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18-12-07   2557

[논평] 또 다시 UAE 파병 연장안 통과, 정부 파병 정책 견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국회

또 다시 UAE 파병 연장안 통과, 정부 파병 정책 견제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국회

예멘 내전 악화와 무관하지 않은 UAE 파병, 거수기로 전락한 국회

소말리아 파병 연장안, 해적 퇴치 명분 없어도 그대로 통과

 

오늘(12/7) 국회는 「국군부대의 아랍에미리트(UAE)군 교육 훈련 지원 등에 관한 파견 연장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2010년 UAE 파병이 날치기 통과된 후 지금까지 거수기 역할만 해왔던 국회는 올해 또다시 관성적으로 파병 연장에 동의했다(찬성 205 기권 12 반대 4). 위헌적인 UAE 파병 연장을 비롯해 정부의 해외파병 정책을 통제하고 감시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무책임한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회 국방위원회의 파병 이유는 헌법상의 국군의 존재 이유에 부합하지 않는다. 국방부는 아크부대 파병으로 UAE에서 특수전 훈련을 실시할 수 있어 비용 절감 효과를 얻고, 경제협력 확대로 연계되어 수출 촉진 등의 경제적 효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고,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러한 상업적 목적의 파병은 헌법에 명시된 국군의 의무인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는 것이다. 나아가 이명박 정부 UAE와 체결한 비밀 군사협정의 실체는 여전히 규명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특정 기업의 이윤으로 이어질 수 있는, 모호하기 짝이 없는 이익을 ‘국익’이라 강조하며 또다시 파병 연장에 나선 것이다. 

 

특히 국방부는 아크부대 파병 후 UAE 방산 수출 규모가 69배 성장했으며, 2017년 기준 UAE 방산 수출이 전체 방산 수출액의 21%에 달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UAE 파병과 무기 수출이 중동 지역의 평화와 인권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서는 전혀 평가하지 않았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연합군에 참여하여 예멘 내전에 군사적으로 개입하고 있으며, 한국의 아크부대는 예멘 내전에 참전하는 UAE 특수전 부대에 대한 교육 훈련을 맡아왔다. 한국은 UAE에 아크부대를 파병하고 무기 수출을 확대하며 사실상 예멘 내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UAE에 탄약류 등을 수출하고 있고, 실제 예멘에서 한화의 수류탄이 발견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파병을 통해 지역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UAE 군대를 훈련시키고,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결코 중동 지역의 평화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헌법에 명시된 국제평화 유지 원칙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역 패권을 둘러싼 갈등 관계에 연루될 가능성만 높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연장안을 통과시키며 ▷UAE와의 군사적 협력의 내용 및 변동사항을 다음 결산 심사 전까지 국회 상임위에 보고 ▷국군 해외파견과 관련된 법률의 제정을 위해 노력 등 두 가지 부대의견을 달았다. 그러나 UAE 비밀 군사협정을 비롯한 군사 협력과 핵발전소 수주 과정의 의혹은 파병 심사 과정에서 반드시 다뤄졌어야 할 사안이었다. UAE 파병이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 진상을 규명하고 적절성을 심사해야 할 국회는 안일한 부대의견만을 남긴 채 이번에도 눈을 감았다. 명백한 직무유기다. 또한 부대의견에서 언급한 해외파견과 관련된 법률은 「국군의 해외파견활동에 관한 법률안」을 의미하는 것으로 UAE 파병을 사후 정당화하는 위헌적인 법안일 뿐이다. 해당 법안은 다국적군 파병, 비분쟁지역 파병, 기타 파병 등 국군 해외파병의 범위를 확대하며, 각종 위헌적인 파병에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해외파병 규제완화’ 법안으로서 결코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 

 

한편 국회는 UAE 파병 연장안과 함께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도 그대로 통과시켰다. 소말리아 파병은 2009년 이래 올해까지 10년째 연장되어왔다. 그러나 최초 파병 시 내세웠던 해적 퇴치 활동이라는 명분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국회 검토보고서도 인정하고 있듯이 2012년 이래로 소말리아 해역의 해적 활동은 급감했으며, 올해 파병 연장안 제안 이유에도 더 이상 해적 활동으로 인한 위협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청해부대의 해적 퇴치 활동은 2014년부터 한 건도 없었다. 반면 청해부대 활동은 항해 지원이나 연합해군사·EU의 해양안보작전 참여 위주로 변화되었다. 청해부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함께 연합해군사령부에 속한 CTF-151의 일원으로 작전을 수행하고 있으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지역해양안보 유지 등을 명분으로 연합해군이 아덴만에서 무슨 훈련을 하는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미 퇴색된 한국 선박과 선원들에 대한 보호를 명분으로 한 파병 연장안이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 일환으로 구성된 연합해군에 참여하는 것까지 자동으로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한국 정부가 그동안 지출한 소말리아 긴급 구호나 난민 지원 등을 위한 비용이 청해부대 한 해 파병 예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한국 정부는 군대만 파견했을 뿐 실제로 소말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서는 별다른 노력을 하고 있지 않다. 정부가 평화유지 활동을 하려면 이러한 군사력 투입 위주의 대응에서 벗어나 국제사회가 소말리아 내부의 정치적, 경제적 안정을 돕고 무장갈등을 해소하여 주민들이 해적이 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장기적인 접근에 나설 것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우리 헌법 제60조는 “국군의 외국에의 파견”에 대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가 행정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로서 국군의 해외 파병 결정이 헌법의 국제평화주의 원칙에 부합하는지, 정권의 이익을 위한 것은 아닌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하는 권한을 가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는 스스로 주어진 권한을 포기해왔다. 국가의 가장 강력한 물리력인 군대를 파병하는 것은 어떤 의도치 않은 파급효과를 일으킬지 예측이 어렵고, 해외파병이 자동으로 국제평화나 분쟁해결에 기여하지 않기 때문에 파병 및 파병 연장 결정은 그 어떤 결정보다 신중해야 한다. 국회는 영혼 없는 파병 심사를 거듭하며 타당성 없는 파병 연장안에 동의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또한 정부도 평화적인 수단으로 국제사회 평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을 촉구한다. 

 

2018.12.07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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