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군축센터 파병 2004-04-13   602

딕 체니 미부통령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이라크 내 중대한 사정변경 발생으로 재건지원 불가능’ 통보해야

국민보다 미국과 먼저 합의하는 무책임, 반복하지 말아야

1.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이 오는 15, 16 양일간 한국을 방문한다. 이번 방미기간 동안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파병문제를 비롯한 한미관계 주요현안이 주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이다. 정부가 미국의 압박 앞에서 또 다시 국민 의사와 무관하고 책임질 수도 없는 합의를 해서는 안된다.

2.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딕 체니 미부통령의 방한기간동안 한국군의 파병문제와 관련해서는 어떤 합의도 확답도 주어서는 안된다. 딕 체니 부통령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야 한다.

우선, 국민 대다수의 우려와 비판을 직시해야 한다. 파병문제와 관련해서 참여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상 미국의 고위관료와의 면담을 통해 주요한 결정을 단행해왔다. APEC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방침을 확정한 것,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방한기간 동안 파병규모를 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국민의 의견을 먼저 구하지 않았다. 다만 한미간 합의를 국민에게 통보했을 뿐이다. 국민 대다수가 이라크 사태에 대해 우려하고 있고, 일부 정치권조차 파병결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 때에, 딕 체니 미부통령의 방한과정을 통해 또 한번 국민적 토론 없이 한미간의 굴종적 합의를 통해 파병방침을 재확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중대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라크 상황이 너무도 불투명하다. 정부는 이라크에서 사실상의 전투가 끝났다는 전제하에 재건지원부대를 보내겠다는 취지의 파병동의안을 국회에 상정했고 통과시켰다. 이 마저도 재건지원을 한다면서 왜 군대를 보내냐는 강력한 반대와 비판 속에 갖은 정보왜곡과 여론몰이를 통해 강행된 것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이라크는 현재 제2의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재건지원도 따라서 불가능하다. 지금 파병하는 것은 누가 보기에도 참전이지 재건지원이 아니다. 민중봉기 성격을 띠고 있는 이번 이라크 사태의 본질은 미국의 점령정책에 대한 이라크 현지인들의 저항이다. 이처럼 미국에 대한 이라크인들의 반감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만약 미국의 부통령과 한국정부가 또 다시 파병방침을 재확인하고, 그 소식이 아랍과 이라크에 전달된다면 한국은 미국의 점령정책에 대한 동조자라는 인식을 이라크인들에게 급속하게 각인시켜 줄 것이다. 이는 정부가 말하는 국익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게다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전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전투병 파병 병력을 감안한다면 한국이 주요한 공격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우리가 딕 체니 부통령과 파병결정과 관련된 논의와 합의를 해야 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

셋째, 우리는 현재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로 말미암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비정상적 상태에 있고, 이로 인해 지극히 불안한 정국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만에 하나 우리에게 스페인과 일본과 같은 참사가 발생한다면 누구도 책임지기 힘든 사회적 혼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량한 관리자적 권한을 위임받은 고건 직무대행이 중대한 상황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민합의 없는 파병을 강행하는 것은 무모하고 무책임한 일이다. 파병을 했던 국가들조차 철군을 결정하는 마당이다. 고건 직무대행은 파병결정을 밀어 부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국민들과의 논의에 나서야 한다.

3. 문제는 현 정부가 지금껏 보여주고 있는 행태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국민에 대한 납치사건이 일어나는 와중에서도 국민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조영길 국방부 장관은 앵무새처럼 파병강행 주장만 되풀이했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외신기자회견에서 국민여론 수렴을 충분히 했고, 파병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조급하게 만드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그리고 파병문제와 관련해서 단 한차례의 공청회도 개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라크 상황에 대한 갖은 정보왜곡으로 국민여론을 호도해온 정부가 언제·어떤 방법을 통해 국민여론을 수렴했는지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파병결정 과정에서 국방외교 실무라인의 정보조작과 왜곡에 대한 조사와 징계부터 착수해야 한다.

4. 정부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변하고 있다. 더 이상 궤변으로 국민을 호도하지 말라. 국민이 반대하면 약속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의 국제사회의 상식이다. 국제사회 신뢰 운운운하며 국민을 겁주지 말라. 백보를 양보하여 국제사회와의 약속이 중요하다고 치자. 정부가 국제사회에 밝힌 것은 ‘재건지원’의 약속이었다. 국민은 반대했지만 정부는 일방적으로, ‘우리는 재건지원을 위해서 이라크에 간다’며 여러 차례 공표 했었다. 재건지원이 불가능한 이 때, 정부가 ‘재건지원’ 외에 지켜야할 그 무슨 이면의 약속이 있었는지, 그 약속은 과연 누가 누구에게 한 것인 지 의문이다.

5. 어제 고건 대통령 직무대행은 361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파병반대국민행동’의 면담 요청을 ‘바쁘다’는 이유로 거부하였다. 우리는 이 거부가 파병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 전체에 대한 무시가 아니기를 희망한다. 고건 직무대행은 국민이 위임한 직무대행의 본분을 직시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국가의 위신과 이익을 위해 고건 직무대행이 수행해야 할 외교적 임무는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을 빈손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끝.

평화군축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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