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 날 한국대회
“오늘날 우리는 세계의 모든 문제를 ‘테러와의 전쟁’으로 귀결시키는 부적절한 단순화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다른 나라와 협의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만의 시각과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하는 미국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세계관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으며 세계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위베르 베드린 프랑스 외무장관(지난 2월 라디오 인터뷰 중)
6월항쟁계승반전평화대회위원회는 22일 늦은 1시 30분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6월항쟁정신계승, 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 날 한국대회”를 개최하였다. 또한 21일에는 일본의 6·22반전평화세계동시행동의날 실행위원회와 함께 “미·일 패권전략과 아시아의 평화”를 주제로 한·일 공동포럼을 가졌다.
오∼피스(Peace) 코리아!
이날 대회에는 12시부터 투쟁대회를 가진 병원노동자들과 학생단체연대 외에도 붉은 악마들이 가세해 마로니에 공원이 가득 찼다. 이들은 “한반도 정책책동 미국을 반대한다” “우리국민 다 죽이는 신자유주의 반대한다”등의 구호를 함께 외치며 대회분위기를 고조시켰다.
▲ “부디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
한국, 일본과 함께 미국, 파키스탄, 엘살바도르, 벨기에 등 세계 각국에서 진행된 이날 반전평화대회에는 우리나라 대표로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소속 활동가 5명이 도쿄대회에 파견되었다. 오늘 한국대회에 연대발언을 한 이시이 일한 민중연대 네트워크 대표는 평화헌법을 없애려는 고이즈미정권의 전쟁책동을 막기 위해 힘껏 싸울 것”이라며 “아시아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함께 손을 잡자”고 제안했다.
한국대회 참가자들은 또한 결의문을 통해 F-15K를 포함한 미국의 무기강매 저지, 미군기지의 전면적 반환, 국가기간사업의 사유화, 해외매각에 대해 민중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다짐했다.
아시아평화기구 필요
한편, 한·일 공동포럼 자리에는 한국, 일본, 미국, 필리핀 등 각국의 활동가들이 참석하여 미국과 일본의 군사동맹의 강화와 함께 세계, 특히 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는 데 대해 공감하였다. 이에 대해 모든 참석자들은 ‘평화만들기기구(Peace Making Institute)’나 ‘아시아안전보장기구’와 같은 아시아평화를 위한 상설기구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우리측 기조발제를 맡았던 김진균(서울대 사회학)교수와 김승국 평와와통일을여는사람들 정책위원장은 일본과 한국을 동북아 미사일 방어망(MD)으로 묶어내려는 미국의 전략이 ‘중국포위-북한 견제’를 뼈대로 한 새 안보구상이라며, 이것은 미국이 부추기고 있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함께 아시아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교수는 이에 대해 △아시아를 미군없는 해방구(USA Army free zone)로 만들 것 △아시아의 비핵·평화지대화 △아시아의 전쟁 무풍지역화(War threat free zone)를 위해 아시아의 민중들이 나설 것을 주장했다.
함께 주제발표에 나선 ‘유사법은 위헌이다, 히로시마현 시민연락회’의 공동대표 요쿄하라 유키오(Yokohara Yukio) 씨 역시 일본의 보수파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헌법9조(전쟁을 부정하고 무력을 행사할 것을 포기)의 개정 움직임이 지닌 위험성을 지적하며 미일군사동맹을 해소하기 위한 운동에 민중이 연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42년간 ‘일본의 매향리’라 할 수 있는 아츠기 기지의 폭음에 항거하며 소송단을 이끌어 오고 있는 마야 모토무(Maya Motomu)단장은 아츠기 기지를 방문한 전만규 위원장(매향리폭격장 폐쇄를 위한 주민대책위)과 만나 연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그는 이날 “전 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깊은 공감을 나눌 수 있었다”며 “세계연대를 통해 지역운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필리핀 내 공동투쟁단체들과 “US Troops Out, Now!(미군은 당장 나가라)”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는 필리핀 신 민족주의자 동맹(BAYAN) 부사무총장인 산티아고 다스마리스(Santiago Dasmaris, Jr) 역시 “미 제국주의와 테러리즘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온 세계의 민중운동이 서로 단결하고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이후 필리핀에서는 6개월에 걸친 대 테러리즘의 ‘군사연습’에 참가하기 위해 천 여명의 미군 병사들이 체제하고 있다.
▲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 교수 |
특히 남한 쪽 정권교체와 함께 연대 가능성이 높은 부시-고이즈미-이회창 구도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94년 미국은 남한의 대통령(김영삼)이 반대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고 미국의 각본에 따라 전쟁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었다”며 “남북관계를 원만히 풀어나가면서 북한과 공조를 취할 수 있는 정권을 창출하는 것이 오는 대선의 관건”임을 확신했다.
강 교수는 부시 대통령을 ‘막가파’에 비유, “‘악의 축’ 발언으로 조성된 전쟁위기에 대항해 민중시민사회차원에서 전쟁의 불길을 잡는 운동이 계속되어야 한다”며 “남아있는 불씨를 잡자”고 당부했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