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3-03-20   572

“설마했는데…..우리 일처럼 마음이 아파요”

이라크 전쟁발발 첫날, 촛불시위에서 만난 시민들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침공이 시작한 20일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는 평소보다 더욱 많은 촛불이 켜졌다. 직장인들을 비롯해 학생, 가족단위의 시민들 천 여명이 모인 이날, 미국의 전쟁중단과 한국정부의 파병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시내 곳곳에 울려퍼졌다.

신문으로 이날 개전소식을 접한 강석진(35, 회사원)씨는 미국 국민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미 정부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개전직후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60-70%에 이르는 것을 보고 마음이 무거웠다”고. 한국정부의 파병결정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판단이었겠지만 미국이 약속이 지킬 리가 있겠는가. 외교적 노력하지 않은 경솔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전쟁이 시작된 지금 우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반전시위동참과 국회에서 파병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말했다.

▲ 이날 시민들은 직접 만든 다양한 피켓을 다지고 나와 피켓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거리 한 켠에서 ‘다함께’가 진행하는 전쟁중단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한 황수희(28, 무용인)씨는 전쟁이 계속될 수록 군인들에 비해 훨씬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당하는 사실에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래서 더욱 정부의 파병결정에 분노를 느꼈다. “국내에서만 큰소리를 칠 것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강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전쟁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배와 함께 이날 자리에 참석한 이민영(21)씨는 “설마했는데 정말로 전쟁이 시작되는 걸 보고 남의 일 같지 않더라. 우리 일처럼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정부 역시 비공식적으로는 전쟁을 반대할 것이다. 미국의 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정한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며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가족과 함께 나온 고등학교 교사 유동걸(38)씨는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학생들 역시 불공정한 전쟁에 대해 술렁이는 분위기였다”며 “많은 곳에서 이라크 난민들을 위한 평화기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7시에 시작된 촛불시위는 8시께 광화문 네 거리로 전진하려던 참가자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이 충돌해 40여분간 대치상태를 이루기도 했다. 이 와중에 격렬한 몸싸움이 곳곳에서 일어나 평화시위를 보장하라는 시민들의 구호가 이어졌다.

광화문 촛불시위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된다. 또한 오는 22일에는 여중생범대위와 전쟁반대평화실현공동실천이 주관하고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반전평화실현 촛불대행진이 오후 4시 종묘공원에서 열린다.

김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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