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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재해지역 군대 파견 적절치 않다

민간전문구호인력 파견으로 지역민의 재난극복 지원해야

비분쟁 지역에 대한 원칙 없는 파병 만연해질 것 우려

 

어제(12/5) ‘국군 부대의 필리핀 재해 복구 지원을 위한 파견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군대는 인도적 지원과 재해복구 업무에서 민간 전문인력을 대체할 만한 사명의식, 전문성, 숙련도를 갖추고 있지 않다. 게다가 국토방위를 목적으로 대규모 군 인력을 징집하는 상황에서 본래의 목적이 아닌 상황 판단에 따라 군 부대를 해외로 파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민간 지원으로도 대체 가능한 상황에서 유엔의 요청도 없이 군대를 파견함으로써, 비분쟁지역에 대한 원칙 없는 파병이 만연해질 것이 우려된다.

 

재난상황에 닥친 이웃 국가에 정부차원에서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재해복구에 실효성 있는 도움을 주려면 군 부대 파견보다 해당분야 민간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군대는 재난지역의 피해 복구와 인도적 지원을 위한 최적화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록 군 부대의 동원이 쉽고 빠를 수 있지만 긴급구호 활동과 개발사업의 특수성과 효과성, 재난지역 내 취약계층에 대한 고려사항 등을 생각할 때, 군대가 아닌 긴급구호와 인도적 지원업무에서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소방대나 민간 긴급구호의료팀 혹은 전문건설업체, 개발NGO 인력 등을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실제로 과거 일본 고베 대지진 당시 재해복구에 투입된 자위대가 긴급구호라는 측면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았다는 사후평가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필리핀 파병은 해당 정부의 요청과 재해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적극 추진되었다. 그러나 이처럼 유사시마다 군대를 해외로 파견한다면 국토방위라는 목적으로 군 징집을 하는 상황에서 군 복무 본연의 목적이 흐려질 수밖에 없다. 또한 파병될 지역주민의 동의나 지역정서에 미칠 영향과는 상관없이 분쟁지역이든 비분쟁지역이든 가리지 않고 한국군이 다른 나라에 주둔하게 되는 상황은 정부가 추구하는 중견국가의 품위와도 어울리지 않는 처사일 것이다. 비분쟁지역 파병의 첫 번째 사례였던 아랍에미리트(UAE) 파병은 맹목적으로 ‘국익’과 ‘국방협력’을 앞세웠지만 사실상 원자력발전소 수출 계약을 위한 조건부 ‘끼워팔기 파병’이라는 이상한 선례를 만든 불순한 파병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필리핀 파병 역시 비분쟁지역 파병의 또 다른 선례를 남김으로써 군대를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손쉽게 가져다 쓰게 만들고 결국 군의 이익에 부합하게 될 뿐이다. 

 

군대 파견은 더 이상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 없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되어야 한다. 다른 나라들도 파병을 했다는 이유로, 인도적 지원을 명분으로 한국군의 파견을 당연시 여겨서는 안된다. 군대 파견은 가능한 최소화하고, 필요하다면 최대한 신중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비분쟁지역에, 그것도 민간이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임에도 합리적 근거 없이 군 부대를 파견해서는 군사력 확장 시도라는 비난만 얻을 뿐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군대 파견이 아니라 재해복구와 인도적 지원의 경험이 풍부한 민간 긴급구호대와 재난대응단을 확대 파견해 필리핀 현지 주민들이 재해를 극복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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