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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군축센터  l  한반도 평화를 위해 비핵군축운동을 합니다

  • 칼럼
  • 2014.07.25
  • 1816

제주의 생명과 평화를 위한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이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제주에서 개최됩니다. 이에 강정마을회,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와 <오마이뉴스>는 대행진을 앞두고 제주해군기지의 안보적, 환경적 문제점, 입지타당성 문제 등 최근 들어 다시 제기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의 끝나지 않은 문제점들을 짚어보는 칼럼을 연속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① 바다에 가라앉은 150억, '너구리' 탓만은 아니다 (윤상훈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② 생명의 발걸음, 평화의 몸짓에 함깨해주세요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③ '부담'될 게 뻔한 제주해군기지,그만둬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④ 제주해군기지, 제2 세월호 될까 두렵습니다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⑤ 연산호 가득한 바당밭, '강정바당'이 사라진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⑥ 어떻게 감옥 갈 생각 했냐고요? 여기선 가능해요 (김동원 강정지킴이)

 

제주해군기지, 제2 세월호 될까 두렵습니다

[2014 강정생명평화대행진④] 해군 시뮬레이션에서 항로 이탈한 선박들

고권일 강정마을 부회장

 

태풍이 올 때마다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항력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해군과 정부는 제주도의 지리적 위치와 기상정보를 알고 기지 건설을 추진한 만큼 철저히 대비했어야 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1조가 넘게 쓰이는 제주해군기지를 완성해 놓고도 태풍이 올 때마다 월파를 막지 못해 피항지 역할을 못하고 모든 함정이 다른 항구로 피항 가야하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게다가 태풍에 방파제가 무너지기라도 해서 수천억에 이르는 복구비용까지 발생 한다면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제주해군기지 문제를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태풍에 의한 피해 문제, 설계오류 문제 역시 '성과'와 '결과물'의 시각이 아닌 '안전'의 문제로 보아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세월호 사고를 겪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국민들은 정부의 세월호 사고 수습과정을 지켜보며 성장 및 성과 위주의 정책과 물질만능주의의 폐단을 뼈저리게 느꼈으며, 정부에게 보다 높은 생명에 대한 윤리와 안전에 대한 의식전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구조숫자 0인 암담한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기에 보다 더 근본적인 개혁과 인간적인 국가 건설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모래가 해저바닥 이루는 곳에 해군기지를?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설 강정마을 앞바다는 수 십 만년 동안 한라산에서 흘러내려온 모래가 해저바닥을 이루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한 곳에 건조물을 만든다고 해도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모래가 아닌 지역은 화산활동으로 이루어진 현무암 지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암반은 암초역할을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 암초가 단순한 암초가 아닌 천연기념물 442호 연산호 군락의 서식지이기에 파쇄 준설로 없애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해군은 이 암초들을 피하기 위해 아래 그림처럼 최초 항로를 77°로 계획했던 것입니다.

 

지도

▲ 그림1. 제주해군기지 항로주변 저수심대. 이해를 돕기 위해 해군본부 기본계획보고서 p.235에 평면 배치계획(Ⅱ)을 채색하고, 항로를 합성했음. ⓒ 해군본부


그림에서 보듯 항로에서 수심 5m 이하의 저수심대까지 거리가 300m 밖에 되지 않습니다. 드나드는 함정이 항로를 이탈하기라도 한다면 좌초 위험이  상당하다는 것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입니다. 해군은 이 저수심 암초대를 피하기 위해 38°, 37° 두 번의 변침각을 갖는 총 77° 변침항로를 설정했습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사고가 무리한 증축과 과적, 10° 안팎의 급격한 변침에 의한 외방경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해군기지 입출항 항로는 77°의 변침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결과가 올까요? 해군은 군함정은 복원력이 높고 조함능력이 뛰어나서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 기지에 출입하는 보급선과 유조선도 그럴까요? 더더구나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은요?

 

그래서 제주도청은 2011년 이러한 의문을 받아들여 15만톤 크루즈에 대한 안전한 입출항 문제를 점검했습니다. 당시 지나친 변침각과 비좁은 선회장 반경이 문제로 떠올랐고 그 해에 설계상의 '심각한 오류'라는 결론이 담긴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정부는 발칵 뒤집혀 총리실이 주관하는 설계검증 테스크포스팀을 꾸려 검증하고 총 3회에 걸친 시뮬레이션을 통해 15만톤 크루즈에 한해 30°항로로 변경하고 선회장 반경확보를 위해 항 내부에 있는 돌제부두 하나를 없애자는 결론을 냈습니다. 그러면 문제가 해결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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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2. 30도 항로 주변의 저수심 해역. 해군본부 기본계획보고서에 30도 항로 별도 합성 ⓒ 해군본부 기본계획보고서

 

30°항로와 저수심 암초대 사이에는 이제 50여m 정도밖에 여유가 없습니다. 또한 15만톤급 크루즈 선박의 흘수심은 9m 이상인데 수심 15m ~10m 사이의 암초가 항로 안으로 버젓이 들어오게 됩니다.

 

지도


▲ 그림3. 그림2의 저수심 암초지대 확대한 부분 ⓒ 해군본부 기본계획보고서


30° 항로 변경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닌 오히려 문제를 더욱 키운 셈이 됩니다. 혹여 15만톤급 크루즈가 아닌 항공모함이 30° 항로를 이용할 경우, 흘수심이 13m에 이르러 좌초위험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처음에 말씀드렸다시피 저 해역의 저수심 암초대 파쇄준설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보석과도 같은 서귀포 해양환경에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치는 일입니다. 또 입출항 항로는 항만법상 수역시설로 규정되어 천연기념물 442호 연산호 군락만이 아닌 421호 범섬 보호구역까지 침범하는데요.  이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구역을 침범하는 것으로써 문화재청과 환경부가 허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30°항로를 포기하고 77°항로로 다시 돌아간다면 급변침과 항로이탈의 위험성이 그대로 남아있게 되겠지요. 

 

자, 그럼 저 77°항로에서 군함들은 해군이 자신하듯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지도

▲ 그림4. 대형수송함 입항 시뮬레이션. @2009.1 해군본부 발간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서 p.329


위 그림은 해군이 자체적으로 발간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기본계획보고서에 수록된 대형수송함(독도함) 입출항 시뮬레이션 결과입니다.

 

독도함은 군함이며 우리나라 해군 해상작전에서 기함역할을 하는 함정입니다. 40노트의 풍속 즉, 20.6m/sec의 바람과 썰물조류 상황에서 이 함정을 가지고 입항 시뮬레이션 해봤는데, 항로 이탈 때문에 시뮬레이션이 종료된 상황입니다. 만약 더 진행했더라면 방파제에 충돌하는 결과가 나왔을 것입니다.


지도

▲ 그림5. 대형수송함 출항 시뮬레이션. @2009.1 해군본부 발간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서 p.330

 

'그림 5'에서는 반대방향의 40노트(20.6m/sec) 바람과 밀물조류 상황에서 출항 실험을 하였는데 출항이 되지 않고 남방파제에 충돌을 함으로써 시뮬레이션이 종료되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림

▲ 그림6. 구축함 출항 시뮬레이션. @ 2009.1 해군본부 발간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서 p.329

'그림 6'은 4000톤급 한국형 구축함(KDX-II)으로 한 척은 입항하고 한 척은 출항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 한 결과입니다. 이 배는 기동성이 매우 좋은 배지만 자동차로 치면 우측차선만을 이용하여 입항과 출항을 해야 합니다. 이 배는 방파제와 충돌을 겨우 면하며 출항하지만 결국 중앙차선을 넘어버려 마주 오는 구축함과 충돌되어 시뮬레이션이 종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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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7. 구축함 출항 시뮬레이션. @ 2009.1 해군본부 발간 제주해군기지 기본계획서 p.330

 

'그림7'은 동일한 조건에서 바람과 조류의 방향만 반대로 설정하고 시행한 시뮬레이션입니다. 출항하던 구축함이 항 입구부에서 20°에 가까운 급격한 선회 후 항로를 이탈하여 마주 오는 구축함과 충돌 코스로 진입합니다. 이 시뮬레이션에서 충돌은 가까스로 면했으나 결과적으로 출항하던 구축함은 항로를 완전히 이탈합니다.

 

이 시뮬레이션들은 예인선을 안 쓰고 자력으로 입출항을 시도한 실험결과들입니다. 아무래도 예인선을 안 쓰고 입출항해야 원활한 작전이 가능하니까요. 함정들의 자력 입출항이 상시적으로 가능하다면 항만 유지관리비용도 훨씬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겠지요.

 

이 시뮬레이션에서 적용한 바람은 20.6m/sec(40노트)입니다. 이 바람은 서귀포 지역에서 어떠한 정도의 바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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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1. 서귀포 기상대 월별풍속 자료(1987~2006) ⓒ 서귀포기상대

'표1'에 제시된 서귀포 기상대의 자료를 보면 노란색 테두리 안이 10분간 평균 풍속의 최대값을 기록한 것이고 초록색 테두리 안은 순간최대 풍속을 기록한 값입니다. 10분간 평균 풍속 최대값으로만 보자면 20.6m/sec를 넘어서는 월은 8월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 풍속값은 태풍 때문에 기록된 자료로 보입니다.

 

그러나 태풍의 기준은 순간최대풍속으로 측정한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초록색 테두리로 표시된 순간최대 풍속값이 더욱 중요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도표에 의하면 1년 중 순간최대 풍속값이 20.6m/sec 이하인 월은 단 한 번도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1년 내내 해군이 기본계획보고서 작성 당시 입출항 시뮬레이션에 적용한 20.6m/sec 정도의 바람은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해군은 악천후 상황에서는 최대 3척의 예인선을 이용하여 1척씩 입출항 하면 문제없다고 말합니다. 군사작전에 예인선을 늘 동원하는 것도 억지스럽지만 상시적으로 예인선을 대기시키고 도선사를 고용하려면 항만 운용비용문제도 심각할 것입니다. 또한 세계 해운사고 기록들을 보면 악천후에 예인선이 본선과 접촉사고를 일으켜 본선까지 좌초된 사례도 많습니다. 예인선을 쓰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나아가 이 기지에 사용될 보급선이나 유조선은 해군의 구축함처럼 복원력이 뛰어나거나 조함능력이 뛰어나지도 않기에 무리한 조건에서 입출항을 시도하다 단 한 번이라도 좌초 사고가 난다면 서귀포 해안의 아름다운 생태계는 그야말로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유조선이나 보급선에 대한 해군의 입출항 시뮬레이션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특히 유조선은 위험물질 전용운반선이기에 시뮬레이션 우선 고려 대상선박임에도 말입니다.

 

안전에 관해선 핑계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신규항만을 건설할 때는 반드시 해상교통안전진단 시행지침에 따라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해군은 이 지침이 제정되어 시행되는 시점은 2010년 1월 26일이고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2009년 1월 29일 사업고시 승인으로 시행하는 것이기에 대상사업이 아니라며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009년 고시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은 고시'라고 따지면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나온 이후인 '2010년 3월 14일 변경고시에 의한 사업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요. '해군 말대로 변경고시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라면 안전진단 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또다시 2009년 1월 29일 고시를 들이댑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안전에 관해선 핑계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생명이 걸려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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