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핵없는 세상 2021-01-26   1020

[감시보고서 No.27] 움직일 수 없는 정부를 시민의 힘으로 움직여 우선 한국전쟁을 끝내자

Watch Report No.27

움직일 수 없는 정부를 시민의 힘으로 움직여 우선 한국전쟁을 끝내자

2020년 11월 30일

 

“종전 선언이야말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 체제의 문을 열 것입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올해 유엔 총회 일반 연설[주1]에서 이같이 말하고 한국전쟁의 종결을 선언함으로써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이 ‘화해와 번영의 시대’를 향해 한걸음 내디딜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한국과 북한은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의 패전에 의해 일본의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지도 잠시, 대국들의 의도에 따라 두 나라로 분단되어 머지 않아 벌어진 한국전쟁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로 대북정책이 어떻게 바뀔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전쟁의 종전 선언이 문을 연다’고 하는 이 지극히 단순한 이치를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의심할 여지 없이 북한은 미국의 침략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김성 북한 유엔대사가 올해 유엔 총회 일반 연설[주2]에서 말한 것처럼 북한은 자국에 대한 미국의 위협이 여전히 계속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공공연히 행해지는 온갖 종류의 적대 행위와 더불어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텔스 전투기를 비롯한 최첨단 군사 무기가 한반도에 계속 도입되고 온갖 종류의 핵 공격 수단이 다름 아닌 북한을 향하고 있다는 것은 현재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김성은 명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북한에 대한 ‘적대 행위’ 또는 ‘핵 위협’이 미국에 의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다. 한미동맹에 의해 한국이 선택한 군사력 강화에 대해서도 북한은 미국을 원흉으로 보고 있다.

 

또한, 2018년 이후에 북한의 핵 정책은 핵무기에 의한 전쟁 억제력이 사회주의 경제 건설에 주력하기 위한 전제 조건을 만든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혀왔다[주3]. 김성의 연설은 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평화는 한쪽의 바람만으로는 절대 찾아오지 않으며 다른 누군가에 의해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힘에 기반한 횡포가 만연하는 현 세계에서 진정한 평화는 전쟁을 막을 절대적인 힘을 보유하고 있을 때만 지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갑 끈을 조임으로써 자위를 위해 신뢰할 수 있는 효과적인 전쟁 억제력을 획득했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와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이제는 확실히 지켜지고 있습니다.

의장, 국가와 인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보장을 바탕으로 북한은 안심하고 모든

노력을 경제 건설에 쏟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위와 경제 발전을 위한 전쟁 억제력으로서 핵무기 보유를 정당화하는 북한이지만, 당연한 그 귀결로서 미국의 위협이 없어지는 것을 조건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용의가 있음을 북한 정부는 지금까지 반복해서 표명해 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3월에 한국 정부 특사단에 “군사적인 위협이 해소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으며, 같은 해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약속했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의 안전보장’에 대한 확약 및 ‘새로운 북미 관계 구축,’ ‘평화체제 구축’ 등과 함께 합의했다[주4].

 

따라서 핵무기 없는 한반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위협이나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불가결한 조건이 된다. 

 

‘한국전쟁 종전 선언’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미국의 위협이나 적대시 정책의 철회를 위해서 북미 간에 70년 동안 지속된 전쟁 상태를 우선 끝내자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첫걸음이 되는게 이치다. 전쟁이 완전히 종결되지 않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에 대한 억제력으로서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등의 일은 일어날리가 없다. “종전 선언이야말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 체제의 문을 연다.”라고 말한 문재인 대통령은 바로 정론을 말하고 있다.

 

한국전쟁의 당사국은 미국만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전쟁 종전 선언의 현실은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의사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전쟁은 1953년에 미국, 북한, 중국 간에 휴전 협정이 성립된 이래 정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나 그간 미국과 한국은 중국과의 국교를 수립하고 정상화했다. 또한 한국과 북한은 2018년 4월에 판문점 선언을 하고 2018년 중 종전 선언을 하는 것에 합의했다. (실현되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해 9월에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 선언의 부속 문서인 ‘군사 분야 합의서’에 서명하고 육해공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는 것 등에 합의하고 있어서[주5] 양국 간에 종전 선언이 사실상 행해지고 있다. 남은 것은 미국과 북한의 관계인데, 북한이 한국전쟁의 종결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안하고 있는 것에 비해 미국 정부는 이를 거부해 왔다.

 

미국이 종전 선언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 한국, 일본, 중국과 관련 있는 미국의 안보 정책뿐만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과 관련된 제반 요소가 얽혀 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미국의 동맹국들의 사정도 관련이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미국과의 동맹 관계의 방식에 대해 분열된 여론이 약 10년에 걸쳐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미국 정부에 이 문제에 대한 정책 선택을 요구하는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미국 정부로서는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다른 미군 해외 기지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군사적 및 경제적 패권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주한미군 및 주일미군의 축소와 철퇴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종전 선언에 응하고 싶지 않은 게 본심일 것이다. 한국전쟁이 종결되면 유엔군사령부의 임무가 끝나 주한 미군의 위상에 대해서도 새로운 논의가 시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미국이 군사와 경제 양면에서 대두하는 중국을 포위하고 속박하려 하는 현

상황에서는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 저하로 이어지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더욱이 동아시아에 불씨를 남겨놓음으로써 이익을 얻고 있는 군수 산업과 정치가의 존재도 있다. 또는 비핵화에 앞서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 선언 등에 응할 때 ‘안이한 양보’라든가 ‘저자세’라고 해석할 여론도 있을 것이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전쟁의 종결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던 트럼프에 대해서 언론은 ‘역사적 성과’의 ‘연출’을 노리고 있다든지[주6] ‘중간 선거’를 위한 ‘실적’ 쌓기라는[주7] 등의 비판적인 보도를 반복했다. 트럼프는 결국 종전 선언을 하는 일 없이 백악관을 떠나게 될 것 같다.

 

또한, 한국과 일본에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 미군의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열의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미국에 강하게 요청하는 데는 한미동맹의 바람직한 모습에 관해 명확히 해야 할 많은 국내 과제가 있다. 이미 구매를 결정한 미제 신예 무기의 구매, 북한의 미사일을 구실 삼아 설치한 미사일 방어 사드(THAAD) 부대와 장비의 처우,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급증한 국방비 삭감에 대한 합의 형성 등 과제는 많다.

 

일본 정부 역시 북한의 위협을 구실 삼아 군비 증강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도 유엔군사령부의 후방 사령부가 존재하고 있으며 미군 이외의 외국군의 방문 및 자위대와의 공동훈련을 용이하게 하는 기존 구조 중 하나다.

 

그러나 미 국내와 관련국의 사정이 어떠하든 간에 한국전쟁의 종결을 거부하는 정당한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패권과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서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동조자들을 위해 이유 없는 전쟁 상태를 지속하겠다는 억지는 용납될 수 없다.

 

정부가 정당한 이치를 실행하지 못할 때, 장해를 극복하고 실행하도록 독려하는 힘은 시민 사회에서 나오는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의 호소에 응하여 한국전쟁의 종결을 결단하도록 미국 정부,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른 관련국 정부에도 국경을 넘어 협력하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가 미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핵무기 폐기나 지구온난화 대책을 촉구하는 운동과 같이 전 세계 규모의 강력한 운동이 필요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350개 이상의 시민단체 등이 ‘한반도 평화 선언’을 발표[주8]하고 서명을 모으는 ‘한국전쟁을 끝내는 전 세계 1억 명 서명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 이니셔티브를 진심으로 지지하고 싶다. 이 운동은 다음의 네 가지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 한국전쟁을 끝내고 평화협정을 체결합시다.

•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듭시다.

• 제재와 압박이 아닌 대화와 협력으로 갈등을 해결합시다.

• 군비 경쟁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시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투자합시다.

이러한 운동을 더욱더 확산시켜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마에카와 하지메)

 

주1 문재인 대통령 유엔 총회 일반 연설

https://estatements.unmeetings.org/estatements/10.0010/20200922/cVOfMr0rKnhR/vstE46

z3tXBY_en.pdf

 

주2 김성 대사 유엔 총회 일반 연설

https://estatements.unmeetings.org/estatements/10.0010/20200929/azzQgcBAMYqv/WaU

GJrE2AJvT_en.pdf

 

주3 예를 들어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Kim Jong Un Makes New Year Address, <조선중앙통신> 영문판, 2018년 1월 1일) 및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의 김정은의 보고(Report on 5th Plenary Meeting of 7th C.C., WPK, 동일, 2020년 1월 1일) 등. 둘 다 http://www.kcna.co.jp/index-e.htm에서 일자로 검색.

 

주4 싱가포르 북미 정상 공동성명(2018년 6월 12일).

https://www.whitehouse.gov/briefings-statements/joint-statement-president-donald-j-trump-

united-states-america-chairman-kim-jong-un-democratic-peoples-republic-korea-singapore-

summit/

 

주5 ‘군사 분야 합의서’ 국문 문서

https://dialogue.unikorea.go.kr/ukd/ba/usrtaltotal/View.do?id=689

 

주6 ‘한국전쟁 종결’에 발을 들이는 트럼프, 북미회담에서 ‘서명 가능한’ ‘역사적’ 연출 노려’, <아사히신문>, 2018년 6월 9일.

 

주7 ‘북미 정상 역사적 회담. 미, 중간 선거 전 ‘실적’. 북, ‘완성된 핵’ 뒷받침’, <아사히신문>, 2018년 6월 8일.

 

주8 ‘한국전쟁을 끝내는 전 세계 1억 명 서명 운동’ 웹사이트 https://endthekoreanwa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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