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천안함 침몰 5년, 아직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천안함 침몰 5년, 아직도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국민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남북관계 진전 가로막는 일방적인 5·24 조치 해제해야

 

천안함이 침몰한 지 5년이 지났다. 천안함 침몰로 안타깝게 희생된 46명의 장병과 구조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한주호 준위, 그리고 98금양호 선원들의 명복을 빈다. 그 유가족들께도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 그런데 이 안타까운 희생의 원인에 대해 그동안 시민사회와 학계에서 제기해왔던 숱한 의문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북한의 어뢰에 의한 폭침’이라는 일종의 가설이 신앙처럼 강요되는 가운데,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이들은 마치 배교자처럼 취급되거나 종북 인사로 낙인찍히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남한 정부가 단독으로 강행한 5·24 조치는 출구를 찾지 못한 채 남북 관계를 끝 모를 상호비방과 적대의 평행선으로 만들고 있다. 

 

정부는 어뢰에 의한 폭침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정부의 주장에서 발견되는 것은 과학이 아니라 억지다. 정부가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 부품에서 찾아낸 폭발물질이라고 제시한 것은 침전물질이었다. 많은 과학자들이 이 문제를 제기하며 과학적 재검증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과학적 검증을 거부하고 믿음만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지난해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박사가 확보한 미 해군의 천안함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 측 에클스 조사단장조차도 2010년 7월 14일 한국 정부에 이메일을 보내 증거로 제시된 흡착물질(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심을 제거하기에 충분하지 않으며, 그들은 일상적으로 부식이 일어나는 바닷속의 환경에서도 해당 물질이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바 있다.  

 

정부는 북한이 어뢰를 쐈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잠수정이 어뢰를 발사했는지에 대해 일관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합조단은 중간 발표에서 북한의 120톤급 최신형 연어급 잠수정이 침투하여 중어뢰를 쏘았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유엔에는 80톤급 구형 잠수정이 중어뢰를 쏘았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80톤급 구형 잠수정은 중어뢰를 발사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연어급 잠수정의 제원에 대해서도 정부는 정확히 제시한 바 없다. 소형 잠수정의 이동을 돕고 지휘하는 모선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합조단은 밝혀내지 못했다. 그 밖에 스크루 변형 원인에 대한 조사결과, 물기둥 여부 등에 대해 정부의 설명이 뒤바뀐 것은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정부는 러시아와 중국 등이 정부의 어뢰 폭침설에 이견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설득하지 못해왔다. 유엔사의 중립국 감독위 국가대표들이 ‘세탁된 정보만 제공받고 있다’고 불평을 토로하는데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남과 북이 공개적인 재조사를 하자는 북한의 제안도 거부했다. 그 결과 국제사회에서 천안함 사건은 ‘북한에 의한 폭침’이 아니라 ‘남한 정부의 자의적인 해석’으로 갈수록 굳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합리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국민들에게 ‘그래서 당신은 어뢰 폭침을 믿느냐, 아니냐’는 윽박지르기로 설득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안보교육 확대라는 명목으로 검증되지 않은 맹목적 결론, 이견을 가진 사람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편향된 정치적 편견을 주입해왔다. 

 

국제사회의 동의도 받지 못한 채 단독으로 성급히 시행된 5·24 조치는 별다른 효과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그렇게 남북 간의 대화와 교류가 단절된 동안 북한의 위협은 오히려 더욱 커져왔다. 이명박 정부조차 북한 대표를 비밀리에 만나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을 제시하며 5·24 국면을 타개하려 했던 이유다. 남북 관계를 악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5·24 조치는 현 정부가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론이 진정성 있는 주장이 되려면, 5·24 조치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5·24 조치는 북한에 대한 봉쇄라기보다 북한과 협력하는 국내 민간주체들에 대한 제재와 봉쇄에 가깝다. 이런 자해적인 일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없다. 5·24 조치를 지금 해제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해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최악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건조한 통영함이 납품 비리로 얼룩졌고, 해군 지도부가 잇단 부패 사건에 연루되는 등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폭침을 당한 군의 지도부라고는 볼 수 없는 이러한 해군의 태도는 천안함 사건에 대한 발표를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가 되고 있다. 

 

천안함 사건 5주년이 되는 지금, 침몰의 진실은 아직도 백령도의 거센 울돌목에 수장되어 있다. 남북관계 역시 해결책 없는 불신과 갈등으로 침몰한 지 오래다. 국제적으로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해 확실한 정보와 증거가 제시된 바 없기 때문에 국제사회 역시 판단 내리기를 주저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5·24 조치 철회의 조건으로 북한의 인정과 사과를 전제하는 것은 무모하고 대책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시작한 5·24 조치를 즉각 해제해야 한다. 이견을 가진 국민들에 대한 매도와 공격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외에 합리적인 의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천안함 5주기이자 분단 70년이 되는 올해 국민과 국제사회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규명을 시작해야 한다. 특히 과학자들이 제기한 모의폭발실험은 가장 손쉬운 과학적 검증방식의 하나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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