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군비축소 2019-10-23   3305

[stopADEX][연속기고 ④] "전쟁나면 여자부터 당한다"는 말, 전부 사실입니다.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9 (Seoul ADEX 2019 : Aerospace&Defense Exhibition 2019, 이하 아덱스)는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방위산업 전시회입니다. 각국의 유수한 군수업체와 각국 정부의 방위산업 담당자가 참여하며, 실제 수많은 무기거래가 이뤄집니다. 전시회에 참가하는 군수업체들은 자사의 무기가 얼마나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목표물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홍보하며,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수록 더 많은 무기가 거래됩니다.

 

이에 아덱스 저항행동은 전 세계 무기 산업이 초래하는 비윤리성과 인명 살상, 군비경쟁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정부의 방위 산업 육성 정책을 비판하는 칼럼 시리즈를 기획했습니다. 아덱스가 진행되는 10월 14일부터 20일까지 무기 박람회와 무기 거래의 본질을 폭로하는 글을 연재할 계획입니다. 아덱스 저항행동은 무기 박람회를 반대하는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평화활동가들, 평화운동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오마이뉴스에서 보기 >> http://omn.kr/1lela

 

① 터키 시리아에서 벌어지는 참극, 한국에서 시작된다?

② 두 사진 통해 본 ‘아직 사용되지 않은 무기’들이 초래할 비극

③ 전쟁 준비하는 행사에 ‘학생의 날’이 왜 필요한가요?

④ “전쟁나면 여자부터 당한다”는 말, 전부 사실입니다. 

 

“전쟁 나면 여자부터 당한다”는 말, 전부 사실입니다

[전쟁없는 세상을 위하여 ④] 서울 아덱스 2019 퍼블릭데이 캠페인을 마치며   

 

쭈야 (전쟁없는세상 무기감시팀 활동가) 

 

 

 

▲  서울 아덱스 2019 퍼블릭데이 캠페인에서 진행한 무기거래의 진실 전시회의 모습 ⓒ 박승호

 

 

“뭘 모르는 소리 하네. 전쟁 나면 어쩌려고 그래? 여자들부터 당해!”

 

2019년 10월 19일부터 20일, 아덱스 개최 기간 중 일반 시민에게 개방되는 퍼블릭데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아덱스가 ‘전쟁 장사’임을 알리는 “STOP ADEX AND MAKE PEACE” 캠페인을 하고 있던 우리에게 누군가 욕과 함께 소리쳤다. 순간 당황스러움과 답답함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적어도 전쟁에 대한 인식은 그의 말이 맞았다.  

 

그렇다. 전쟁의 역사 속에서 제일 먼저 죽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은 늘 ‘약자’였다. 여성뿐만 아니라 폭격을 피해 도망갈 수 없는 장애인과 어린아이들. 인간뿐이겠는가. 피하지도 소리 낼 수도 없는 수많은 동물과 생명, 삶터가 파괴되었다. 그의 비난을 듣고 나니 이곳에 있는 우리의 이유가 더욱 명확하게 다가왔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무기거래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다. 계약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무기가 사고 팔리고 쓰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곳에서 ‘전쟁이 시작’된다. 

 

아덱스 관람 가시나요?

 

주최 측에 따르면 아덱스 2019 주말 퍼블릭데이에는 20만 명의 시민이 행사장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가 행사장 입구에 도착한 오전 9시는 이른 시간임에도 가족, 친구, 연인 등 많은 시민이 행사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전투기 곡예비행을 관람하기 위해서였다. 

 

▲  서울 아덱스 2019 퍼블릭데이 캠페인에서 나눠준 리플렛 표지 ⓒ 아덱스저항행동

 

 

우리는 행사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리플렛을 나눠주었다. 예쁜 꽃무늬로 장식된 리플렛 표지에 적힌 “ADEX 관람 가시나요? 서울 ADEX 2019 관람 전 꼭 기억해야 할 몇 가지”라는 제목 때문인지 많은 시민이 행사 프로그램북이라 생각하고 집어 들었다. 그러나 리플렛을 펼쳐본 이들은 당황스러워하며 바로 덮거나 본래 있던 자리에 내놓았다. 간혹 버리는 시민도 있었다. 

 

화려한 에어쇼와 이벤트로 치장된 방위산업전시회의 진짜 모습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파괴와 고통을 생산하고 살인 무기 전시회라는 내용이 행사장을 찾는 즐거움을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리플렛을 나눠주는 장소에서 피스(Peace)타투 이벤트도 함께 벌였는데, 특히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얼굴과 손에 피스타투를 받으며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리플렛을 읽어 본 부모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피스타투 스티커를 받던 한 아이가 부모에게 물었다. “여기는 뭐 하는 거야?” 부모가 당황해서 바로 할 말을 못 찾은 듯 “어, 어” 하다가 타투가 끝나자 서둘러 아이의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  서울 아덱스 2019 퍼블릭데이 캠페인에서 진행한 퍼포먼스의 모습 ⓒ 박승호

 

 

행사장으로 향하는 길목 한쪽에서 ‘무기거래의 진실’이라는 이름의 야외 전시회가 열렸다. 전쟁의 상처와 의미를 담은 노순택 작가의 사진 작품들, 예멘 내전과 최근 터키의 쿠르드 침공에 사용된 한국산 무기 사진, 세계 11위에 우뚝 선 한국 무기 수출의 진실 등을 알리는 내용의 전시물을 만나는 시민들 대부분의 발걸음이 그곳으로 향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 관심을 갖고 보기 시작한 분들은 끝까지 다 살핀 후 생각이 깊어진 표정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만나기도 했다. 

    

엄청난 굉음과 함께 화려한 에어쇼가 펼쳐지기 시작한 그 순간, 모든 사람의 눈이 하늘을 향했다. 대부분의 시민이 엔진 소리에 먹먹해지는 귀를 막으면서도 화려한 곡예비행을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우리는 같은 시간 요가로 평화를 명상하고, 만다라로 평화를 그리고, 평화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하얀 피켓을 들고 행사장 주변을 걷고, 눕고, 뛰고 전투기가 가로지르는 하늘을 향해 피켓을 들었다. 어떤 그림도, 어떤 글씨도 쓰여 있지 않은 피켓을 든 우리를 모두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한 시민은 피켓을 잘못 들었다며 뒤집어주었는데, 앞도 뒤도 하얀색뿐인 피켓을 보며 당황했다. 무슨 메시지인 거냐, 뭘 하는 거냐 관심 갖는 시민, 순진한 사람들이라며 비아냥거리는 시민도 있었다. 아무것도 쓰이지 않은 하얀 피켓 안에 우리는 전쟁은 어떤 의미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 모든 생명의 죽음과 파괴 그리고 평화에의 바람을 담았다.  

 

일본에서 온 편지

 

▲  일본에서 올해 최초로 개최되는 무기박람회 DSEI JAPAN(Defence and Security Equipment International) 2019 홈페이지의 모습

ⓒ DSEI JAPAN 홈페이지 캡쳐

 

 

무기 박람회를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영국 런던에서 시작되어 올해로 20년 차를 맞는 국제 방산 전시회 ‘DSEI (Defence and Security Equipment International)’는 유럽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 70개국 1600여 개 업체가 참가하는 유럽 최대 규모 무기 박람회 중 하나이다. 이 DSEI가 올해 최초로 일본 도쿄에서 ‘DSEI JAPAN’의 이름으로 개최된다. 이에 우리의 활동 소식을 응원하는 일본 무기 박람회에 저항하는 일본 평화활동가가 편지를 보내왔다. 

 

한국 아덱스저항행동 활동가 여러분께,

光りえ Rie Kanamitsu 카나미츠 리에 (번역: 상현)

 

‘서울 ADEX 2019’에서 “NO!”를 외치고 계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성원을 보냅니다.   

 

일본은 현재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전쟁가능국가 만들기’를 지속해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9월 19일 새벽, 국민의 반대와 야당의 항의에도 불구하고 새벽 참의원 본회의에서 ‘집단자위권법안(안보 관련 11개 법률 제·개정안)’이 강행 처리되었습니다. 우리는 그해 여름 ‘안보 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치바’를 결성하고 안보 관련 법제 폐지를 위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평화헌법이라고도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군대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1967년 ‘무기 수출 3원칙’을 제정하여 무기 수출을 금지해왔습니다. 그러나 ‘전쟁 가능 국가’ 만들기에 총력을 다 하는 아베 정부는 ‘무기 수출 3원칙’을 폐기하고, 2014년 무기와 관련 기술 수출을 허용하는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통과시켰습니다. 이후 방위산업을 경제성장 전략으로 수립하여 적극적으로 무기 수출을 추진해왔고, 아베 정부는 매년 큰 폭으로 군사비를 확대하고 무기를 수입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해외 무기 업체들의 이해가 겹치면서 지난 2015년 일본에서 최초로 국제 무기 전시회(見本市/trade fair) MAST Asia가 요코하마에서 개최되었고, 2년 후인 2017년 6월에는 치바시에 있는 마쿠하리 멧세(幕張 メッセ)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에 우리가 사는 치바현에서 무기 박람회가 열린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안보 관련법에 반대하는 엄마들의 모임@치바’를 모체로 한 ‘마쿠하리 멧세에서의 무기박람회에 반대하는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우리는 2017년 9월, 치바현 의회에 ‘현(縣) 보유시설에서의 무기 박람회 중단’ 청원을 제출했지만 94명 중 9명의 의원만 찬성하여 부결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대의 외침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월 거리 행진을 벌였고, 평화페스티벌을 열어 시민과 만나고 개최 반대 서명을 받았습니다. 치바현 소유 시설을 무기 박람회 개최 장소로 대여하지 말 것을 지사에게 요청하는 청원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 6월 17일, MAST Asia는 개최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은 300여 명의 시민을 박람회장 앞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우리는 인간 사슬을 만들고 ‘무기 박람회를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크게 외쳤고, 우리의 다이 인(Die in) 퍼포먼스는 박람회장을 죽음의 정적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치바현 의회에 DSEI JAPAN 중단 요청뿐만 아니라 치바현 조례에 ‘현 보유 시설을 무기 박람회에는 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 추가를 요구할 것입니다. 또한 MAST Asia 개최 시기에 주최 측의 폭력 행위와 부당한 입장규제에 대해 치바현이 명확한 사실을 인정할 것을 요청하는 교섭도 진행합니다. 무기 박람회를 후원하고 있는 방위성, 방위장비청, 경제산업성, 외무성에 대한 후원을 취소하도록 요구하는 공개 정부 교섭도 진행합니다. 11월 2일에는 제2회 <무기여 안녕 아트 페스티벌>을 개최합니다. 

 

일본에서 첫 DSEI가 개최되는 11월 18일, 우리의 저항 활동도 시작됩니다.  

 

세계 무기 수출 11위(2017년 기준)로 우뚝 선 한국은 중동과 아시아의 분쟁 국가나 무장 갈등이 끊이지 않는 국가, 권위주의 정부의 인권 침해로 문제가 된 국가들에 무기를 수출해오고 있다.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한반도는 70년 전 한국 전쟁을 겪었다. 강대국들에 의해 벌어진 전쟁이었고 그들이 가져온 무기가 이곳에서 쓰였다. 가장 많이 다치고 죽은 것은 무기를 가져온 나라의 국민이 아닌, 무기가 쓰인 한반도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리가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여전히 끝나지 않은 전쟁이 만든 갈등과 상처, 트라우마 속에 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전쟁을 만드는 나라, 전쟁에 가담하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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