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한반도 평화 2014-03-29   2452

[논평]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대북제안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대북제안

 

이명박 정부의 선북핵해결 논리에서 진일보한 것은 긍정적  

5.24조치 해제, 민간교류협력 증진 방안 등 실효성 있는 제안 미흡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 등 남북간 핵심의제는 비껴가

 

독일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시간 3월 28일 오전 드레스덴 공대에서 연설을 통해 ‘평화통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 북한 당국에게 세 가지 제안’을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의 제안은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보다는 진일보 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핵심쟁점은 여전히 외면하고 있어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타개할 획기적 계기가 될 지 의문이다.  

 

이번 연설은 남북간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등의  ‘3대 제안’과, 이 제안을 실현하기 위한 ‘남북교류협력 사무소 설치’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DMZ 평화공원 협력’까지 포함해 4대 제안 모두 인도주의, 경제발전, 신뢰구축 등 비교적 건설적이고 호혜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인도지원이나 일부 교류협력 관련 대북 제안에 북핵해결을 전제조건으로 명시하지 않은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북 제안이 소기의 성과를 얻기에는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다. 

 

우선, 현재 남북 교류협력의 가장 큰 제도적 걸림돌이 되고 있는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에 대한 해결책이 없다. 인도적 지원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교류 및 인도적 사업을 제안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지난 해 5.24 조치를 근거로 민간 차원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제한한 결과 민간 지원규모가 2012년 대비 3분의 1수준으로 줄어들은 바 있다. 인도적 지원 및 민간교류에 대한 정부의 인색한 태도와 규제, 창구단일화 등 현재 막혀있는 민간 인도지원 및 교류협력을 허용하기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 없이는 이번 대북 제안도 공허한 말에 그칠 우려가 있다. 만일 정부가 인도적 지원과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한 민간교류 및 인도적 사업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고자 한다면 우선 5.24조치를 해제하고 식량 및 비료 등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며 민간의 자율적 교류협력을 허용하는 등의 언행일치의 정책 관행을 확립해야 한다. 또한 신의주 등에 대한 새로운 경제협력 구상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사업 및 금강산관광 등 기존의 경제협력 사업의 재개 혹은 확대계획도 병행해서 제시해야만 정부의 대북제안이 보다 신뢰할만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연설의 또 다른 결함은 북핵 포기를 돕겠다면서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를 비껴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 포기를 경제지원으로 이끌어내겠다는 관점과 접근방식은 이명박 정부가 채택했던 것으로 이미 실패한 접근법이다. 북핵문제는 한미동맹의 재래식 군사력과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간의 불균형, 미국의 핵우산 정책, 그리고 냉전 이래 지속된 대북제재와 적대정책, 북한의 에너지 정책 등이 복잡하게 연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동북아 다자안보 협의체’를 추진해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북핵 포기를 돕는’ 제안으로서는 한계가 많다. 6자회담의 결실인 9.19공동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과 병행하여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별도의 포럼에서 협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제안이 보다 실효성이 있는 것이 되려면, 동북아다자안보협의 뿐만 아니라 6자회담에서 이미 합의한 평화체제 논의를 대북제안에 포함시켜야 한다. 무엇보다도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하고, 한반도 핵위협을 근원적으로 해소할 방안에 대해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이번 연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식 통일이 역사적 필연이었다고 언급했을 뿐, 한반도식 통일의 경로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독일식 통일이 흡수 통일의 성격이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오해를 살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무엇보다 북한의 호응이 필수적이란 점에서 이번 대북 제안은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점에서 7.4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공동선언, 10.4정상선언 등 남북 당국간 기존 합의에 대해 존중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현하지 않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제안이 구상에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 평화체제 논의를 전제로 한 6자회담 재개, 남북간 기존 합의의 존중 등 교착된 남북관계를 타개하고 상호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 정책들에 의해 보완되어야 한다. 나아가 통일문제에는 북한이라는 상대와 국민이라는 주체가 있는 만큼, 통일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려는 유혹을 버리고 안으로는 민주주의적 절차를 존중해 모든 국민이 합의할 수 있을 만한 대안을 마련하고, 밖으로는 북한과의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대화의 접점을 형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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