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 군인 강제 전역은 인권침해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침해가 맞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국방부가 지금이라도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하기를 촉구합니다. 

 


 

국가가 인정한 인권침해, 트랜스젠더 강제 전역

국가인권위원회의 변희수 하사 진정 인용 결정 환영 성명

 

2020년 12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여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침해가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한민국 국가 기관이 트랜스젠더 군인 강제 전역을 인권침해로 인정한 첫 사례다.

 

변희수 하사는 지난 2020년 1월 20일, 전역심사를 2일 앞두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동시에 부당한 전역심사를 중지시켜줄 것을 요청하는 긴급구제 신청도 함께 제기하였다. 변희수 하사가 이미 성확정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군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신장애 기준을 적용하여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전역 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것이 진정의 주된 취지였다. 당시 인권위는 사안의 긴급성을 인정하여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긴급구제 결정을 내리고 1월 21일, 육군본부에 전역심사위원회 개최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하였다. 그러나 육군은 이와 같은 권고를 무시하고 전역심사를 강행, 1월 22일자로 변 하사를 강제로 전역시켰다. 육군이 명시한 유일한 전역 사유는 ‘남성의 음경과 고환을 지니지 못한 점이 장애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인권위는 조사를 통해 변 하사가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본인의 성정체성과 수술에 관련된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뒤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명시하였다. 아울러 성확정수술을 받은 변 하사를 심신장애인으로 볼 법적 근거가 전혀 없으며, 의학적 수술에 해당하는 성확정수술 과정에서 남성의 음경과 고환을 상실한 것이 ‘기능장애’, ‘기능상실’, ‘신체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육군은 법률적 근거 없이 자의적으로 변 하사를 전역처분 시킨 것이라 하였다.

 

또, 인권위는 변 하사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은 건강상태라 주장하는 육군의 주장 역시 근거가 없다고 보았다. 군의 특수성과 국민적 공감대 등 전투력 상실과는 무관한 추상적인 개념만을 들어 변 하사의 현역 복무 부적합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인권위는 변 하사의 신체 상태가 현역으로 복무하기 부적합할만큼 전투력이 상실되었다고 보기 힘들고, 변 하사의 보직이었던 전차조종수는 이미 다수의 여성 부사관이 근무하고 있어 복무상 문제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인권위는 보직 조정, 영외 숙소 배정, 부대 배치 전환 등은 군의 인사행정 계통 상에서 해소해야 할 문제이지, 변 하사를 군에서 내쫓는 방식으로 해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 군이 간부 정원을 설정함에 있어 남군과 여군을 특정해 별도로 분리 운용하지 않고 있다는 점, 보직 배정에 있어 성별의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선발 과정에서의 구분이 있다는 이유로 변 하사가 여군으로 복무하는 것이 ‘선의의 피해자’를 만드는 반사적 불이익과는 무관하다는 점도 분명히 하였다.

 

아울러 인권위에 앞서 유엔이 변희수 하사 강제 전역 사건을 인권침해로 규정한 바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이 이러한 우려를 엄중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였다. 지난 9월, 한국 정부는 유엔의 권고에 대해 변 하사의 전역은 법률에 의거한 적법 처분이며 트랜스젠더 군인의 복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주장하며 변 하사의 군 복무가 허용된다면 한국군의 작전, 임무 수행이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국가와 시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한 청년의 성정체성 때문에 한 나라의 국방 정책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논리의 비약이 황당할 따름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트랜스젠더 군 복무 및 입대를 다시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것이 군대에 어떤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하였다. 국방부 스스로도 논리가 궁색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인권위는 국방부에도 세계 각국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와 비슷한 징병제 국가인 이스라엘이 복무중 성확정수술을 한 군인의 복무를 허용함은 물론, 수술 비용, 호르몬 치료, 성형수술 비용까지 의료보험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점, 독일에는 트랜스젠더 중령급 지휘관이 있다는 점, 캐나다, 영국이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우리 군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을 주문하였다.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인권위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권고를 수용하여 부끄러운 과오를 씻기 바란다. 6개월 간 첫 공판 기일도 지정하고 있지 않은 사법부 역시 인권위의 결정을 적극 참작하여 변희수 하사가 하루 빨리 군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재판을 개시하여 강제 전역에 대한 취소 판결을 하기 바란다. 

 

2021년 2월 1일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의 복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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