중수교가 이루어진 1992년부터 1999년 사이에는 고위급 교류가 중단되는 등 양국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겪기도 했다. 갈등의 출현이 북·중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의미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양국관계를 복원시켰던 동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북·중 관계가 고정불변하는 것은 아니며 환경변화에 따라 점진적 변화를 겪어온 것도 사실이다. 즉 북·중 관계, 그리고 중국의 대북정책은 지속과 변화의 양 측면을 모두 보아야 한다.

지속적 측면은 중국과 북한이 상대방의 전략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북한에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북과의 우호관계가 필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과 미국이 동북아의 주도권을 위한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냉전적 대립은 아니지만 서로에 대한 견제는 계속될 것이며, 중국에 북한은 미국의 영향력 견제를 위한 전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계속 갖게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안정적이고 평화적인 주변환경을 유지하는 것을 대외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협력이 필요하다. 어떤 이유에서라도 북한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면 위의 목표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기 때문에 북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과 관계에서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내에서는 북한이 위와 같은 전략적 지위를 활용해 중국의 국가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동한다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북한을 비호한다는 이미지도 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려는 중국외교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정부도 북한과 관계에 대해 양국관계는 정상적 국가관계이지 중국이 북한을 특별히 비호하거나 북한의 내정에 개입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정치교류, 경제교류 등을 투명하게 만들고 제도화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중국 대북정책의 근본적 변화라기보다는 환경변화에 따른 조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만 올해 2월부터 4월 사이에 중국이 북한의 행위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대북제재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은 중국의 대북정책에 근본적이고 전략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이 이렇게 행동한 원인으로는 다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이에 이어지는 호전적 발언이 미국으로부터 제기되는 위협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대응으로 간주한다. 즉, 북한이 핵보유국의 지위 강화를 가장 중요한 전략적 목표로 추구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한반도 위기관리를 위한 중요 플랫폼이라고 생각하는 6자회담에 대한 사형선고와 다름없는 것이고 동북아에서 핵 경쟁을 가속화시킬 가능성도 높이는 것이다.

둘째, 핵능력을 강화한 북한이 이를 담보로 국지전을 벌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증가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사태이다. 중국 최고지도부의 발언도 이러한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새롭게 출범한 김정은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중국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북한에 확실한 신호를 주려고 시도했던 것이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5월 최용해 특사와 6월 김계관 외교부 부부장의 중국방문을 통해 북은 더 이상 심각한 군사적 행동을 시도하지 않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모색하겠는 의사를 중국에 전달했다. 이에 따라 양국관계는 다시 정상화 과정에 접어들었다. 이와 함께 북은 경제발전을 위한 평화적인 주변환경의 조성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외부에 전달하면서 호전적 인상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표현이 중국이 개혁개방을 시작하면서 대외정책의 기본방향으로 제시했던 내용과 일치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북·미 관계와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지 않는다면 북한이 현상타파를 위한 적극적인 공세를 벌일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하기(북은 중국에 대해 중재를 한다고 하면서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하다는 불만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아직은 중국이 마음 놓고 북한의 입장을 전면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현재 중국은 북한과 관계에서 전략적 소통을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국익에 영향을 미칠 일방적인 행동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국이 대북정책을 능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중국은 북·중 협력을 계속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일방적 행동에서 비롯되는 전략적 부담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전술적 대응을 하고 있다. 북한이 미사일발사와 핵실험을 반복한다면 한 양국관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은 낮지만, 국지전 개시와 같은 모험적 행동을 하지 않는 한 다른 국가들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압박할 가능성도 낮다.

중국의 이러한 행동은 단기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는 현상유지적 성격이 강하며 문제 해결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중국의 대북정책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으로 보고 이에 과도한 기대를 거는 것은 잘못된 정책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만 바라보는 것은 북한이 핵능력을 강화하고 이후 다시 적극적인 공세를 펼 가능성은 그대로 남겨놓은 채 일시적이고 불안한 평화에 자족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이 중국과 협력을 통해 체제안전을 확보하려는 길로 나서는 것을 방관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과연 이 두 가지 시나리오가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와 남북화해와 협력이라는 우리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지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과도한 기대보다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북과의 대화를 주도하고 유관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문제해결의 길이 비로소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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